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올라 화병날 지경”, 한국만 있다는 그 질병

2011.02.02 09:30:00 호수 0호

<화병> ‘몸이 아픈 우울증’“감정표현 억제하는 문화에서 비롯돼”

“물가 올라 화병날 지경이다”
최근 배추 값 상승 등 농수산물과 생필품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주부들의 탄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18일 이명박 대통령의 제50차 라디오 연설에서는 한 주부가 “물가가 너무 올라 화병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해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를 정부가 철저히 챙길 것이라고 답했다.

물가상승 뿐 아니라 어려운 취업, 주택 마련의 어려움 등으로 현대인들은 늘 막연한 긴장감과 우울증, 화병을 앓을 정도라고 호소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화병은 과거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에서 흔한 병이라고 여겨졌던 병이지만 알고 보면 여러 가지 사회문제 등으로 지금 우리 곁에서 더 많이 발견하게 되는 ‘현대병’이라 할 수 있다.

순천향대학교병원 정신과 한상우 교수는 ‘화병’을 ‘몸이 아픈 우울증’이라고 설명했다.
흔히 두통, 근육긴장, 가슴이 답답하고 조여드는 증상과 같은 신체증상을 주로 호소하는 경우 우울증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여기게 되지만 실제로 우울증 환자들이 이러한 신체증상을 호소하면서 1차 진료기관을 방문하는 경우가 흔하다.

우울증은 다른 병과 마찬 가지로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중요한데 이것은 병의 예후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즉 조기치료가 좋은 병의 예후와 관계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에서 가장 흔한 정신 장애인 우울증이 조기에 치료되지 못하는 이유가 다양한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한국형 우울증의 특성 때문이라는 것.

한상우 교수는 “신체증상이 더 많이 나타나는 한국형 우울증의 원인은 감정표현을 억제하는 전통적인 문화를 들 수 있다”며 “전통적인 한국 가정에서 오랫동안 시집살이나 가장의 역할을 하다보면 오랫동안 쌓인 분노, 화, 그리고 스트레스 등이 쉽게 신체적 증상으로 표현되는 일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에 미숙하다보니 불안과 우울을 표현하는 어휘를 사용하는 일이 미숙해지고 이는 자신의 고통을 심리적인 용어로 의사소통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

한 교수는 “화병은 한국에만 있는 진단명”이라며 “이러한 것을 문화관련 증후군이라 하는데 미국정신의학회(1984년)에 보고될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그 특이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병은 한국 인구의 4.2%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하다고 한다.
한 교수는 “화병의 특징적인 신체증상들은 가슴이 치밀어 오른다, 머리가 띵하고 무겁다, 가슴이 답답하다 등의 증상과 우울 및 불안의 증상들이 동반된 특이하고 독특한 정신과적 증후군이다”고 전했다.

보통 화병은 여성에게 많고 발병기간은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화병을 생기게 하는 원인으로 가족 내의 갈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가장 많지만 그 외에 사회적인 문제, 개인적인 갈등 등의 다양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다.

화병은 물론 치료도 중요하지만 치료보다는 예방이 더 중요하다.

화병 예방의 첫 번째 원칙은 스트레스를 장기간 가지고 있지 말아야 한다. 또 다른 스트레스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해 바로 화를 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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