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 (22)피죤-선일로지스틱

2011.09.26 11:20:00 호수 0호

독단적으로 ‘주고’ 폐쇄적으로 ‘받고’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일수록 심하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100% 오너일가 소유…등기 이사직도 장악
매년 매출 98% 의존 “자생불가 기생회사”


요즘 한창 말 많고 탈 많은 피죤은 지난 1일 기준 총 5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선일로지스틱’이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실적이 거의 ‘안방’에서 나왔다.

1994년 11월 설립된 선일로지스틱은 일반 화물자동차 운송업체다. 1∼5톤 차량 39대, 5톤 이상 차량 11대 등 총 50대로 회사가 돌아간다. 본사는 인천 부평구 청천동에 있다.

‘선일’이란 사명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이윤재 회장에겐 남다른 사연이 있다. 이 회장의 부친이 일제 말기 때 경영한 회사가 바로 선일운수란 운송업체였는데, 강제로 조선운수(대한통운 전신)에 합병됐다. 이 회장은 10년 넘게 한 월급쟁이 생활을 접고 전 재산을 털어 1978년 생활용품 전문기업 피죤을 창업, 대한민국 최초의 섬유유연제 ‘피죤’을 출시해 대박을 터뜨린 이후 운송업체를 차리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부친의 회사명을 다시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줄고 매출 늘어

문제는 선일로지스틱의 자생 능력이다. 대부분의 매출이 ‘집안’에서 나왔다. 모회사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 특수관계자인 피죤과 물류대행계약을 체결하고, 주로 피죤 제품의 운송 및 하역 업무를 하다 보니 내부 물량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선일로지스틱은 지난해 매출 105억8800만원 가운데 98%인 103억6800만원을 피죤과의 거래로 올렸다. 사실상 피죤에 ‘기생’하는 셈이다. 

그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선일로지스틱의 피죤 의존도는 100%에 가까울 정도로 높았다. 선일로지스틱은 2009년에도 피죤 매출이 무려 98%나 됐다. 총매출 128억8600만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126억6600만원에 달했다. 2008년도 같은 수준이었다. 총매출 87억원 중 84억9600만원이 피죤에서 나왔다. 이를 비율로 따지면 역시 98%에 이른다.

이쯤 되자 외부 회계법인은 선일로지스틱을 감사하면서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부각시킨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E회계법인은 2009년과 지난해 선일로지스틱 감사보고서에서 “감사 의견에는 영향이 없지만 감사보고서 이용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참고가 되는 사항”이라며 매출과 매입, 채권·채무 등 피죤과의 거래 내용을 제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일로지스틱의 직원은 2002년 50명에서 2009년 34명, 지난해 18명으로 매년 줄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2002년 52억원에서 지난해 106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며 “피죤에서 일감을 대량 몰아줘 외부 수주 등 별다른 영업 활동이 필요 없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선일로지스틱과 피죤의 합병 계획이 모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는데, 이 또한 가족 회사를 키우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선일로지스틱과 피죤간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선일로지스틱이 오너일가 소유의 개인회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선일로지스틱 주식은 이 회장 가족들이 100% 갖고 있다. 대부분 이 회장의 자녀와 손자가 보유 중이다.

선일로지스틱 최대주주는 이 회장의 아들 정준씨로 39.4%의 지분이 있다. 이 회장의 딸 주연씨는 26.9%, 아직 10대인 주연씨의 아들 하모군도 30.1%를 쥐고 있다. 나머지 지분(3.6%)은 이 회장 부부의 몫이다.

선일로지스틱 등기직도 이씨 일가가 장악한지 오래다. 이사진에 외부인이 단 한 명도 없다. 이 회장은 이 회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부인 안금산씨와 주연씨는 각각 사내이사와 감사로 있다.

이 회장은 안씨와 사이에 1남1녀를 뒀다. 눈에 띄는 점은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아들 대신 딸이 아버지 뒤를 이을 채비 중이란 사실이다.

감시할 외부인 없다

장남 정준씨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회사 경영엔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정준씨는 선일로지스틱 외에 피죤의 지분 32.1%가 있는 대주주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경영에 합류해 큰 힘이 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정준씨의 누나 주연씨는 유력 후계자다. 서강대 영문학과와 메릴랜드 미술대, 뉴욕 퀸스대 대학원 회화과를 나온 주연씨는 10년 가까이 미술 공부를 하다 1996년 디자인 팀장으로 피죤에 입사해 마케팅 실장과 재무·인사·총무를 총괄하는 관리부문장, 부사장 등을 거쳐 2007년 부회장이 됐다.

15.3%의 피죤 지분을 보유 중인 주연씨는 일본 혼다자동차 딜러십을 갖고 있는 피죤모터스도 직접 경영하고 있다. 주연씨의 남편 하정훈씨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하씨는 대우경제연구소, 대우증권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03년 피죤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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