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응원과 야유 속 임태훈 복귀 논란

2011.09.28 15:25:00 호수 0호

‘임삿갓’ 이른 복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두산의 임태훈이 돌아왔다. 그는 지난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장했다. 아나운서와의 스캔들로 인해 2군으로 내려간 뒤 118일만의 1군 무대였다. 그가 등장하자 한 쪽에서는 환호가, 다른 한 쪽에서는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두산팬들은 함께 임태훈을 외치며 열렬한 응원과 박수를 보냈고, 롯데 관중석에서는 임태훈의 빠른 복귀를 질타하는 비난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임태훈 복귀 찬반양론’이 확산되면서 인터넷 공간 곳곳에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심리적 부담감을 덜기 위해 1군 복귀를 서두르는 게 맞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다른 이들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입장표명과 사죄가 먼저다” “올 시즌 복귀는 시기상조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복귀 찬성측 “사생활은 사생활 일 뿐”
복귀 반대측 “자숙의 시간 더 필요해”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10-2로 앞선 9회 초 두산의 수비. 불펜의 철문이 열리고 등번호 51번의 임태훈이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지난 5월 22일 이후 4개월 여 만에 다시 오르는 1군 마운드.

전광판에 임태훈의 등판을 알리는 영상이 나오자 두산 팬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임태훈을 외치며 박수로 그의 복귀를 환영했다. 반면 3루측 롯데팬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그제서야 누가 마운드에 있는지 알게 된 롯데 응원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함성과 야유’가 동시에 잠실하늘에 울려 퍼졌다.
긴장된 표정으로 포수와 몇 차례 공을 주고받은 임태훈은 연습투구를 마친 뒤 잠시 고개를 떨궜다. 마운드의 흙을 고르는가 싶더니 모자를 벗고 1루측과 3루측에 머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이날 임태훈은 첫 타자 장성우를 유격수 앞 땅볼로 막아내며 순조롭게 출발했고, 1이닝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경기를 끝낸 임태훈은 보통 때와 같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그러나 그의 얼굴빛은 어두웠다.

뻔뻔한(?) 복귀



임태훈은 지난 5월 스캔들에 휘말린 고 송지선 아나운서의 자살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비난 여론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 5월 24일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6월 23일 논산육군훈련소에 입소,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 이후 2군에서 훈련을 하고 118일 만인 17일 1군에 등록됐다.

임태훈의 1군 복귀 배경에는 지난 15일 넥센전에서 정재훈 투수가 경기 도중에 오른쪽 어깨 염증으로 통증을 호소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것이 발단이었다. 구단 수뇌부와 김광수 감독대행은 심사숙고 끝에 임태훈의 야구인생을 위해 ‘콜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태훈은 이날 1군 복귀에 맞춰 두산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과문을 통해 “프로야구선수이자 공인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염려를 끼쳐드린 점,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정말 야구가 너무나 그리웠습니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사과문을 본 두산팬들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사과문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사과문 어디에도 자신과의 스캔들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인에 대한 진심어린 추모 내지 사과의 내용은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그는 철저히 구단의 등 뒤에 숨어 이리저리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다니다 슬그머니 훈련소에 입소해 병역문제를 해결했고, 이후 다시 두산 2군에 복귀해 컨디션을 조절하는 등 프로야구선수로서의 생활을 이어갔다”며 “임태훈에게나 두산에게나 이번 사태는 그저 넘어졌으니 쉬어가야 하는 시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셈이다”라고 비난했다.

아이디 aag***는 “오랜 베어스 팬이지만 저런 선수가 베어스의 선수라니 정말 창피하고, 구단 측에서도 구단의 이미지와 선수 하나를 맞바꾼 셈인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 일로 두산이라는 구단에 대단히 실망하게 되었지만 차마 응원팀을 바꾸지 못하는 상황이 씁쓸하다”고 전했다.

아이디 taew***는 “그는 그토록 오르고 싶었던 마운드에 다시 올랐지만 고 송지선 아나운서는 그토록 사랑하던 야구뿐 아니라 그토록 사랑하던 가족들을 남기고 다시는 올 수 없는 먼 세상으로 떠났다”며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 누군가는 모든 것을 뺏기고, 그 모든 것을 뺏긴 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은 사과조차 하지 않은 채, 그라운드가 그리웠다고 돌아오면서 힘내라고 박수쳐주는 팬들이 있다고 얘기하는게…”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어 “본인도 힘들었겠지만, 그것으로 모든 면죄부가 주어지지는 않는다”며 “아직 진정어린, 아니 입에 발린 형식적인 사과조차도 하지 않은 임태훈 선수는 제명이 되어야 맞다”고 말했다.

사생활 일 뿐

반면 그의 복귀를 환영한다는 아이디 seou***는 “어쨌든 그는 야구선수이고 야구장이 그가 있을 곳이다”라며 “어쨌든 그는 송지선 스캔들에 휘말렸던 당사자로서 명예를 중요시 여겨야 하는 한 구단의 프로야구선수로서 잘못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사람 이하의 대접을 받아야 하거나 혹은 야구를 그만둬야 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생각은 분명 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아이디 okt11***는 “태훈 선수가 어깨에 큰 짐을 달고 등판하려니 가슴이 뭉클하다”며 “자기가 무엇을 했고 그것이 잘못인 것을 알고 뉘우치고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 팬인 만큼 너무 욕하지 말고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아이디 bong11***는 “왜 임태훈 선수 얘기로 이렇게 시끄러워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며 “임태훈 선수를 공인으로 본다 하더라도 그가 사회적 범죄를 저지르거나 윤리ㆍ도덕적으로 타락한 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왜 남의 사생활 관련된 얘기에 열폭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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