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가수 A군, B방송사 프로그램에 안보이는 이유

2011.04.27 09:27:17 호수 0호

‘나가고 싶으면 OOOO부터 정리하고 와’

최근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인기 가수 A군. A군은 지상파 방송뿐 아니라 케이블 방송에서도 얼굴을 자주 비치고 있다. 하지만 유독 B 방송사 프로그램에서는 얼굴을 보기 힘들다. 연예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패키지 출연’이 문제”라고 말한다. ‘패키지 출연’은 암암리에 성행했던 것으로, 방송가의 관례로 알려져 있다.


가수 A군 B방송사 프로그램 출연 제의 거절…방송사 근처 얼씬 못해
A군 매니저 “내 가수가 당하고 나니 황당, 문제 커지는 것 원치 않아”

지난 4월초 몇몇 가요 관계자들이 모 방송사 앞에 모여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관계자가 인기가수 A군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A군이 B방송사 모 프로그램 출연 제의를 거절한 뒤 B방송사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가수 A군의 매니저 D실장은 “B방송사 모 프로그램에서 출연 섭외가 왔었는데 거절했더니 B방송사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B방송사 모 프로그램 출연을 거절하면서 B방송사 음악프로그램에 출연이 무산됐다는 주장이다.

암묵적인 거래 존재
“보복이 클 줄 몰랐다”

D실장은 “‘패키지 출연’이 관행으로 이어져 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내 가수가 당하고 나니 황당했다”며 “보복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지만 어떻게 큰소리 치겠는가. 취재는 여기서 멈췄으면 한다. 괜히 A군의 이름이 나돌아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예계 일각에서는 이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방송사와 가요기획사간의 암묵적인 거래가 존재한다. 가수들이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선 자사 예능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춰야 하는 일명 ‘패키지 출연’이다.

신인 가수 E양은 모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 섭외에 불응하자 이 방송사의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했다. E양의 매니저는 그 이유를 “예능프로그램 섭외를 거절해서”라고 단정했다.

또 신인이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하려면 같은 소속사의 유명 연예인이 다른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 매니저는 “신인 가수 G양의 음악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같은 소속사 유명 가수 K군이 이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고 말했다.

 가수 E양 예능프로그램 섭외 불응…음악프로그램도 출연 못해
“앞으로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배짱 있는 가수와 기획사 없어



DJ DOC 이하늘은 가요계 병폐 ‘패키지 출연’을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이하늘은 2010년 10월1일 트위터에 “SBS <인기가요> 제작진이 ‘자사 토크쇼 <강심장>에 출연하지 않으면 <인기가요>에 출연시켜주지 않겠다’고 했다”는 글을 올려 ‘패키지 출연’이라는 비정상적 관행을 꼬집으며 <인기가요>를 향해 집중 포탄을 날렸다.

당시 SBS 측은 “출연자 스케줄이 이미 차 있어서 DJ DOC의 출연을 한 주 미룬 것일 뿐인데 오해한 것 같다”며 “<강심장>과 연계해서 SBS 가요프로 출연을 제지한 것이라면 과연 가능하겠냐”고 반문하며 일단락 했다.

당시 문제가 된 <강심장>은 20명 안팎의 연예인들이 출연해 토크를 하는 프로그램. 비슷한 토크쇼로 KBS2 <스타골든벨>, MBC <세바퀴> 등이 있다. 방송가에선 이런 프로그램과 음악프로그램 출연을 연계시키는 이른바 ‘패키지 출연’이 끊임없이 돌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수 매니저는 “KBS2 <뮤직뱅크>에 출연하려면 <스타골든벨>에, MBC <쇼! 음악중심>에 출연하려면 <세바퀴>에, SBS <인기가요>에 출연하려면 <도전 1000곡>에 나가야 한다”며 “음악프로그램 관계자는 ‘나가고 싶으면 OOOO부터 정리하고 와라’고 귀띔한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뉘앙스만 풍긴다”고 털어놨다.

공중파 음악프로그램
갑으로 군림하고 있어

그는 이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으면 해당 가수만 음악프로그램에 못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한솥밥을 먹고 있는 신인 가수들까지 출연 기회를 잡지 못한다”며 “따라서 이런저런 피해가 올까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스타 가수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춘다”고 현실 상황을 토로했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도 가수들이 예능에 볼모로 잡혀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수많은 가요기획사들이 난립하는 현실에서 톱 가수들조차 자신이 설 무대를 찾기가 힘든 현실이다. 여기서 공중파 음악프로그램은 갑으로 군림하고 있다. 음악방송 출연에 외부적인 요건이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가요 관계자들이 알고 있다.

이 관계자는 “요즘 음악프로그램들이 제대로 된 가수를 키운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변질했다”며 “세기를 이끌 만한 뮤지션이 배출 안 되고 있는 건 음악프로그램이 가수들을 예능의 볼모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패키지 출연’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앞으로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 같다. ‘패키지 출연’을 제안하며 출연자를 줄 세울 것으로 보인다”며 “중견 가수들이 나서서 꾸준히 발언해주지 않는 이상 가요계는 변화되기 힘들다. 음악방송 PD에게 대항할 배짱 있는 가수와 기획사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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