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일각에서 조용히 흘러나오고 있는 친박계 좌장의 귀환설에 정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친박계 좌장격 인사였지만 갈등 끝에 박근혜 전 대표의 곁을 떠났다. 이후 박 전 대표의 ‘대권주자 자질’을 지적,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친이·친박계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뽐내는 한편 친박계 인사들 사이에서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박 복귀설’이 물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곁을 떠났던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친박계 복귀설이 조용히 여의도 주변을 떠돌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공천 학살당한 친박계 인사들을 이끌고 무소속으로 ‘살아 돌아오며’ 친박계 좌장으로 자리를 굳혔다. 하지만 두 차례 ‘원내대표 추대론’과 세종시 수정안으로 박 전 대표와 이견을 보이며 사이가 급격히 냉랭해졌다.
특히 김 의원이 세종시 절충안을 제시하며 박 전 대표에게 “관성에 젖어 바로 거부하지 말아 달라”고 하고, 박 전 대표가 이를 “가치없는 얘기”라며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고 하면서 사실상 결별했다.
김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원내사령탑을 맡으면서 이들의 관계는 ‘물과 기름’으로 변모했다. 김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와 친박계를 싸잡아 비판하며 ‘불꽃’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지난 8월 박 전 대표의 ‘자질’을 지적하고, 친박 인사들의 태도까지 문제 삼았던 것.
좌장의 화려한 귀환?
김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에 대해 “국가 지도자 덕목 10개 중 7개 정도는 아주 출중하고 훌륭하지만 결정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 사고의 유연성”이라며 “이걸 고쳐야 한다고 나는 충정으로 말했는데, 박 전 대표를 군주처럼 모시려는 못난 사람들은 ‘주군한테 건방지게…’라는 식의 반응이다. 민주주의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가) 여전히 지지율 1위고,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이 (대권을) 다 먹게 돼 있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라며 “반대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일반 국민 지지도에 함몰되면 2등하는 표”라고 박 전 대표의 차기 대권도전에 ‘딴지’를 걸었다.
여기에 친박계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김 원내대표와 친박계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하지만 점차 이들 사이에 얼어붙었던 공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김 원내대표가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감각을 선보인 탓이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7·28 재보선 공천심사위 구성에서 친박계와 소장파를 배려했다. 이로 인해 비대위원 14명 중 초·재선이 5명이나 포함됐으며, 안홍준·이혜훈 의원 등 친박계 인사들의 비율이 친이계보다 높아졌다. 그동안 비주류로 운신의 폭이 좁았던 친박계에 물꼬를 터준 것.
그는 정부에 적극 협조하면서도 냉정한 평가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지난 8·8 개각 때도 “솔직한 말로 탕평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왜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는가, 당내 친이·친박의 갈등이 너무 깊어 국민이 보기 싫어한 게 아닌가”라며 “계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든 인사에서 탕평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개각에서 친박 인사를 한두 명 더 넣었으면 좋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에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경남 친박계 의원들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 청와대를 향한 야권의 공세를 막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1일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윤옥 여사의 대우조선해양 사장 로비 몸통 의혹 제기에 친박계 이종혁 의원을 투입한 것. 김 원내대표는 이 의원을 불러 “막가파식 폭로”라며 강하게 치고 나갈 것을 주문했다. 이 의원은 당초 경제관련 내용을 질의하려 했으나 김 원내대표의 강경한 요청에 “영부인을 겨냥한 막가파식 질의”라며 강 의원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다음날 감세 논란으로 당이 시끄러워지자 고소득층과 기업에 대한 감세 철회를 주장하고 나선 정두언 최고위원을 향해 “2007년 대선 당시 (나와는) 다른 정파에서 대선공약을 만들고 정권 창출에 앞장선 당사자가 경제전문가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감세 화두를 꺼낸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세금 폭탄’을 바로잡기 위해 내놓았던 감세 공약을 캠프 주역으로 활동했던 이들이 이제 와서 잘못됐다며 반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일갈한 것도 김 원내대표였다.
영원한 ‘적’ 없어
이처럼 중요한 고비마다 ‘역할’을 해주면서 청와대는 물론 친박계에서도 은근한 러브콜을 받게 된 것. 친박계 일각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좌장을 맡아야 한다”며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도 이전과는 달리 “친이계 인사들을 만나면서 김 원내대표와 진영 의원도 자연스럽게 만나야 한다”는 친박계 의원의 건의에 미소를 보인 것으로 알려지며 김 원내대표의 친박 복귀설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정가 한 인사는 김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와 멀어지며 “박 전 대표를 잘되게 하려는 생각이니 내 발로 친박을 나갈 생각은 없다”면서 “(정치엔) 영원한 적군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고 한 발언을 상기시켰다.
그는 이어 “차기 대선에 가까워질수록 김 원내대표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다가올 것”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박 전 대표를 ‘대통령감’으로 눈여겨보고 곁에서 도왔던 만큼 다른 말로 갈아 탈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들도 여권 일각에서 일찌감치 “김 원내대표가 강한 결속력을 가지고 있지만 당내 비주류인 친박계의 ‘운신의 한계’를 느끼고 그 같은 상황을 벗어날 타개책으로 원내대표를 맡았다”는 ‘트로이목마설’이 제기되고 있었다며 김 원내대표의 다음 행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