SC제일은행, 먹튀 사전 작업 돌입 의혹

2011.11.03 09:10:00 호수 0호

정석대로 차근차근 ‘먹튀’ 악몽 재연!?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사모펀드 BIH의 ‘먹튀’는 금융권에서 두고두고 회자된다. 2000년대 초·중반 BIH는 피인수 기업인 브릿지증권의 배당률을 70%까지 높이거나 사옥을 헐값 매각하는 등의 수법으로 거액을 챙겼고 배를 두드리며 유유히 빠져나갔다. 브릿지증권은 졸지에 껍데기만 남은 신세가 됐다. 이는 최근 SC제일은행의 최대주주인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행보와 정확하게 오버랩 된다. 먹튀를 위한 수순을 정석대로 밟아가고 있는 것.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아니라고 딱 잡아떼고 있지만 금융권은 되살아나는 먹튀의 악몽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쥐어짜기→단물 빨아 먹기→튀기!?” 의혹
자산 매각해 고배당 챙겨…단기 수익사업


#Step1 쥐어짜기

SC제일은행은 수년 전부터 보유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매각하기 시작했다. 2005년 경북 포항합숙소를 시작으로 2008년 서울 우이동 연수원, 최근에는 서울 지점 수십 곳 까지 지속적으로 매각을 추진해왔다. 이 기간 중 매각된 부동산은 모두 35건, 매각액수는 300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서울 잠실 전산센터도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전산센터의 가치가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 3월에는 서울·경기·부산 등 전국에 있는 지점과 출장소 27곳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SC제일은행은 성과가 부진한 지점과 출장소를 통폐합해 비용을 줄이고 영업망을 효율적으로 재구축 하겠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자금회수에 나선 것이란 견해가 많다.

부동산 이외에 전략적 투자처였던 비씨카드 지분도 매각했다. 지난해 8월 14.85%(65만3400주)에 달했던 비씨카드 지분을 전량(940억원 상당)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보고펀드에 넘긴 것이다. 이전까지 이 은행은 비씨카드의 3대 주주였다.

인건비 감축에도 나섰다. 그 시작은 성과연봉제의 도입이다.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체질 개선이라는 명목에서였다. 이에 SC제일은행 노조는 성과연봉제를 빌미로 구조조정과 임금삭감을 시행하려한다며 지난 6월27일부터 8월29일까지 은행권 최장기 파업을 벌였다.

이에 아랑곳 않고 SC제일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임원급 90여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단행한데 이어 조만간 전직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명퇴를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명퇴는 사실상 ‘강제적인 구조조정’ 형식을 띄리란 게 내부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SC제일은행은 지난 2008년 명퇴 당시 퇴출대상 직원들에 대해 개인 이메일을 보내고 면담을 하는 등 직원들을 압박, 190명을 내보낸 바 있다.



#Step2 단물 빨기

문제는 부동산과 주식 매각과 구조조정 등 ‘쥐어짜내’ 회수한 자금 대부분이 SC제일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한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에 흘러들어갔다는 점이다. SC제일은행은 2011년 상반기 당기순이익 2400억원 중 42%인 1000억원을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에 배당했다. 또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 3220억원의 무려 62%인 2000억을, 지난 2009년에는 당기순이익 4300억원 중 58%에 해당하는 2500억원을 각각 배당했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3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금융당국은 은행도 재투자를 통해 생산성, 수익성을 확보를 위해 고배당을 제한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또 2008년과 2009년 각각 9415만달러와 8662만달러를 영국 본사로 송금한 데 이어 지난해와 올해 1억523만2000달러와 6064만6000달러를 본사로 송금하기 위해 MR계정에 올려놨다.

SC제일은행은 영국 본사에 경영관리비, 보상비 명목으로 송금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각 항목들에 대한 적절성 여부가 불투명하다. 특히 SC제일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 인수한 직후 상장을 폐지해 기업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Step3 튀기

요즘 업계에선 SC제일은행이 먹튀를 위한 수순 가운데 단기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으로 개편하는 일만 남았단 얘기가 나돌고 있다. 실제, 앞서 제일은행을 ‘먹튀’한 뉴브리지캐피탈은 인수 직후부터 부동산 금융과 고금리 가계대출 사업에 전념했다. 리스크가 큰 기업대출 비중은 크게 줄었다.

이 과정에서 외환위기 직전까지 국내 3대 은행으로 기업금융의 대명사였던 제일은행은 단기 수익을 노리는 가계대출 전문 은행으로 전락했다. 인수되기 전인 1999년 총여신 중 24%에 불과했던 가계대출이 2005년에는 80%로 늘었다. 뉴브리지캐피탈은 이런 식으로 1조2000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뒤 빠져나갔다.
SC제일은행도 최근 단기 고수익 상품에 열을 올리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시중은행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금리가 책정된 신용대출 상품인 ‘세렉트론’과 은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귀금속 대여 거래 ‘메탈론’을 실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먹튀설’을 의식한 듯 피터 샌즈 스탠다드차타드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시장이 좋든 나쁘든 항상 함께하고 싶다”며 한국 시장에 대한 애정을 피력했다. 또 은행측은 오는 11월 말까지 조직개편을 마치고 12월 중 은행명을 ‘스탠다드은행’으로 변경해 명실공히 새로운 은행으로 출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언제 얼굴을 고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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