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독자는 돈 내는 노예?…‘시드노벨의 침묵에 대하여’

2016.07.26 18:49:50 호수 0호

“독자 새끼들은 지들이 작가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돈 내는 노예 새끼들 주제에…”



한 소설가의 말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말하기 위해 원문을 최대한 옮겼다. 충격적이다. 해당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그의 발언이 와전됐거나 과장됐으리라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는 해당 발언을 침묵으로 동조한 다른 소설가도 있었다. 문제의 참혹함을 느낀다.

해당 발언을 내뱉은 소설가 A씨는 과거 출판 브랜드 ‘시드노벨’에서 책을 출간한 바 있고, 해당 발언에 동조한 소설가 B씨는 현재 시드노벨에서 책을 출간 중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들은 자신의 블로그 등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출판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깊어지는 것은 독자들의 분노일 것이다.
 

지난 21일 삼성 라이온즈는 최근 해외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안지만에 대해 KBO에 계약해지 승인을 요청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해당 내용을 발표하며 "선수단 관리책임을 통감하며 삼성 라이온즈를 사랑해주시는 야구팬 여러분과 KBO리그에 깊이 사과드리는 한편,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수단 교육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이익집단이다.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하면 큰 고민에 잠긴다. 나는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지 두 가지 방향성으로 귀결된다고 본다. 하나는 사건발생 직후 솔직하게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참이 지나도록 무시와 침묵으로 일관하며 실수를 감추려 드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4월이다. 그러나 최근에야 해당 사건에 대한 논란이 커졌고, 사건 초기 무시와 침묵으로 일관했던 소설가 A씨와 B씨는 사과문을 공개했다. B씨의 경우 “독자를 노예라는 단어로 지칭하는 것을 그냥 보고 넘겼다는 것은 제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거나 다름없다”며 “저는 잘못을 제대로 이해했으며, 제가 깨닫지 못한 잘못에 대해 모든 비판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과문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더 큰 문제는 시드노벨의 침묵이다. 소설가들의 사과문이 올라온 후에도 출판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발표되지 않았다. 시드노벨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지만 공식적인 입장이나 발표 계획은 들을 수 없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을 필요는 없다. 출판사만의 고유한 속성으로 인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책 없이 무시와 침묵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고백한다. 나는 A씨와 B씨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앞으로 소설가 혹은 작가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무지와 실수는 동정받을 수는 있으나 용서받을 수는 없다. B씨가 책을 출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고 있다. 그러니 더욱 올곧은 생각과 자세를 가졌어야 했다. 부디 이 사건을 통해 한국 라이트노벨 시장이 좀 더 성숙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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