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쭉쭉 빨아먹는 ‘흡혈 문광부’ 실태 추적 <3>

2011.08.05 17:35:00 호수 0호

‘공익사업적립금’으로 장관 ‘통 큰 씀씀이’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공익사업적립금이란 것이 있다. 이것은 문광부 장관이 지정하는 공익사업에 쓰도록 배정된 돈이다. 하지만 이 돈은 사전 심의와 사후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히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어 ‘눈 먼 예산’이 되고 있다. 때문에 감사원은 문광부의 ‘통 큰 씀씀이’를 두고 방만한 집행이라 지적 한 바 있다. 예산낭비의 주범으로 꼽히는 공익사업적립금. 그 사용내역 실태를 살펴봤다.

문광부장관이 직접 주물러 ‘눈 먼 예산’
사후 통제 없는 예산 여기저기서 펑펑 써

공익사업적립금(이하 적립금)이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하는 공익사업에 쓰도록 배정되어있는 돈이다. 재원은 스포츠토토(체육진흥투표권) 수익금 중 10%와 경륜?경정 수익금 중 2.5%로 충당한다.

하지만 문광부의 적립금 사용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바로 몇 년 전 베이징올림픽 연예인 응원단이 헤프게 써서 여론의 심한 질타를 받은 것도 바로 이 적립금을 사용한 점이다.



장관의 쌈짓돈?

적립금의 본래 용도는 ▲체육?문화?예술분야 인재육성 ▲체육?문화?예술분야 전문 인력양성 ▲장애인, 노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소외계층 대상 체육?문화?예술분야 전문 인력양성 ▲인재육성, 전문 인력양성에 필요한 시설 개보수, 장비구입 등으로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적립금은 제대로 된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사용된 사례가 많고, 사전 심의 및 사후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재정구조가 불투명하다. 사용 기준도 그때그때 바뀐다. 여기에 적립금은 정부예산에 포함되지 않고 장관 결재만으로 사용이 가능해 사실상 ‘장관전용 쌈짓돈’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사용하는 모든 예산은 국회의 사전 심의를 통해 사업 내용을 점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불필요한 지출을 막아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적립금은 사전 심의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고 내부 지원근거만으로 집행이 이루어지게 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졌다. 이에 감사원과 국회에서 투명한 재정을 촉구하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난 2009년 5월7일 감사원은 문광부 기관운영감사 결과를 발표하고는 “적립금 사용계획과 실적을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등 재정통제 근거를 마련하고 적립금 용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라”고 문광부장관에 통보한 바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광부는 적립금을 2006~2008년 이미 국회에서 예산이 편성된 사업에 147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또 국회가 사업필요성이 적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한 ‘바둑대회 지원사업’에 2007년 10월 적립금 2억원을 지원했다.

문광부는 또 적립금 기준을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2006년 11월 게임물등급위원회 설립과 관련한 예산 조항을 신설해 사업비 30억원을 지원했고, 그 다음해 게임위 관련조항을 삭제한 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지원 예산조항을 신설해 대한체육회 등 7개 기관에 사업비 45억을 지원했다. 2008년에는 ‘특별히 지원이 필요한 경우’라는 조항을 만들어 적립금 용도제한을 사실상 없애 버렸다.

이후 문광부는 국가대표선수와 지도자에게 유인촌 장관이 격려금을 지급하며 적립금을 업무추진비처럼 쓰거나, 베이징올림픽 연예인응원단을 지원하는 등 방만하게 집행했다. 이에 감사원은 “적립금을 예산·기금과 별도로 운용하기 때문에 국회 예산안심의에서 삭감된 사업에 적립금을 지원하거나 예산에 편성된 사업에 추가로 적립금을 지원하는 등 재정운용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훼손시킨다”고 지적했다.

시행 초기에는 적립금의 규모가 10억원 정도로 작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스포츠토토 수익금등이 해마다 급증하면서 적립금 규모도 급격히 늘었다.

적립금이 늘자 예산집행 금액 역시 대폭 늘었다. 적립금 집행금액은 2006년 81억원, 2007년 105억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9년 309억원으로 3배 가까이 폭증했다. 여기에 지난해 적립금은 총 104개 사업에 약 624억정도를 지원하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투명공개 정보센터에 따르면 지원 금액이 가장 큰 사업은 ‘글로벌 스포츠리더 육성 사업’으로 총 47억원이 쓰였다. 또 ‘글로벌 태권도 인재양성’으로 26개 해외문화원 및 재외공관에 26억 29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지원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즉 본래의 적립금 사용 목적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예산이 홍보비 등으로 쓰이면서 집행 목적이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 것.

방만 집행 졸속처리

이처럼 적립금은 문광부장관의 결재만으로도 집행되고 예산에도 포함 되지 않는 ‘눈 먼 돈’으로 불리며 여기저기에 퍼주기식 예산낭비로 지속적으로 지적을 받아왔다. 문제는 적립금 방만 집행과 졸속 처리의 비난에도 이러한 관행이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적립금의 집행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다”며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적립금 사용 내역에 관한 사전 심의와 함께 투명한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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