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수상한 해외부동산 거래’ 오해와 진실 셋

2011.08.02 09:00:34 호수 0호

수상한 냄새‘만’ 맡다 생사람 잡았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최근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보유한 해외부동산 관련 기사가 신문 지면을 메우고 있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 부동산을 넘겨 세금을 포탈하려 했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과정에서 기존 언론보도와 다른 사실들이 속속 드러났다. 장 회장 해외부동산 사건의 오해와 진실을 추적 취재했다.

그룹 총수가 18억원짜리 부동산 세금 안내려 ‘작업’?
한국은행에 이미 신고…세급 납부 의지 확고했던 것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내용은 이렇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지난 2008년 5월 뉴욕 웨스트 57번가에 위치한 콘도를 매입했다. 이 콘도는 다음날 39F1 PROPERTY LLC란 회사로 0달러에 매각됐다. 이 회사의 유일한 주주는 ‘해피갤럭시’다. 이 법인의 소재지는 영국인근의 ‘맨섬’이라는 국가다. 맨섬은 세법상 금융소득이나 법인에 대한 세금이 없으며 특히 상속세가 없어 조세피난처로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정황을 미뤄볼 때 장 회장이 탈세를 목적으로 ‘수작’을 부렸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수상한 냄새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실제론 어떨까.



#오해1 콘도 아닌 아파트 한 채
 
장 회장은 지난 2008년 미국에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에 소재한 대학을 졸업한 장 회장이 미국인 동창 등 지인을 만나거나 출장을 갈 경우 비싼 호텔비를 절감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콘도를 구입했다고 돼 있다. 이는 호화콘도를 구입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미국에서 콘도는 ‘객실단위로 분양하는 형식의 공동주택’을 의미한다.

실제, 장 회장이 구입한 ‘콘도’는 32평의 아파트 한 채다. 한국과 달리 베란다 등 서비스면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평수는 한국 25평 아파트 정도에 해당한다.

매입가는 세금을 포함해 약 200만달러. 당시 환율이 93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18억원에 해당한다. 재계를 대표하는 그룹의 총수가 고작 18억원짜리 부동산에 부과될 세금을 빼돌리기 위해 이같은 일을 벌였다는 건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오해2 현지서는 합리적 방법

게다가 문제의 아파트는 장 회장이 직접 구입한 게 아니다. 자산운용 전문회사인 메릴린치의 자문을 받고 부동산신탁 방식으로 매입했다. 미국의 부동산법과 제도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장 회장은 메릴린치부동산신탁의 신탁자 신분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고령의 외국인이 현지 부동산을 신탁 구입할 경우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치해 운영하는 게 합리적인 절세방안이다. 부동산 소유자가 사망해 부동산이 상속될 경우 상속세를 미국과 한국 양측에 내야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사실상 ‘땡전 한 푼’ 건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당시 장 회장의 나이는 73세로 암수술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장 회장의 ‘수상한 거래’는 행여 모를 이중 과세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였던 셈이다.

그리고 문제의 법인 ‘해피갤럭시’는 메릴린치의 자회사다. 이 회사는 맨섬에 법인을 만들어 아파트의 명의를 옮겼다. 결국 장 회장 자신의 재산을 스스로에게 넘긴 것이다. 0달러에 아파트를 넘긴 배경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오해3 탈세? 한국은행에 신고

사실 장 회장의 해외부동산과 관련된 논란은 지난 2009년 이미 신문 지면을 도배했다. 재미블로거인 안치용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이 같은 내용을 폭로하면서다.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이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건 안씨가 최근 기존의 내용에 “법인의 유일한 주주가 조세피난처인 맨섬의 법인”이라는 사실을 추가하면서 탈세 의혹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인 결과, 장 회장은 아파트 구입 전 자금 18억원이 미국으로 나가는 것을 이미 한국은행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금을 납부할 의지가 확실했던 셈이다.

안씨가 애경 측에 사실 확인만 했더라면 해프닝으로 끝났을 문제다. 그러나 이 과정을 생략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한발 더 나가 안씨는 국세청에 조사를 촉구하는 성급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해외부동산 건에 대한 국세청 조사는 이미 종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는 2009년 언론보도 이후인 2010년 상반기에 진행됐으며 국세청은 부동산거래가 적법하게 진행되었다고 판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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