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보험판매소에 한통의 공문이 날아들었다. 이를 집어든 영업직원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보험료가 3~25%나 인상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다. 인상률이 통상 3~8%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판매점이 발칵 뒤집어 졌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 가지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박석희 한화손보 사장이 내부정보를 이용,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게 아니냐는 게 바로 그것이다. 보험료 인상과는 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 의혹이 제기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박 사장이 공문이 전달된 날짜와 맞물려 자사주를 매입한 때문이다.
6월부터 보험료 3~25% 대폭 인상…공지 안해
박 사장, 미공개정보 이용해 주식 매입 의혹도
서울 모처에 위치한 한 보험판매점에 한화손보 기획관리팀으로부터 공지가 하달됐다. 6월부터 보장성 보험료가 인상된다는 내용이었다. 한화손보는 가격이 인상 되리란 점을 강조하며 이 달 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보험업계에서 보험료 인상은 거의 매해 이뤄진다. 그럼에도 이번 한화손보의 가격인상이 주목을 받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인상률이 무려 3~25% 달하기 때문이다. 보험료 인상폭이 통상 3~8%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인상 언급 고객 확보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관계자는 “업계에서는 5%인상도 굉장히 큰 수치다”라며 “전례에 없던 대폭 인상에 보험판매점 관계자들도 매우 놀라는 눈치”라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보장보험의 납부기간은 통상 20~30년이다. 매달 10만원씩 20년을 납부할 경우 인상 전 납부해야 할 금액은 모두 2400만원. 하지만 25% 인상률을 적용하면 보험료는 3000만원까지 오르게 된다. 한 달 새 보험료가 무려 600만원이나 껑충 뛰어오른 셈이다. 납부기간을 길게 잡을수록 인상폭은 더욱 커지게 된다.
한화손보는 암 관련 지급 금액도 하향 조정했다. 5월까지 일반암의 30%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하던 갑상선암의 지급률은 20%로, 일반암의 20%를 지급하던 소액암의 지급률은 10%까지 낮아졌다. 문제는 갑상선암의 경우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일반암과 동일하게 취급됐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배상책임 공제금액도 2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됐다. 일상생활에서 대인이나 대물에 대해 배상 책임이 생길 경우 2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지급해주겠다는 것. 20만원 이하의 손실에 대한 책임을 고객에 떠넘긴 셈이다.
암 관련 지급금액과 배상책임 공제금액의 경우 보험료가 인상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객에 대한 혜택을 줄여나가는 식으로 편법인상을 한 셈이다. 그럼에도 한화손보는 고객에 어떤 공지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손보가 이처럼 대규모의 보험료 인상을 단행한 까닭은 쉽게 짐작이 가지 않는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제일화재와의 통합 과정에서 퇴직한 직원들의 퇴직금 등 통합비용 지출로 2009회계년도에는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0회계년도에는 급성장하며 안정세에 들어섰다. 여기에 제일화재와의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손보 측 관계자는 “통계로 미래를 예측해서 보험료를 산출하는데 기존 항목의 실제 손해율이 안 좋아서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업계에서는 여전히 고개를 가로 젓고 있다. 3~25%인상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 일뿐”
이 문서가 각 판매점에 전달된 건 지난달 18일. 공교롭게도 박석희 한화손보 사장이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한 날과 맞아떨어진다. 박 사장은 지난 17일과 18일 각각 3400주, 5600주씩 총 9천주(약 8000만원)를 사들였다. 책임경영 일환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입장이지만 세간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우연치곤 타이밍이 지나치게 절묘한 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부정보를 이용, 주식을 사들여 부당이득을 챙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미공개정보 이용행위로 인한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게 된다.
이에 대해 한화손보 측 관계자는 “우연히 날짜가 맞아떨어진 것 뿐 이번 인상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며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