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제주를 그리는 이왈종 화백

2016.05.30 13:28:06 호수 0호

“좋은 작품은 평상심에서 나오죠”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지난 1990년부터 27년 간 제주에서 살며 제주생활을 소재로 그림을 그려온 이왈종 화백이 서울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현대화랑은 제주도의 이국적 정취와 아름다운 절경을 다양한 매체로 표현해온 동양화가 이왈종 화백의 개인전 ‘제주생활의 중도’전을 오는 12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엔 회화, 부조, 목조, 도자기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이왈종(71) 화백은 <생활 속에서> <생활의 중도> 연작을 통해 기존 동양화의 틀에서 벗어난 후 1990년부터 제주에 정착해 ‘제주생활의 중도(中道)’라는 단일명제로 작업해왔다. 작품들의 일관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제주생활의 중도’란 이왈종의 정신적 신념이자 근간으로 그의 예술세계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일관된 제목

그에게 중도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채 자연과 하나가 돼 집착을 버리고 무심(無心)의 경지에 이른 상태인 동시에 그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세계다.

이왈종은 <작가노트>를 통해 “중도란 평등을 추구하는 나의 평상심에서 시작된다”면서 “주체나 객체가 없고 크고 작은 분별도 없는 절대 자유의 세계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림을 그리자. 욕심을 버리고 집착을 끊자. 선과 악, 쾌락과 고통, 집착과 무관심의 갈등에서 벗어나 중도의 길을 걷자. 좋은 작품은 평상심에서 나온다”고 다짐한다.

그의 작품마다 들풀과 꽃나무, 새가 사람, 집, 배보다 크게 그려져 화폭을 가득 메운다. 이는 인간과 만물은 모두 똑같은 생명을 가진 존재이므로 사물이 더 작을 필요 없이 동등하다는 그의 철학을 드러낸다.


이국적 정취와 아름다운 절경 표현
27년 제주도 생활…중도의 길 실천

중도의 세계 안에 어우러진 동물과 인간군상의 모습은 지극히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남편과 밥상에 마주앉아 잔소리를 늘어놓는 아내, 짝지어 노닐고 있는 사슴, 개에게 밥을 주는 사람, 열중해 골프를 치는 무리, 나뭇가지마다 앉아 지저귀는 새들의 모습은 소소한 일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느 동양화와 달리 그의 화려한 색상과 어우러진 일상의 소소한 모습들은 현실에서 동떨어진 세계를 가리키는 듯하나 일상을 화려하게 치장해 재조명함으로써 우리가 쉽게 지나쳐버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이왈종은 “존재하는 것은 꿈이요 환상이요 물거품이며 또한 그림자와 같다는 법문이 실감난다”면서 “몸과 마음 속에서 악취 나는 것을 씻어내는 마음공부하면서 모든 존재는 연기(緣起, 인연의 이치)에서 이뤄지고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평등하다는 것을 하얀 종이 위에 담는다”고 전했다.

그는 “세상은 참으로 험난하고, 고달픈 것이 인생이라는 것도 생각해 봤다. 살다보니 새로운 조건이 갖춰지면 새로운 것이 생겨나고 또 없어지는 자연과 인간의 모습에서 연기라는 삶의 이치를 발견하고 중도와 더불어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하려고 하루도 쉬지 않고 그림 그리는 일에 내 인생을 걸었다”고도 했다. 

평등을 종이에

올해 27년째인 이왈종의 제주도 생활은 중도의 길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2013년 건립된 왈종미술관을 시작으로 10여년 전부턴 어린이를 대상으로 무료 미술교실을 열어 봉사하고 있다. 2011년 서귀포시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협약도시로 선정된 후 유니세프 서귀포시 후원회 회원으로 위촉돼 매해 개최되는 판화전을 통해 기부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shin@ilyosisa.co.kr>



[이왈종 화백은?]

1945년 경기도 화성 출생.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1979∼1990년까지 추계예대 교수로 재직했다. 쾰른, 뉴욕, 파리, 도쿄, 상하이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1975년 이래로 연간 3∼4회 꾸준히 단체전을 가졌다. 국립현대미술관, 제일기획,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오설록박물관, 메이필드 호텔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