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판결]이성교제 반대 조부모 살해범 중형

2011.05.20 19:36:34 호수 0호

"여자친구 만나지 마라" 꾸중에 낫 휘둘러

이성교제를 반대하는 조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2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결과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유죄의견을 내놨고, 범행수법이 잔인해 중형이 불가피하다는 재판부의 판단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존속살인임은 물론 조부모를 살해한 후에도 화풀이를 하듯 시체를 훼손해 더욱 충격을 줬다. 앞길이 창창했던 20세 청년의 잔혹한 그날의 범행을 판결문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만장일치 유죄의견
계획범죄에 범행 수법 잔인해 중형 불가피 해
   

청주지방법원 제21형사부(박병태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이성교제 등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조부모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모(20)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존속살해죄를 적용, 징역 2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임씨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조부모인 임모(67)씨와 김모(76·여)씨로 인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귀게 된 여자친구에게 신체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모친을 비롯한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갈등을 겪게 됐다.

영화보다 독한 살인

이씨는 사건 발행 하루 전날에도 여자친구 문제로 어머니와 말다툼을 벌였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반대하니 여자친구와 헤어져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에 범행을 결심했다. 집안 어른인 조부모를 없애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결국 이씨는 지난해 12월12일 새벽 4시께 충북 보은군 보은읍에 위치한 자신의 집 주방에서 과도를 꺼내 상의에 집어넣고 집을 타와 택시를 잡아타고 조부모의 집으로 향했다.

같은 날 새벽 4시30분께 조부모의 집에 도착한 임씨는 담을 넘어 집 안으로 들어갔고, 뜰에 있던 낫과 몽둥이를 가지고 현관문을 통해 집 안으로 침입했으며, 주방을 돌며 식칼 2개를 가지고 나와 미리 현관 입구에 놓아두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임씨가 범행을 위해 조부모가 잠들어 있는 방문을 열자 인기척을 느끼고 잠에서 깬 할머니 김씨가 "왜 낫을 들고 있느냐?"고 물었고, 임씨는 할머니의 물음에 대꾸도 없이 가지고 있던 낫으로 김씨의 가슴 부위를 내리 찍었다.

이른 새벽 때아닌 소란에 할아버지가 잠에서 깨어나자 임씨는 들고 있던 몽둥이로 그의 머리를 내리쳤고, 이에 할아버지는 이불을 들고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이때 이미 임씨는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할아버지의 저항에 마당에서 가져온 대나무 막대기로 피해자를 수회 찌르고 때리면서 마당으로 끌고 나와 또 다시 낫을 휘둘러 할아버지의 팔을 절단했다.

이어 할머니가 현관 앞으로 기어 나오면서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자 그곳에 미리 놓아둔 식칼을 집어 들어 할머니의 가슴, 등, 머리 등을 수회 찌르고, 이미 숨진 할아버지에게 다시 다가가 실칼로 가슴 부위를 수회 찌른 후, 안 뜰에 있던 톱을 가지고 와 그의 목 부위를 잘랐다. 공포영화보다 잔인한 수법으로 조부모를 살해한 것.

수법 너무 잔인해 중형 

임씨는 범행 후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새벽 5시께 사람들의 눈을 피해 4km가 넘는 하천길을 따라 집에 도착해서는 신발을 방안에 숨겨놓고 피 묻은 옷과 손을 씻으려다 뒤쫓아 간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경찰은 이웃주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고, 탐문 과정에서 범행현장까지 임씨를 태워준 택시를 찾아내 곧바로 검거에 나선 것이다. 

임씨는 검거된 이후에도 뻔뻔한 모습을 보여 경찰들을 아연실색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해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유를 밝히지 않아 경찰의 애를 먹였고, "졸린데 잠 좀 자야겠다"고 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

시종일관 묵비권을 행사하던 임군은 하루가 지나기 전 범행일체를 털어놓은 뒤 "할머니, 할아버지께 죄송하다. 모든 것이 후회스럽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이번 범행은 피고인이 미리 피해자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인 조부모들이 잠자고 있는 새벽에 피해자들의 집에 침입해 칼과 낫 등으로 수회 찌르거나 신체를 고의로 손상시켜 살해한 것으로 범행방법이 잔혹하고, 피해자들이 입었을 정신·육체적 고통이 매우 컷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은 인륜에 크게 반하는 것으로 그 죄질과 범정이 대단히 나빠 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 측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우울증 등에 따른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하지만 정신감정결과 정상인 점, 정상적인 학교생활 등 원만히 생활한 점, 범행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기억하고 있는 점 등에 미뤄 피고인이 범행 당시 정신질환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이고,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 그 밖에 기록에 나타나는 피고인의 나이, 성행, 가정환경 등 제반 양형조건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