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 (24)STX그룹-STX건설-포스텍

2011.10.26 09:10:00 호수 0호

만날 지적해도…‘무대포 강덕수’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대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사실상 오너일가 회사에 계열사들 전방위 지원
대주주 강 회장·두 딸 매년 짭짤한 배당 챙겨
헐값매각→편법증여→밀어주기?


재계 순위 12위(공기업 및 민영화 공기업 제외)인 STX그룹은 지난 9월 기준 총 25개의 계열사(해외법인 제외)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STX건설’과 ‘포스텍’이다. 두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실적이 거의 ‘안방’에서 나왔다.

2005년 2월 설립된 STX건설은 아파트, 공장, 산업시설 등 건설업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TX건설 최대주주는 STX그룹 오너일가로, 강덕수 회장과 두 딸 정연·경림씨가 각각 25%씩 총 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강 회장 가족들은 베일에 싸여 있다. 부인 배단씨는 별다른 바깥활동 없이 내조에만 전념하고 있다. 1남2녀도 일체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다. 다만 정연·경림씨가 STX건설 지분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이 가능하다.

부녀, 앉아서 수십억씩



이들은 지분 취득 과정에서 헐값매각과 편법증여 의혹을 받았다. STX건설은 2005년 1월 STX메탈(당시 STX엔파코)의 건설부문이 물적분할돼 설립된 회사로, 지분 100%가 사실상 강 회장의 개인회사인 포스텍(당시 포스인터내셔널)에 매각됐다. 매각금액은 24억원. STX엔파코의 2005년 매출액이 4053억원, 순이익은 42억원이었다는 점과 향후 급격한 성장이 예상됐다는 점에서 알짜 사업부를 오너가 지배하고 있는 회사에 헐값으로 넘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연·경림씨는 2006년 1월 유상증자를 통해 STX건설 지분을 매입했는데, 계열사 단 한 곳도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편법증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후 STX건설이 그룹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급성장하자 논란은 더욱 커졌다.

실제 STX건설은 내부 물량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집안’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STX건설은 지난해 매출 3822억원 가운데 54%인 2069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STX건설에 일거리를 넘겨준 곳은 씨엑스디(671억원), STX중공업(563억원), STX조선해양(225억원), STX엔진(209억원), STX메탈(173억원), STX솔라(70억원), 부산크로스독(65억원), STX대련엔진(38억원), ㈜STX(23억원), 포스텍(17억원), STX중공(8억원), STX대련정공(5억원), STX대련유한공사(4억원), STX복지재단(1억원) 등 무려 14개사에 이른다. 이들 회사는 사옥 증·신축과 보수, 사업장 공사 등을 STX건설에 맡겼다.

그전엔 더 심했다. 생기자마자 계열사들이 ‘일감’을 막 퍼줬다. STX건설이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5년 100%(총매출 884억원-내부거래 884억원) ▲2006년 99%(1323억원-1318억원) ▲2007년 96%(1774억원-1701억원) ▲2008년 92%(4041억원-3702억원) ▲2009년 76%(3010억원-2274억원)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10여개의 계열사들이 꼬박꼬박 밀어줬다.

STX건설 외에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STX그룹 계열사는 또 있다. 바로 포스텍이다. 1995년 7월 설립된 포스텍은 SI(시스템 통합) 및 물류업체로,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 지난해 관계사 매출이 73%나 됐다. 해외법인을 포함해 계열사들이 35개나 달라붙어 총매출 5327억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3887억원에 달했다.

과거에도 다르지 않았다. 포스텍의 내부거래율은 ▲2005년 75%(309억원-233억원) ▲2006년 70%(600억원-417억원) ▲2007년 64%(1072억원-690억원) ▲2008년 70%(1415억원-985억원) ▲2009년 77%(5344억원-4114억원)로 드러났다.

포스텍 역시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강 회장은 포스텍이 2004년 11월 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텔콤·엔토스정보기술과 합병될 당시 지분을 크게 늘려 현재 69.38%를 갖고 있다. 계열사들이 전방위 지원에 나선 것도 이때부터다.

70% 이상 의존

그전에도 그룹의 전산관리 등을 맡았던 텔콤·엔토스와 거래가 있었지만, 포스텍에 합병되고 강 회장의 지분이 늘면서 노골적으로 밀어주기 시작했다. 이어 2005년 2월 IT업체인 포스아이엔씨와 2009년 4월 물류업체인 포스아이까지 흡수하면서 더욱더 계열사 물량이 집중됐다. 이 결과 포스텍은 매출이 2004년 172억원에서 지난해 5327억원으로 6년 만에 30배 이상 증가하는 등 급성장할 수 있었다.

강 회장 일가는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있는 STX건설과 포스텍에서 짭짤한 현금 배당을 챙기고 있다. STX건설은 2005년 16억원, 2006년 10억원, 2007년 24억원, 2008년 48억원, 2009년 32억원 등 지난해만 제외하고 설립 이후 매년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에 따라 강 회장과 정연·경림씨는 지난 5년간 약 98억원을 나눠가졌다. 포스텍도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13억원, 21억원, 56억원씩 총 90억원을 배당했는데, 이중 63억원이 강 회장 몫으로 돌아갔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