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쉽고 편리한 창업 방식은 인수창업?

2011.02.02 09:40:00 호수 0호

무조건 새로 만든다고 성공확률 더 높아지지 않아

해외에 나갈 때면 언제나 현지에서 가장 큰 서점에 들러, 창업과 관련된 책들을 살펴보곤 한다. 다양하게 만들어진 창업 또는 Small Business 관련 서적들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양적으로야 큰 차이가 나는 건 아닐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욕심나는 책이 많아 참 부러울 때가 많았다.

필자가 해외에서 사 온 창업관련 책들을 살펴 보면 항상 눈에 띄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Buying an Existing Business”라는 부분이다. 또 어떤 책은 “Build it, or Buy it?”이라는 주제로 하나의 장(chapter)를 구성하고 있는데, 이 말 뜻은 “직접 만들까, 아니면 살까?”라고 해석된다.

이 부분들은 모두 ‘인수창업’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형식의 창업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조차 잘 모르겠다. 그저 오래 전부터 ‘인수창업’이라는 말이 쓰여 온 것으로 보여서, 필자도 그냥 ‘인수창업’으로 부르곤 한다.

‘인수창업’의 의미는 간단하다. 창업을 할 때, 그것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운영하고 있던 점포 또는 매장을 매입해서 창업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실제로 수많은 점포들이 거래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매장을 사는 사람들은 분명 창업하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이렇게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인수창업’에 대해서 그 어디에서도 가르쳐 주는 곳이 없다는 것. 분명 어제도, 오늘도 다른 사람이 운영하던 점포를 사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도 궁금한 것들이 많았을 것이다. “권리금은 얼마나 줘야 하나?” “점포가 마음에는 드는데 이전 사장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등등.

그런데 아무데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관행대로, 또는 중개업자의 말대로, 때로는 이전 사장이 부르는 대로 값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면, 아니 몇 일만 지나서도 크게 후회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 것으로 듣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해외 창업 서적들은 이러한 창업방식을 대부분 책의 맨 앞 부분에서 다룬다. 왜냐하면 가장 쉽게 창업할 수 있는 방식이 바로 ‘인수창업’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도 있지만, ‘인수창업’은 이미 운영되고 있는 점포의 장단점을 파악한 채로 창업을 하는 것이기에, 완전히 새 판을 짜야 하는 독립창업이나 가맹점창업보다도 훨씬 덜 위험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인수창업’에 대해서 좀더 관심을 가져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누가 창업을 했든 많은 정성을 들여서, 전문가의 조언도 받아 가면서 만들어졌을 ‘점포’다. 점포를 내 놓은 이유는 분명 장사가 잘 안 돼서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문을 닫아야 하는 점포인가를 생각해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닐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그렇다. 사장의 능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종업원 채용을 잘못 해서일 수도 있다. 경쟁점포를 너무 우습게 봐서일 수도 있고, 너무 마케팅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장사가 안 됐던 이유는 참으로 다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인수해서 새롭게 시작한다면 또 얼마든지 잘 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사업인 것이다.

‘인수창업’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점포(사업체)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주인을 찾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유독 점포를 닫아 버린다. 새로운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그래서 5년 10년씩 오랫동안 지속되는 점포들이 별로 없는지도 모르겠다.

‘인수창업’은 바로 이러한 점포(사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점포들은 얼마든지 다시 살아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인수창업’ 시장이 활성화 될 필요가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러한 ‘인수창업’ 시장이 스스로 정비되고, 스스로 변화될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정부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매각하려는 점포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하고, 적정한 권리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점포를 중개하는 사람들도 좀더 사명감을 가지고 오랫동안 점포 전문가로 살아 갈 수 있는 시장환경을 만들려고 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이 갖춰지려면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할 때인 것이다.

부동산 거래만을 활성화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점포 거래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모든 자영업자가 벤처 기업가가 될 필요는 없다.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창업할 수 있는 기회도 정부가 열어주었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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