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묻지마’ 엽기 살인범에 무기징역

2011.07.27 13:45:00 호수 0호

“내 전처와 뒷모습이 닮아서…”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한 개그맨이 “아~무 이유 없어”라고 외친 한마디가 웃음을 자아내며 유행으로 퍼진 적이 있었다. 문제는 이제 범죄 유형도 아무 이유 없는 ‘묻지마 범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월경 길 가던 한 여성이 원한도 친분도 없는 한 남성에게 이유 없이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해 세간에 충격을 던져줬다. 하지만 여기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 나왔다.

가출한 아내에 분노 누적되며 묻지마 범행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무자비하게 살해

일면식도 없이 그저 길 가던 여성을 살해한 묻지마 살인사건이 지난 6월에 발생하자 시민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이에 지난 20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재호)는 뒷모습이 가출한 옛 부인과 닮았다는 이유로 모르는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55)씨에게 무기징역과 함께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무고한 시민이 생면부지의 사람에 의해 살해당할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 책무이자 존재이유”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선고했다. 이에 기승을 부렸던 묻지마 범죄가 점차 사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아~무 이유 없어!

그렇다면 사건 당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살인범인 전기공 이씨는 지난 1998년 김모(당시 43세)씨와 결혼했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해오던 김씨는 남편 이씨의 잦은 음주와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작년 11월경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갔다.

이듬해인 올해 5월경 김씨는 광주에 있는 동생 주거지로 주민등록을 옮겼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14년간 결혼생활 파탄의 허무함과 함께 김씨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느꼈다.

이에 지난 6월 무렵 이씨는 아내 김씨에 대한 배신감을 넘어 김씨의 가출 후 누적된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부엌 서랍을 열고 칼을 꺼내 들었다.

상의 주머니에 칼을 넣은 김씨는 아무 여자나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후 집을 나섰다.

지난 6월 2일 오후 6시쯤께  혼자 지내던 서울 광진구 구의동 집 인근 골목길에서 이씨 앞을 걷고 있던 피해자 류모(32‧여)씨를 발견했다. 이날 류씨는 퇴근하고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씨는 주머니에 넣었던 칼을 꺼내 류씨 바로 뒤로 접근했다. 순간 분노가 폭발하며 있는 힘껏 피해자의 등을 칼로 찔렀다.

이에 소리 지르며 도움을 요청했던 류씨는 쓰러졌다. 칼날은 류씨의 갈비뼈를 절단한 후 폐까지 약 4㎝정도 들어갔고, 이로 인한 과다출혈로 류씨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11월에 가출한 아내가 전화도 받지 않자 적개심에 지나가다가 여자들을 보면 전부 다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술을 마시고 나왔는데 뒷모습이 아내를 닮은 류씨를 보자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며 “홧김에 찔렀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자신과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을 단지 전처와 뒷모습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살해한 묻지마 살인으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단 하나뿐인 생명을 잃게 되었고, 그 유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되어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참담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밝혔다.

무고한 시민 위협에 경종

이어 “피고인은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법정에서의 진술태도에 비추어 자신의 범죄를 진심으로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의 범행동기 및 피고인의 성행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재범의 위험성도 있다고 보인다”며 “위와 같은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인을 이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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