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피자’ 판매 논란<확인취재>

2010.11.02 09:11:10 호수 0호

“내 동생 내가 챙긴다는데…”

 

이마트 피자의 인기 뒤엔 동네 피자가게 눈물
정 부회장이 피자 고집하는 건 ‘동생 챙기기’?



이마트 피자 논란이 한 달이 넘도록 식지 않고 있다. 한 이슈가 이토록 길게 이어지는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마트 피자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달 27일 오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이마트를 방문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이마트 피자 매장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부터 피자 냄새가 진동을 했기 때문이다.
매장 앞은 이마트 피자를 구매하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이마트 피자의 유명세를 실감할 수 있었다. 줄을 서서 순번 표를 받고 대기 시간이 지난 뒤 피자를 받으러 오는 식이었다. 순번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서있는 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봤다.

영세 피자가게 위기

이마트 피자를 처음 구입한다는 성순희(33·가명)씨는 “이마트 피자가 싸고 크다는 소문을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며 “좀 기다려야 하더라도 사먹어 볼만 하다”고 말했다.

피자 매장을 서성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피자가 매진됐다. 품질관리를 위해 하루 400판의 피자만 판매한다는 설명이다. 기다리던 사람들은 안타까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영업 종료 간판을 내건 뒤에도 이마트 피자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피자를 구입하거나 문의하기 위한 행렬이 끊이지 않았던 것. 배달이나 매장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없이 소규모 매장에서 오로지 ‘테이크아웃’ 주문만으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처럼 ‘잘나가는’ 이마트 피자 때문에 동네 피자가게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론 어떨까.

이 같은 궁금증을 안고 이마트 인근에 자리한 동네 피자가게를 찾았다. 배달이 한창일 시간임에도 배달용 오토바이는 점포 앞에서 숨죽이고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서너평 남짓한 공간이 나왔다. 의자 몇 개가 놓여 있을 뿐 식탁은 눈에 띄지 않는다. 배달 주문만 받기 때문이란다. 이곳 점주 임정빈(41·가명)씨는 현재 급격한 매출 감소로 폐업 위기에 처한 상태라고 했다.

“매출이 거의 반토막 나다시피 했어요. 그나마 배달이라도 하니까 적자는 겨우 면하고는 있는데…. 먹고 살 길이 막막합니다. 우리뿐만이 아니에요. 이미 한 가게는 망했어요. 정리를 준비하는 점포도 몇몇 있고요.”

주방을 보던 그의 아내 김숙영(40·가명)씨도 나와 거들었다.

“대기업이 들어와버리면 도저히 게임이 안되죠. 우리 같은 동네 피자가게는 문 닫으란 소리나 다름없어요.”
이마트 피자가 일부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이유가 새삼 납득이 갔다.

이마트 피자 사업은 시작부터 논란이 됐다. 영세 피자업체가 줄도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른 것. 가뜩이나 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신세계로서는 달가울 리 없는 지적이었다.

사태가 과열되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직접 이마트 피자를 두둔하고 나섰다. 정 부회장은 “대형마트를 방문하면 떡볶이, 어묵, 국수 등 안파는 게 없는데 피자가 왜 문제인가”라고 반박했다. 또 정 부회장은 “서민들이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피자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며 “먹어본 뒤에 얘기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네티즌들과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소비를 이념적으로 하느냐” “님이 재래시장을 걱정하는 만큼 재래시장도 님을 걱정할까요” 등의 거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마트 피자 논란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럼에도 이마트는 꿈쩍도 않고 있다. 아예 귀를 닫은 듯한 모습이다. 오히려 이마트 피자 판매 점포를 전국 28개 매장에서 연내 60여개까지 확장할 계획을 밝히기까지 했다. 이마트가 빗발치는 반대 여론을 뒤로한 채 사업을 강행하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그 이유는 다시 발길을 돌려 도착한 이마트 피자 매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피자 판매처가 ‘조선호텔베이커리’였던 것.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지난 2005년에 신세계의 관계사인 조선호텔에서 물적 분할돼 설립된 회사다. 정 부회장의 동생인 유경씨가 지분 45%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이 점을 미뤄보면 정 부회장이 이마트 피자 사업을 고집하는 것은 ‘동생 챙기기’의 일환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조선호텔 베이커리는 분사 직후 이마트에 독점적으로 입점, 매년 평균 60억여원의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06년에 867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1년 만에 1229억원으로 40% 이상 올랐다. 이후 2008년에는 1342억원, 2009년에는 136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현재 조선호텔에 육박하는 규모로까지 성장했다.


기회이익 편취

정 부회장으로선 “내 동생 내가 챙기는데 뭐가 문제냐”고 반론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조선호텔이 분사를 하지 않고, 관계사인 이마트에서 같은 방식의 영업을 계속했다면 조선호텔의 매출이 거의 두 배로 늘어났으리란 점이다. 즉, 유경씨가 조선호텔의 기회이익을 편취했다는 것. 이는 재벌기업들이 자녀들의 불법적 자산증여와 자산증식을 위해서 사용해온 전형적 수법이라는 지적이다. ‘크고, 싸고, 맛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마트 피자. 하지만 그 뒷맛은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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