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판결]접대부 애인에 빌려준 돈, ‘증여’ 판결

2011.02.15 09:35:13 호수 0호

그러게 사랑은 아무나 하나?

아내와 사별한 40대 남성이 유흥업소 접대부와 교제 후 헤어지면서 교제기간 동안 건넨 2억7000여 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벌였지만 법원은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교제했던 여성이 해당 금액을 변제할 것을 약정했다고 볼 증거가 없어 ‘증여’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 우연한 기회에 유흥업소에서 만나 2년여간 사랑을 속삭였지만 애인의 변심에 화가 나 그동안 애인에게 들인 돈을 되돌려 받으려 한 40대 남성 스토리를 판결문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상처한 40대 남성 유흥주점에서 20대 여성 만나 교제 시작
교제과정서 2억7000만원 빌려주고 이별하자 돌려 달라
해당 금액 갚을 것 약정한 증거 없어 호의에 의한 증여 정당


수원지법 민사7부(재판장 배호근)는 임모(44)씨가 자신과 교제했던 유흥업소 여성 지모(29·여)씨와 그의 가족을 상대로 교제기간 동안 빌려준 2억7000여만원을 갚으라며 제기한 대여금 반환 소송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좋아서 줄 땐 언제고

지난 2007년 2월 아내와 사별한 임씨는 같은 해 5월,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 소재 유흥주점에서 당시 대학 졸업 후 그곳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던 지씨를 처음으로 만났다.

첫 만남에서부터 지씨에게 호감을 느낀 임씨는 이후 지씨를 계속 찾았고,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해 교제를 이어갔다.
2년여간 교제 관계를 이어오면서 임씨는 지씨에게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아무리 지씨가 좋더라도 지씨의 직업은 임씨에게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임씨는 지씨에게 유흥주점에 나가지 않고 자신만 만나는 것을 조건으로 2년간 약 7000여 만원을 송금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1억8000만원을 건네는 등 지씨가 필요하다는 곳에 돈을 쓰는 것을 아끼는 법이 없었다. 액세서리, 명품 가방 등 각종 선물에도 인색하지 않았고, 임씨에게 돈을 받은 지씨는 이 돈을 대부분 성형수술비, 학원등록비, 차량유지비, 오피스텔 관리비 등으로 사용했다.

특히 임씨는 지씨와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상당한 호감을 느끼고 있었고, 때문에 가족 모임이나 가족 여행에 지씨와 자주 동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남성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09년 6월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임씨는 지씨와 심하게 다퉜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의 사이는 점점 벌어졌다.

거리를 좁히지 못한 두 사람은 같은 해 10월 관계가 완전히 끝이 났고, 이 시점에서 임씨는 지씨에게 그동안 자신이 제공했던 대여금을 상환할 것을 요구했다. 2008년까지는 아무 문제없이 교제를 이어가던 임씨는 지씨가 다른 남성을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금원의 반환을 요구하면서 각서를 쓰도록 하기도 했다.

또 임씨는 2009년 6월 말경, 지씨로부터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소재 오피스텔의 보증금을 준다는 취지의 위임장 및 통장으로 받은 원금을 받는다는 취지의 자필각서를 작성하고, 이와는 별도로 990만원을 송금받기도 했다.
당시 임씨는 지씨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을 틈타 지씨를 상대로 335만원의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가 바로 소를 취하하기도 했지만 결국 임씨와 지씨는 법정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소를 제기할 당시 임씨는 지씨에게 돈을 제대로 돌려받기 위해 2009년 10월 자신의 집에서 지씨로부터 ‘통장 및 현금으로 받은 2억7000여만 원을 같은 해 11월6일까지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지불이행각서를 날인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씨는 지불이행각서와 관련, 임씨가 자신의 집에서 절취한 인감도장을 도용해 임의로 작성한 것으로 자신은 지불이행각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실제 지씨는 당시 수원 팔달구 인계동 주민센터에 주민등록증을 분실했다는 내용의 분실신고를 했고, 동시에 인감 도난을 원인으로 한 인감변경 신고서를 같은 주민 센터에 제출해 주장의 신빙성을 더했다.
결국 재판부는 정황상 지씨의 손을 들어줬다. 설령 지씨가 지불이행각서를 작성했다 하더라도 여러 사정 상 돈을 변제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

재판부는 “임씨가 지씨에게 7000여 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두 사람이 2007년 5월경 유흥주점에서 만난 이래 일시적으로 연락이 끊겼던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서로 계속 만남을 유지해 왔다”면서 “임씨는 지씨와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상당한 호감을 느껴 가족 모임이나 가족 여행에 자주 지씨를 동반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나아가 임씨는 금원 송금 외에도 지씨에게 장신구, 가방 등 각종 선물 공세를 퍼부었고, 지씨는 임씨로부터 송금 받은 돈의 대부분을 성형수술비, 학원등록비, 차량유지비, 오피스텔 관리비, 기타 생활비 등 단순 소비자금으로 사용한 사정 등에 비춰 임씨가 지씨에게 송금한 금원은 대여한 것이 아니라 호의에 의한 ‘증여’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헤어지자 돈 내놔라

특히 재판부는 “임씨가 지씨가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지불이행각서는 임씨가 지씨와 교제하면서 호의로 돈을 주고도, 임씨와의 관계 청산을 요구하는 지씨와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또는 그 관계 청산의 대가를 지급받기 위해 작성 받았을 가능성이 커서 지씨의 진정한 의사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지불이행각서에 기해 지씨에게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지씨에게 들어간 돈 일부가 지씨의 가족들에게도 쓰였으므로 지씨 가족들이 연대 지급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임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씨 가족들이 금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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