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자로 20억원 빼돌려 ‘비자금인가 아닌가’
제지업계 1위 한솔제지가 한바탕 곤욕을 치르고 있다. 200억원대의 회삿돈을 선물 투자로 몽땅 날린 뿐 아니라 수십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까지 휩싸인 때문이다.
검찰은 최근 거액의 회사 자금을 몰래 빼돌려 투자했다가 탕진한 한솔제지 전 부사장 정모씨를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같은 회사 전 자금팀장 신모씨와 짜고 2003년 7월 회사 자금 약 229억원을 빼돌린 후 무자격 채권 중개업자인 전 K증권사 대표 박모씨에게 맡겼다가 선물 투자로 6개월 만에 탕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한솔제지의 총 손실액은 지난해 연말 기준 272억원(이자 포함)으로 회사 자본금 2182억원의 12.4%에 달하는 규모다.
검찰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위탁 매매 전문 증권사인 K사의 2대 주주 박씨는 한솔제지의 자금 운용 차원에서 이뤄진 채권을 임의로 고위험 상품에 투자해 깡통 계좌를 만들고도 7년째 이를 숨겨오다 적발됐다. 여기서 문제는 한솔제지가 어떻게 7년간 200억원대의 회삿돈이 운용되는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지 못했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솔제지 측 관계자는 “유가증권은 큰 변동 사항이 없으면 관행상 기존대로 채권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때문에 회계 법인도 증권사에 확인 요청을 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비자금 조성 의혹도 떠올랐다. 지난 2003년 한솔제지가 박씨에게 위탁한 채권을 선물 옵션에 투자하면서 선이자 명목으로 받은 약 20억원을 빼돌렸는데 이 부분이 비자금일 것이라는 가정이다.
실제 검찰은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벌였으며, 지난해 12월15일 구속된 한솔제지의 신 상무로부터 “박씨에게서 선이자를 받아 한솔제지에 돌려주면서 회계 장부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받아낸 바 있다.
그러나 한솔제지는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나섰다. 한솔제지 측 관계자는 “200억원의 자금도 정상적인 회사 자금으로 여유가 있어서 채권 투자를 하게 된 것이지 그 외의 어떤 돈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