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년 맞은 최원병 농협 회장 리더십 긴급점검

2010.11.02 09:20:17 호수 0호



돈잔치, 조합장 금품선거, 횡령 등 끊이지 않아
최 회장, 척결 의지를 다졌지만…끝없는 비리
남은 임기 모두 채우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농협의 볼썽사나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온갖 비리가 불거졌다. 방만경영은 극에 달했고, 도덕적 해이는 하늘을 찔렀다. ‘비리백화점’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까지 붙었다. 농협을 자신들의 권익대변기관으로 믿었던 농민들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화살은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으로 돌아갔다. 최 회장의 경영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 최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비리 척결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농협은 지난 2005년부터 작년까지 직원들에게 총 1조5575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게다가 성과급 외에 특별성과급으로 2938억원을 뿌렸다. 자기계발비 명목으로 3723억원, 자녀학자금 1308억원, 명예퇴직금 1972억원을 직원에게 주는 선심도 썼다. 그야말로 ‘신도 부러워할 직장’이다.

문제는 국민을 속였다는 것이다. 농협은 금융위기 이후 고통 분담 차원에서 2008년과 2009년에 임원의 임금을 삭감하고, 직원의 임금은 동결키로 했다. 하지만 뒤로는 각종 비급여성 후생복지비로 삭감된 임금을 지급해 온 것.

성과급 1조5575억
신도 부러워할 직장

농협의 경영 상태를 보면 과연 이런 천문학적 성과급 잔치를 벌여도 될지 의문이 든다. 농협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금은 6000억원을 넘어서 연체율은 사상 최대인 6.67%에 달한다. 이 중 회수불능은 596억 원,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 이하’가 8225억원에 이른다. 또 전체 여신에서 고정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도 2.24%로 국내은행 평균 1.18%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말 현재 농가의 부채는 가구당 2627만원이나 된다. 모두 합치면 3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농민들이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도 모자랄 판에 농협은 방만한 경영으로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있던 것이다.


농협에서 불거진 비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특히 횡령사건 경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2007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농협 직원의 내부 횡령건수는 66건으로 160억원 규모에 달한다. 시중 은행에서 크고 작은 횡령 사고가 한해 한두건 일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횡령 기네스북’이 있다면 1등은 떼놓은 당상이다.

특히 최근 일어난 횡령사고는 충격적이다. 농협의 부산 구포지점 금융창구 직원이 2007년부터 최근까지 3년6개월에 걸쳐 총 79억원을 횡령, 개인용도로 사용하다 적발된 것.

이 직원은 타행 수표 10만원을 받으면 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서류에 기재한 뒤 90만원을 챙기는 식으로 금액을 부풀렸다. 해당 지점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다 최근 금감원 정기 검사를 앞두고 벌인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했다. 이 정도로 허술한 전산망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돈을 빼돌리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금품선거도 끊이지 않는 비리 중 하나다. 현재 전남 화순의 한 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돈으로 표를 샀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밀양, 6월에는 진안, 5월 포항과 천안, 3월 진주 등에서 금품선거가 적발돼 철퇴를 맞았다.

쉴 새 없는 비리에
‘비리백화점’ 꼬리표

이처럼 조합장 자리를 꿰차는데 혈안이 된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농협조합장이 농협 운영 전반에 걸쳐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조합장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공직선거법에 준하는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금품과 향응 수수는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농협의 금품선거는 비단 조합장 선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상임이사 선거 과정에서도 부정이 드러났다. 지난 2월 경남 밀양시 모농협 상임이사 선거 후보자가 선출권이 있는 상임이사 3명에게 1500만원씩 모두 4500만원을 건넨 사실이 적발돼 구속된 것. 이와 함께 돈을 받은 비상임 이사 3명도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9월엔 농협중앙회가 전국의 단위농협에 정치인을 후원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가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후원 대상은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의원 18명. 의원별로 200명씩 총 3600명으로 인원 할당까지 했다. 후원금을 내고 실적을 보고하라는 지시도 포함됐다.

이에 각 단위농협은 성명을 내고 최 회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이 커지자 당황한 농협중앙회는 “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개인 아이디어 차원에서 일부 지인에게 보낸 사적인 편지”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확인 결과 모든 지역 농협에 뿌려진 공식 문건이었다. 조직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의미다.

납세자가 정치후원금을 내면 나중에 세액공제로 돌려받는다. 대신 10만원의 한도가 있다. 농협이 이 제도를 이용, 농식품위 의원들에게 로비를 벌이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당시 국회에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를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었다는 점에서 의혹에 무게가 실렸다.


이처럼 다양한 비리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온 때문에 농협은 ‘비리백화점’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게 됐다. 보다 못한 농협은 지난해 10월 ‘윤리경영실천 자정 결의’를 했다.

이날 결의에서는 농협은 임직원 횡령 등 사고의 제재 기준을 강화해 공금 횡령이나 금품 수수 적발 시 즉시 징계 해직하고, 200만원 이상 횡령하면 예외 없이 고발하기로 했다. 금품 수수 등 내부 비리 제보 포상금을 신고 금액의 10배(최고 1000만원)에서 20배(최고 1억원)로 대폭 인상해 자체적으로 ‘감시의 눈’을 늘리기로 했다.

또 법인카드 사용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현재 중앙회에만 적용되던 ‘클린카드’ 제도를 지역농협과 계열사까지 확대 도입하고, 법인카드 사용 내역 모니터링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무이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윤리경영실천위원회’를 신설해 윤리경영 활동 평가와 개선과제 도출 및 잘못된 제도·관행 등을 개선토록 권고하고, 자체 청렴도를 측정해 부패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로 했다.

이는 농협이 자체 정화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모두 헛구호에 그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화살은 농협의 수장인 최원병 회장에게 돌아갔다.

1988년 이후 직선제로 뽑힌 1~3대 한호성·원철희·정대근 전 농협회장들이 모두 임기 중 비리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 점을 의식해서인지 4대 회장으로 선출된 최 회장은 “농협이 과감히 바뀌어야 한다”며 농협 개혁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2007년 12월 취임 직후부터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사 청탁자를 공개하는 등 개혁을 밀어붙였다. 강도도 무척 셌다. 이 같은 최 회장의 행보에 농민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농협중앙회가 회장의 개혁 행동력에 얼마나 뒤따라줄지에 기대가 집중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최 회장의 다짐과 달리 농협 안팎에서의 비리와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농민들 얼굴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에 한 농민단체는 “최원병 중앙회장의 임기가 시작되고 개혁위원회를 꾸렸지만 수박 겉핥기식 개혁 논의로 농민단체들이 탈퇴, 결국 농협중앙회를 위한 개혁논의로 끝났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남은 임기를 모두 채우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마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상 최 회장 리더십에 대한 지적은 취임 직후부터 불거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교 동문인 최 회장은 취임 전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에 휩싸였지만 취임 후 파격적인 인사개혁으로 안팎의 비판을 잠재우는 듯 했다.

최 회장의 인사정책 개혁의 핵심은 추천방식이던 농협계열사 사장직을 공모방식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이는 농협중앙회 임원들의 낙하산 인사방식을 단절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파격 인사개혁 후
코드인사 감행

또 최 회장은 인사청탁을 한 농협 직원 110여명에게 농협 역사상 유례없는 ‘경고장’을 발송하기도 했다. 이 경고장은 인사철마다 관행처럼 내려오던 인사청탁을 뿌리 뽑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로 해석됐다. 이 같은 최 회장의 행보는 농협 내부적으로도 파격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문제는 최 회장이 지난 2008년 1월 농협중앙회 임원인사에서는 자신의 출신 지역인 경북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불거졌다. 지역농협에서 3~4명이 중앙회 임원으로 진출하는 것이 보통인데 비해, 10여명이 넘는 경북지역 출신 임원들이 대거 농협중앙회로 입성한 것. 뿐만 아니라 중앙회 회장을 당선시킨 경북지역 농협은 이 당시 100여명이 넘는 임직원이 승진하는 인사잔치를 벌였다.

겉으로는 인사개혁을 외쳤지만 막상 임원인사에서 ‘코드인사’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낸 최 회장.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 불만이 고조됐음은 물론 농협을 현재보다 더 후퇴시켰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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