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T캡스 전 직원, 현금수송차서 5억원 턴 사건 전말

2011.01.11 09:18:23 호수 0호

문제의 직원 전과 있어도 문제없이 채용
퇴직 시 유니폼 반납 원칙도 지키지 않아

보안업체 시큐리티 코리아 직원들이 식사를 마치고 온 20분 사이, 길가에 세워둔 현금수송차량에서 현금 5억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시큐리티코리아는 새하얗게 질렸다. ‘생돈’ 5억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건 발생 3일 만에 범인들이 붙잡혔다. 시큐리티코리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정작 ADT캡스가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범인이 ADT캡스의 전 직원인 것으로 밝혀진 데 따른 것이다.



현금 탈취 사건은 지난해 12월31일 오후 1시30분쯤 구미시 부곡동 구미1대학 긍지관 앞 도로에서 발생했다. 범인들은 보안업체인 시큐리티코리아의 현금수송요원 3명이 모두 식사하는 20분의 틈을 이용했다.

범인은 도구를 이용해 현금수송차량의 문과 금고를 열었다. 3중 잠금장치가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범인은 경보기를 피해 금고를 열고 현금 5억3600만원을 챙겼다. 특히 범인은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현금수송차 안에 설치된 CCTV에서 칩을 빼내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 모든 게 불과 3분여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3분만에 5억 털어

경찰은 방학 중이긴 하지만 대낮에 행인이 볼 수 있는 길가에 세워진 차의 잠금장치를 뚫고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으로 분석했다. 또 정황을 미뤄봤을 때 전문털이범이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에 의한 범행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금수송차의 행적을 따라서 설치된 CCTV를 조사, 이동경로가 의심스러운 차량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하면서 보안회사의 전ㆍ현직 직원이나 동종범죄 전과자 등을 중심으로 조사했다.


수사는 사건 발생 2일 만인 지난 1일, CCTV 하드디스크를 복원해 용의자 얼굴을 공개 수배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범인은 하드디스크 메모리칩을 훔쳐 달아났지만, 하드디스크에 흔적이 남아 있으리란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사건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에도 경찰은 끈질긴 수사 끝에 지난 3일 이씨 등 3명을 대구와 포항 등지에서 모두 검거했다.

이들은 도박 및 카드빚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2개월 전부터 범행을 모의해 왔으며 사전 답사까지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세간의 시선은 온통 시큐리티코리아에 쏠렸다. 이 업체 보안요원 김모씨가 구미지역 현금수송차 경비요원이 한꺼번에 식사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서 이동경로나 잠금장치의 비밀번호 등 정보를 범인에게 제공한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형국이었던 것.

하지만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불똥을 맞은 건 ADT캡스다. 실제 범행을 저지른 이씨가 전 ADT캡스 직원이었으며 근무경험을 바탕으로 금품 탈취에 나선 사실이 알려진 때문이다. 특히 이씨가 보안요원으로 채용되기 전 절도전과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행 경비업법상 전과가 있는 사람은 경비업체에 채용할 수 없다.

때문에 국내 경비업체들은 요원을 채용하기 전 철저한 신원조회를 거쳐야 하며 채용 결정 이후에는 경찰에 의뢰, 해당 직원이 보안요원으로 적합한지 여부를 허가 받아야 한다. 하지만 ADT캡스는 이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씨는 ADT캡스의 유니폼을 입고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업계에 따르면 보안직원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근무 당시 지급됐던 유니폼을 반납하는 것이 원칙이다. 범죄에 악용될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ADT캡스는 이 같은 방침 또한 지키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ADT캡스 직원이 물의를 일으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지난 2009년 1월에는 ADT캡스 직원이 자신이 경비를 맡은 사무실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훔친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이에 따라 ADT캡스의 직원 채용,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에 대해 ADT캡스 측 관계자는 “인성검사와 철저한 신원검증을 통과한 이들에 한 해 채용을 하고 있으며 윤리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채용과 교육 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도 헛구호?

하지만 지난 2009년 노트북 절도사건 당시 강한 개선의지를 보였음에도 이 같은 사건이 터져 나왔다는 점에서 이번 역시 헛구호로 끝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국내 대표 보안업체들 중 유일하게 외국계 회사를 배경으로 선진국 기술을 제공, 고객들의 보다 안전한 삶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ADT캡스. 이들에 대한 믿음보다 이들이 언제 범죄자로 돌변, 뒤통수를 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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