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하나면 충분해

2017.04.03 09:36:49 호수 0호

에리사 저 / arte / 1만4000원

우리는 너무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산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의 적정량은 어느 정도일까? 트렁크 하나에 내 소중한 물건을 담을 수 있다면, 그 정도만큼 소유하고 산다면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홀가분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니혼블로그무라 1위 미니멀리스트인 에리사는 어린 시절 이런 생각을 했지만 스무 살이 넘은 어느 날 수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너무 무겁게 느껴져 물건을 버리기 시작했다. 버리고 줄이고 비우는 과정을 솔직하게 블로그에 올렸고 일본에서 주목받는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 비우고 나니 비로소 행복해진 저자의 미니멀라이프 실천 과정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옷 18벌, 식기 7가지, 구두 5켤레…. 물건으로 가득했던 공간에 최소한만 남으니 여백이 생기면서 오히려 삶의 여유가 늘었다.
저자는 단순히 소지품을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미용, 생활, 인간관계, 디지털 정보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부분에서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한 노하우를 전한다. 오늘부터 당장 실천하고 싶게끔 쉽고 편안한 방법을 소개한다. 실천해 나가면서 느낀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적어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물건을 버릴수록 자신에게 소중한 물건만 남는다. 쓸데없는 물건이 사라지자 자신의 삶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비로소 진정한 나다움에 가까워질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이 넘쳐나는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어느 순간 물건에 공간을 점령당하며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쓴다. 저자는 ‘언젠가의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위해 시간과 공간을 쓰라고 말한다. 시간도 공간도 돈도 유한한데 사용하지 않는 물건에 공간을 내주는 것은 낭비인 셈이다. 어느새 집의 주인이 되어버린 물건을 줄이고 버리다 보면 잡동사니가 사라진 공간은 하얀 캔버스와 같다. 그곳에 어떤 꿈이든 그릴 수 있게 된다.
홀가분하게, 심플하게 살고 싶어 물건을 정리하고 싶지만 버리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추억 때문에, 아까워서,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서 버리지 못한다. 어떻게 소중한 것만 남길 수 있을까? 눈에 띄면 마음이 편안한지, 나를 빛내 주는 것인지,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일단 물건과 진지하게 대면해보자. 옷을 줄이기로 마음먹은 저자가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그 옷 입으면 편안해?”였다. 그 질문 하나로 60벌 되는 옷 중 20벌이나 버렸다.
저자가 미니멀리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스무 살 무렵이다. 10년이 흐른 어느 날 업무상 1개월 단기유학을 떠나게 되었다. 그때 트렁크 하나에 자신의 생활용품을 다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 열심히 물건을 버려 트렁크 하나에 쏙 들어갈 만큼 소중한 물건들만 남겼다. 물건들과 진지하게 대면한 후 자신에게 무엇이 소중한지도 알게 되면서 삶의 중심이 분명해졌다고 고백한다.
삶이 심플해진다는 것은 한정된 에너지를 낭비 없이 활용하는 것이다. 쓸데없는 물건, 관계, 정보는 버리고 정말 소중한 것만 가지고 살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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