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김기춘, 제 버릇 개 못 준다

2016.11.22 10:55:23 호수 0호

지난 2005년 1월20일 육영수 여사 피격 관련 문서가 공개되자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이 당시 신직수 중앙정보부장의 법률 보좌관으로 범인 문세광에 대한 조사에 참여했었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당시 한나라당 의원)을 상대로 전화 인터뷰를 실시한다.



당시 사회자가 김 전 실장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1974년 사건 당시 문세광 조사 작업에 직접 참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작업을 한 건가.”

다음은 김 전 실장의 답변이다.

“당시 보좌관으로서 8‧15광복식장에서 그 사고가 나자 문세광이 정보부 수사팀에 인계돼서 왔는데, 심문을 받고도 그 다음날 8월16일 오후 5~6시경까지도 묵비하고 일체 질문에 답을 안했다. 그러니까 당시 부장께서 나에게 혹시나 하고 한번 수사팀에 합류해서 말문을 열도록 한번 심문을 해보라고 해서 문세광에게 질문하게 됐다.”

아울러 김 전 실장은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작품 <재칼의 날>로 문세광의 자백을 이끌어냈다고 덧붙였다. 참으로 황당무계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왜 그런지 당시의 실상을 살펴보자.


사건 발생 직후 김일두 당시 서울지검장을 본부장으로 수사본부가 설치된다. 아울러 김 본부장은 문세광의 자백을 근거로 당일 즉 8월15일 밤 11시30분에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범인은 재일교포 문세광이며 범행에 사용된 권총의 출처와 입국 시 권총을 트랜지스터 라디오에 숨겨 들여온 사실 또한 일본인 요시이 유키오 명의의 여권 사용에 대한 자백, 아울러 범행 배후와 동기에 대해 집중수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어 8월16일 오전에 문세광의 사상성분과 학·경력, 그리고 가족 상황 등 세밀한 부분까지 자백 받았고, 또한 문세광을 행사장에 태워다 준 기사까지 조사하고 있다며 2차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문세광이 묵비권을 행사했고 또 최초로 문세광의 자백을 이끌어냈다는 김 전 실장의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 전 실장이 문세광과 처음으로 대면했다는 그 시점에는 문세광에 관한 수사가 상당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고 또한 일본 경찰도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사건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었다.

수사 진행 상황을 살피면 김 전 실장은 상기 사유, 즉 묵비권을 행사하는 문세광으로부터 자백받기 위해 수사 과정에 참여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신직수 당시 중앙정보부장은 무슨 이유로 김 전 실장을 수사에 참여하도록 했을까. 혹시 수사 방향에 관한 모종의 지침을 주었던 것은 아닐까?

여하튼 문세광이 자신의 단독 작품이라 고집했던 동 사건은 김 전 실장이 등장하면서 김일성이 등장한다. 또한 당시 신문을 보면 김일두 본부장이 아닌 ‘관계자’가 등장하면서 김일성의 직접 지시로 동 사건이 진행되었다 발표된다.

이 부분을 세밀하게 살펴보자. 과연 북한의 김일성이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을 지시했을까.

천만에다. 전 해인 지난 1973년 발생했던 김대중 납치 사건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었던 김일성이 권총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문세광에게 박 전 대통령 저격을 지시했다는 말은 그야말로 억지에 불과하다.

결국 이 일로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 시선에 ‘똑똑한 젊은이’로 각인되면서 과장급인 보좌관서 대공수사국장으로 파격 승진한다. 그리고 작금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김 전 실장이 배후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절로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입가에 맴돈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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