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요양병원' 90대 치매환자 폭행 의혹 전말

2016.07.18 11:49:43 호수 0호

정신 온전치 않다고…“용서 못 해”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요양병원에서 보호를 받아야 하는 노인들이 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있지 못할 곳에 보낸다 해서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말도 나온다. 노인들에게 문제가 생겨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가족들의 불안감만 커진다. 자신만큼은 아니어도 부모님을 불편없이 잘 모시고 있을 거라는 바람은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병들고 나이 든 부모를 부양할 수 없어 요양병원으로 보내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치매환자의 경우 혼자 있으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보호자가 종일 붙어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치매환자들이 요양병원으로 보내진다. 최근엔 치매환자용 특화병동까지 생기는 추세다. 하지만 수요가 늘어난 만큼 좋지 않은 일들이 요양병원에서 일어나고 있다.

치료 없이 방치

지난 6일 전남 보성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치매환자 A(98·여)씨의 몸에서 전치 7주의 골절상과 함께 멍자국이 발견됐다. 환자의 가족들은 병원에서 학대행위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일까지 가족들은 A씨가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해당 요양병원에 문병 갔다가 A씨와 같은 방을 쓰는 다른 환자 B씨가 “너희는 자식이 돼서 할머니가 두드려 맞아 아픈 것도 모르고 웃고 있냐”고 다친 부위를 말해줘 A씨의 몸에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치매병동이다 보니 가족들은 처음엔 믿지 않았다. 그러나 B씨가 상처 위치를 정확하게 말하며 A씨의 옷을 들춰 상처를 보여줬고 뚜렷하게 모든 상황을 설명하자 믿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가족들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고흥경찰서에 따르면 A씨의 몸에 생긴 상처들은 지난달 26일에 생겼다. 병원은 가족들에게 학대 사실을 알리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가족들은 “요양병원 기록에는 주치의가 지난달 26일에 멍을 발견했고 27일 ‘방사선검사가 필요하다’고 적혀있었다”고 전했다. 병원에서는 A씨가 아프다는 이유로 수면제를 처방했다고 한다.
 


또 의료진 등이 A씨를 폭행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멍자국과 골절 원인을 밝혀 달라”며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병원에서는 ‘침대에서 떨어져 낙상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요양사가 A씨의 기저귀를 갈아주기 위해 침대로 옮겼다가 잠시 한눈 파는 사이 바닥에 떨어진 것이지 폭행이나 학대는 없었다”고 했다.

전치 7주 골절상·멍자국 발견
가족들 병원서 학대행위 주장

폭행에 대한 가족들의 심증을 가중시키는 일도 있다. A씨의 상처를 확인한 가족이 따지려 하자 한 요양사가 B씨를 데리고 나가며 “쓸데없는 말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A씨의 증손자 C씨가 SNS에 글을 올리자 병원에서 “잘못했다. 죽을죄를 지었다”며 “한 번만 더 만나달라”는 연락도 왔다. 같은 병실에 있는 다른 할머니도 맞아서 손에 멍이 들었다고 한다. 또 C씨는 A씨가 다른 병원으로 옮긴 뒤 진료를 받으며 “맞은 곳이 아프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A씨 가족들은 상처 발견 당시 병원 관계자들이 서로 다른 말을 한 점도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C씨의 말에 따르면 관계자들은 A씨의 상처에 대해 ‘할머니들끼리 부딪쳐서’‘걸어서 화장실을 가다가 넘어졌다’‘자는 사이 다른 할머니가 밟고 지나갔다’며 서로 다른 해명을 했다. C씨는 “거동도 잘 못하는 할머니들이 어떻게 화장실을 혼자가거나 서로 부딪치고 밟느냐”며 반문했다.

 

이렇다 할 물증이 없기 때문에 정황을 파악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흥경찰서에 따르면 관련자를 상대로 수사 중이며 CCTV 녹화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있다. 해당병원서 환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병실 안에 CCTV를 설치하지 않아 경찰의 분석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흥경찰서는 보성군청, 보성경찰서, 노인복지회와 합동 수사를 펼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송치단계가 아니라 그 무엇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요양병원 등 노약자를 보호하는 시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정작 이번 A씨 가족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직장인인 관계로 함께 있지 못해 요양원에 조모를 위탁한 가족들의 피해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어떤 피해자는 요양원에서 조모의 등에 욕창이 났는데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CCTV 설치 의무화

요양원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에서도 원생을 학대한 사건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렇듯 노약자·어린이 보호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위탁시설들이 오히려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시설 내부에 'CCTV 설치'를 의무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하고 있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요양시설 노인학대 실태


지난 2015년 전북 남원의 한 요양원에서 80대 치매환자가 폭행을 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남원경찰서는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요양보호사 A(5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 결과 요양원에서 열린 종교행사에서 치매환자 B(82)씨가 예배를 방해하고 자꾸 방 밖으로 나가려하자 이를 제지하면서 생긴 일로 밝혀졌다. CCTV에는 A씨가 B씨와 마주보고 있다가 B씨를 밀쳐 넘어뜨리는 장면이 나왔다.

이에 요양원에선 사과는커녕 평소 B씨의 치매 증세가 너무 심해 제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변명을 했다. 이렇듯 예방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CCTV 설치가 의무화 돼 있지 않는 등 실질적으로 노인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사례는 지난 2013년 150건이 넘어 2005년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일부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학대 사례에도 어린이집 폭행건과 다르게 공개가 잘 되지 않는 이유는 자식들의 죄책감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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