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출판계 거목’ 박맹호 민음사 회장

2017.01.25 16:43:25 호수 1099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민음사를 50여년간 이끌어온 ‘출판계 거목’ 박맹호 회장이 지난 22일 오전 타계했다. 향년 84세.



1933년 충북 보은 비룡소에서 태어난 박 회장은 1952년 서울대 문리대 불문과에 입학했다. 1953년 시사지 <현대공론> 창간 기념 문예 공모에 단편 <해바라기의 습성>을 응모해 당선됐다.

박 회장은 1966년 서울 종로구 청진동 사무실에서 민음사를 창립했다. 올곧은 백성의 소리를 담는다는 뜻의 민음사는 50여년간 굴곡 많았던 출판 역사와 그 궤를 같이했다.

1973년 박 회장이 처음 펴낸 <세계시인선>은 원문 번역을 시도하고 최초의 가로쓰기를 도입했다. 다음 해에는 <오늘의 시인 총서>를 펴내 김수영, 김춘수, 고은, 박재삼 등을 소개하며 시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박 회장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따라다닌다. 1977년 한수산(부초) 작가를 시작으로 <머나먼 쏭바강>의 박영한 작가, <사람의 아들>의 이문열 작가를 스타로 만든 ‘오늘의 작가상’은 응모 원고를 심사해 선정한 최초의 문학상이었다.

향년 84세 노환으로 별세  
“출판수준 끌어올려” 평가


박 회장은 새로운 시도로 출판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월 현재 346권까지 나온 <세계문학전집>이 대표적이다.

민음사 창립 30주년을 맞아 1995년부터 기획된 <세계문학전집>은 영미, 서유럽 중심이었던 기존 문학 전집과는 달리 제3세계, 여성 작가에게까지 눈을 돌려 다양한 작품을 소개했다.

박 회장의 별세 소식에 출판, 문화계 인사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박 회장과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고은 시인은 지난 23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이 세상에서 와서 벗이 없는 삶은 헛된 삶이다. 그런 벗의 첫자리에 박맹호 선생이 계신다”며 추모했다.

윤철호 한국출판인회 회장은 “박맹호 회장은 오직 한길, 책을 사랑하고 만들고 사라져간 영원한 출판인이었다”며 “평생을 통해 우리 출판계의 토양을 풍요롭게 일궈왔으며 책이 사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고인에 대해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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