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후계자 체크 ⑪오리온그룹 담서원

2010.11.23 10:09:46 호수 0호

모두 잠든 밤, 요람서 왕관 썼다

한 나라의 경제에서 대기업을 빼곤 얘기가 안 된다. 기업의 미래는 후계자에 달렸다. 결국 각 그룹의 후계자들에게 멀지 않은 대한민국 경제가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할 수 있을까. 우리 경제를 맡겨도 될까. 불안하다.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경영수업 중인 ‘황태자’들을 체크해봤다. 열한 번째 주인공은 오리온그룹 담서원씨다.

지주사 (주)오리온 지분 보유…본격 경영수업 임박
“무슨 돈으로 샀나” 주식 매입자금 출처 미스터리 

1년 넘게 갈고 간 칼을 뽑은 검찰. 한 기업, 한 기업씩 베고 있는 검찰의 예리한 칼날이 재계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한화, 태광, C&에 이은 ‘다음 타깃’에 관심이 모아졌다. 재계는 숨을 죽였다. 바짝 엎드렸다. 사정의 칼끝이 언제 어디로 향할지 몰라서다.

‘부부경영’ 체제



‘누가 네 번째 제물이 될까….’
폭풍전야의 고요도 잠시, 드디어 그 실체가 드러났다. 바로 오리온그룹이었다.

오리온그룹은 부부인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사장 등 오너일가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발행회사의 주식을 우선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 발행을 통해 편법으로 지분을 확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또 그룹 계열 건설사인 메가마크 소유의 부동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오리온그룹 측은 “BW 발행은 적법한 조치였다. 비자금 조성은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고 있지만, 이미 사정라인은 가동된 형국이다. 이들 의혹에 대해 올 상반기 세무조사를 벌인 국세청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고, 이 사건을 배당받은 금융조세조사3부는 기초적인 자료 검토 등 내사를 마친 뒤 조만간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리온그룹 지배구조에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덩달아 후계구도도 주목받고 있다.
2001년 동양그룹에서 독립한 오리온그룹의 지주회사는 (주)오리온이다. (주)오리온은 상장회사인 미디어플렉스(57.5%)를 비롯해 스포츠토토(66.6%), 스포츠토토온라인(30.0%), 메가마크(100%),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100%), 오리온음료(100%), 오리온레포츠(86.0%) 등을 지배하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지난해와 올해 온미디어, 롸이즈온 등 미디어·외식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대신 부동산·레저사업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너일가는 (주)오리온을 통해 다른 계열사들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주)오리온이 모든 계열사의 최대주주 자리에 있어 다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강하다. (주)오리온의 최대주주는 이 사장(14.5%)이다. 이어 담 회장(12.9%), 이 사장 모친 이관희씨(2.7%) 등의 순이다.

그 다음에 바로 담 회장의 자녀들이 있다. 지분율은 높지 않지만 이들의 나이를 감안하면 그리 적지 않은 주식을 갖고 있다. 담 회장과 이 사장 부부는 1남1녀(서원·경선)를 뒀다. 둘은 각각 (주)오리온 지분을 0.53%씩 갖고 있다.

올해 21세인 외아들 서원씨는 국내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뉴욕대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대는 아직 다녀오지 않았다. 서원씨는 2년전까지 ‘미성년 주식 부자’순위에서 항상 상위권에 올랐었다.

25세인 장녀 경선씨는 뉴욕대 유학을 마치고 귀국, 국내 컨설팅회사에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오리온이 지난 1월 마켓오 압구정점에서 가진 ‘마켓오 순수 리얼 초콜릿’출시 기자간담회에 잠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남매의 지분 취득과 관련, 논란이 된 적이 있다. 2005년 개정된 증권거래법의 ‘5%룰’(지분 5% 이상 보유시 공시의무)에 따라 재벌 2세들이 보유지분의 매입자금 출처 등을 신고했지만, 오리온그룹은 서원·경선씨의 정보를 아예 공개하지 않아 ‘부실·허위 보고’란 지적을 받았다. 남매가 무슨 돈으로 회사 주식을 샀는지 밝히지 않은 것. 당시 둘의 지분은 지금과 비슷했다. 금감원은 “오너 2세의 지분 취득 경위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오리온그룹은 끝까지 자금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남매의 지분을 둘러싼 해프닝도 있었다. 서원·경선씨는 1994년 각각 5세와 9세 때 당시 동양제과(현 오리온) 유상증자 과정에서 일부 주식을 받았는데, 당국에 제출한 주식변동상황 보고서에 직함이 ‘이사’로 올라 회사 측이 부랴부랴 삭제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바 있다.

올해 55세, 54세인 담 회장과 이 사장이 젊은 데다 남매가 어려 오리온그룹의 경영권 승계 여부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서원씨가 그룹에 합류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보이고 경영 전면에 나서기까진 20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도 “서원·경선씨가 어린 데다 주식 지분율도 워낙 미미하다”며 “더구나 담 회장과 이 사장이 젊어 2세 경영체제를 운운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라고 말했다.

다만 담 회장 부부가 걸어온 길을 통해 이들의 ‘앞날’을 미리 점칠 수 있다. 담 회장은 미국 조지워싱턴대를 졸업하고 1980년 동양시멘트에 입사해 동양제과 대표이사, 동양그룹 부회장 등을 거쳐 2001년 오리온그룹 출범과 함께 회장에 취임했다.  입사해서 회장까지 21년이 걸린 것이다.

오너일가 완전 장악

이 사장도 마찬가지다.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나와 1975년 동양제과에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구매부, 조사부, 마케팅부 등을 두루 거쳐 25년 만인 2000년에야 동양제과 사장에 올랐다. 2001년부터 그룹 외식·엔터테인먼트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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