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

2016.05.16 09:32:21 호수 0호

미하엘 빈터호프 저 / 추수밭 / 1만5000원

<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는 끝없는 피로감과 만성 스트레스의 요인을 외부에서 찾기보다는 현대인의 ‘어른답지 않은’ 태도와 미성숙한 정신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은 나이가 든다고 절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며 어른도 다시 ‘아이의 세계’로 퇴행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논지다. 성숙한 성인이 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성인의 자세를 취할 때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자기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촉박한 일정의 압박, 끊임없는 연락 대기 상태,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늘 피곤하고 신경이 곤두선 상태로 모호한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는 “세상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하소연한다. 개인이 직장, 가정, 사회에 의해 짓눌린다는 의미에서 ‘과도한 요구’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이 책은 세상이 더 어려워지고 요구가 많아진 게 아니라 우리가 허약해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문제는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소아청소년 심리치료 권위자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과도한 요구라는 신화를 믿는 사람은 패배한다”고 설명한다. ‘나를 과도한 상태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을 희생자라고 간주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우울증에 걸리거나 번아웃 상태가 될 때까지 이를 악물고 참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도한 요구에 속수무책으로 시달리는 사람은 손을 놓고 싶어 한다. 결정을 미루며 타인이 대신 방향을 제시해주기를 바란다.
살아가고 생존하는 데 지금보다 편한 시절은 없었다. 기술 혁명을 비롯해 특히 디지털 혁명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예전대로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우리는 격변의 한가운데에 있다. 저자는 디지털 혁명이 정신적인 부담을 준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 이유는 우리가 정신을 모호한 불안 상태로 몰고 가는 수많은 정보를 제한하는 방법을 미처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불안 상태에서 오래 전에 조망능력을 상실한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사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그것은 디지털 기기들을 자주 차단하고, 당장 휴식을 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진료실에 찾아와 앉아 있는 많은 부모들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과도한 요구에 짓눌려 있는지 보인다고 한다. ‘잘하려는’ 긴장 때문에 지속적 흥분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인데 그런 경우 그는 그들에게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혼자 숲에 가서 다섯 시간 동안 산책을 하라는 숙제를 내준다. 그럴 때마다 어리둥절한 표정과 실망의 빛을 보이는 건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하지만 저자가 시킨 대로 숲을 찾은 이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혼자 있는 것을 견디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고 놀랐다는 것이다. 숲을 거닐며 홀로 보내는 그 몇 시간이 우리의 정신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궁금한가?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당신도 해보라”고 권한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