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날개’ 정의당의 비밀

2018.07.23 09:58:17 호수 1176호

민주당과 양강구도 ‘꿈이 아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20년 총선서 제1야당 등극’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취임 1주년이 되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6·13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정의당은 지지율서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제1야당도 결코 꿈은 아니다.
 



“지지율이 10%만 넘으면 우리 당은 무서워질 수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 후보 측 캠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지지율 10%가 의미하는 바가 남다르다고 후술했다. 극진보 성향의 정당이 10%의 지지를 얻는다는 건 중도 정당이 30∼40%의 지지를 얻는 것과 같다는 것. 정의당은 당시까지만 해도 ‘리얼미터’ ‘한국갤럽’ 등 주요 여론조사기관서 두 자릿 수 당 지지율을 기록하지 못했었다.

가파른 상승

정의당이 6·13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숙원을 풀었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전국 성인 2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16일 발표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결과 정의당 지지율은 일주일 전과 비교해 1.2%포인트 상승한 11.6%를 기록했다. 연이은 자체 최고기록 경신이자, 7주 연속 오름세다.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도 같은 추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신뢰가 간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13일 발표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정의당 지지율은 일주일 전과 비교해 1%포인트 상승한 10%를 기록, 2012년 10월 창당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 근소한 차로 뒤지거나 앞섰다는 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리얼미터 결과서 정의당은 17%를 기록한 한국당에 단 5.4%포인트로 근접했다. 일주일 전에는 한국당과 동률이었다.

한국갤럽 결과에서는 정의당이 한국당과 동률인 10%를 기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기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전국 성인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15일 발표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에서는 정의당이 8.3%를 기록, 8.1%를 기록한 한국당에 앞섰다. 

비록 오차범위 이내지만, 정의당이 사실상 제1야당으로 올라선 셈이다(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 같은 결과는 양당의 의석수(정의당 6, 자유한국당 112) 차이를 감안하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정의당이 해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정의당이 이토록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리얼미터는 정의당의 상승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방선거 압승과 정부 정책의 개혁의지 후퇴 논란이 맞물리면서 민주당 지지층 일부의 충성도가 약화되고, 국회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등 쟁점현안에 대한 대응이 여론의 호평을 받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한국갤럽의 분석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당과 어깨 나란히…일부 앞서기도
장밋빛? 때 아닌 ‘암초’에 전전긍긍

“정의당은 민주당과 함께 진보 성향 정당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여당인 민주당이 최저임금, 국회 특활비, 차별금지법, 낙태죄, 난민 문제 등 최근 현안에 당정·여야 절충안을 모색하거나 입장 표명에 신중을 기하는 반면, 정의당은 선명한 주장을 펼치며 때론 여당을 비판하는 등 진보 야당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여론조사기관의 분석은 정치권의 분석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 정치권은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보수 성향을 보일 것이며, 정의당이 그 빈자리를 차지할 것이라 내다본다. 
 

즉 민주당 대 한국당이라는 깨지지 않을 것만 같던 양당체제가 민주당 대 정의당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근 정부·여당이 경제정책 등에서 보수적 색채를 띠면서 이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의당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국당의 모습에 실망한 지지자들 중 일부가 정의당 쪽으로 돌아섰다고 주장한다. 보수·진보를 떠나 한국당보다 오히려 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정의당의 모습이 한국당에 염증을 느낀 지지자들에게 어필했을 것이라는 이유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한국당이 좋아서 한국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민주당이 싫어서 한국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다”며 “그런 사람 중 일부는 정의당 지지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분석처럼 정의당은 최근 기존 정당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지난 5월28일 국회 본회의장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법 일부법률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보이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 한 분이 ‘2년 만에 (민주당과) 뜻이 맞아 참 좋다’고 말해 실소를 금치 못했다”며 “최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와 정말 어렵게 살아가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간의 갈등 구도를 어떻게 국회가 만드느냐.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줬다 뺏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대재벌들의 갑질을 막는 것 아닌가. 민주당 의원들 왜 그러나. 절절한 마음 헤아려 주길 호소하고 또 호소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법률안에 합의한 사실을 정면으로 꼬집은 것이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국회 특활비와 관련해 “특활비 자료가 공개됐지만 그 자료만 갖고는 어떻게 얼마씩 썼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보고 의무도 없어서 결산 심사 대상도 안 된다. 국민 혈세로 조성된 특활비인데 착복을 하거나 횡령을 해도 묻고 따질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요구한다. 2019년 예산서 특활비를 전액 삭감하자. 편성 자체를 하지 말자”고 소신을 밝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특활비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한국당에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이정미 대표는 “원내 1당인 민주당과 2당인 한국당은 특활비 폐지 문제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사실상 침묵의 카르텔이며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겉으로는 서로 물고 뜯으면서 안으로는 기득권 유지를 위해 힘을 합치는 이런 행태야말로 ‘정치 적폐’ 중 하나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암초 ‘덜컥’

그렇다고 장밋빛 미래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정의당은 ‘노회찬, 드루킹 뇌물 의혹’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정의당의 간판과도 같은 인물. 허익범 드루킹 특별검사팀은 드루킹의 최측근이자 경제적공진화모임(이하 경공모)에서 법률자문을 맡았던 변호사 도모씨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노 원내대표와 경공모의 만남을 주선, 불법 정치자금 4600만원을 기부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적용해 도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노 원내대표와 도모씨는 경기고 72회 동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 측 소환이 불가피해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의당 ‘노회찬’ 딜레마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드루킹의 최측근인 도모씨로부터 4600만원 규모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당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의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는 “우리가 노 원내대표를 출당시킬 수 있을까” “우리는 박사모기 아니기에 사실이라면 출당해야 한다” “만약 불법 정치자금 수수가 사실이라면 국민들이 보기에 노 원내대표의 특수활동비 반납은 쇼에 불과하다” 등의 반응이 속출하고 있다.

노 원내대표는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특검 수사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기존 입장과 변화 없다”는 짧은 대답만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한반도 평화, 자동차 관세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은 23일 귀국할 예정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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