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강천일씨' 전 재산 내놓고 떠나다

2016.06.09 17:27:23 호수 0호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쪽방촌에 살면서 평생 어렵게 모은 돈을 기부하고 떠난 한 독거노인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주인공은 고 강천일(72)씨로 지난 4월20일 전재산 3600만원을 용산구청 산하 용산복지재단에 기부하고 닷새 후 사망했다.



강천일 할아버지는 지난 4월, 용산구청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평생 동안 외롭고 고단하게 살았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한푼 두푼 모은 돈을 기부하고 싶다”면서 “지저분하지만 나쁜 돈은 아니다. 구청서 도움을 받고 살았으니까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썼으면 좋겠다”고 기부의사를 밝혔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강 할아버지는 생전에 후암동 집 천정에 구멍을 뚫고 현금을 조금씩 모았다. 폐지와 고철을 주워 팔고 구두닦이, 벽지 도배,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모은 돈이었다. 

강 할아버지는 지난해 겨울께부터 몸이 안 좋았지만 돈을 아끼느라 병원에 가지 않았다. 올해 2월, 고통을 참지 못하고 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을 땐 이미 방광암 4기로 손을 쓸 수 없었다.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지만 예후가 좋지 않았다. 후암동 이웃과 주민센터 등이 나서서 일산의 요양병원에 모시고 치료를 받던 중 기부의사를 밝히고 유명을 달리했다.

평생 모아 재단에 기부
암투병…닷새 후 사망

강 할아버지는 “내가 죽고 나면 아무 데나 버리라”면서 “가족에게 절대 연락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구청 측은 “장례를 잘 모시겠다”고 약속했다.


할아버지는 기부금 외에 자신의 장례비로 60만원을 따로 모아뒀고, 해당 비용으로 무사히 장례를 치렀다. 구청 측이 직접 상주가 돼 불교식으로 예를 갖추고, 경기도 파주에 소재한 ‘추모의 집’에 고인을 모셨다. 평생을 독신으로 산 강 할아버지에게 부인이나 자녀는 없었다. 구청 측은 누나와 여동생, 조카가 있음을 확인하고 연락했으나 40여년 전에 이미 연락이 끊어진 사람이라며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구청 측은 지난 9일 용산복지재단 출범식을 하면서 고 강천일 할아버지에게 감사패를 증정한 후 추모의 집 영정에 바쳤다.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용산구엔 30대 재벌기업가의 절반이 산다. 반면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사람도 980세대가 될 만큼 빈부 격차가 크다”며 “독거노인, 차상위계층 등을 돕는 용산 만의 복지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송파 세모녀 사건’이 일어나면서 설립에 착수한 용산복지재단엔 강 할아버지의 3600만원을 포함해 삼성, 현대, GS, 농심, 아모레퍼시픽, HDC신라면세점, 서부T&D, 배우 견미리씨, 지역민 등 민간기부로 총 43억원(구비 10억원 포함)이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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