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임병석(C&그룹 회장) 체포에 긴장하는 내막

2010.10.26 09:49:32 호수 0호

다시 칼 뽑은 중수부 ‘다음 타깃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움직였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 종료 이후 1년4개월 만이다. 그 서슬 퍼런 칼끝이 향한 곳은 C&그룹. 사정없이 난도질할 기세다. 이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엔 공포가 어려 있다. 중수부의 수사가 재계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확대될 것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재계는 어느 기업이 다음 타깃이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전방위적 수사로 이어질까 ‘노심초사’
비자금·로비 사실 포착…수사는 시점 문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21일 수백억원의 회사 자금을 빼돌려 정·관계에 로비를 벌인 혐의로 임병석 C&그룹 회장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날 서울 중구 장교동에 있는 C&그룹 본사와 계열사들의 사무실에 검사·수사관들을 보내 각종 회계 관련 장부와 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하고, 자신의 집에 머물던 임 회장을 체포했다.

검찰은 임 회장을 상대로 M&A 과정에서 계열사의 회계장부 등을 조작해 회사자금을 빼돌렸는지, 그렇게 조성한 비자금을 옛 정권의 실세들에게 건넸는지 등을 강도 높게 추궁했다.

임 회장 체포



이와 함께 임 회장이 2007년 C&중공업을 설립해 조선업에 진출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룹의 존립이 위협받게 되자 자금지원을 받으려고 로비자금을 뿌리고, C&우방 등 상장계열사 세 곳을 고의로 상장폐지 시키면서 거액을 빼돌린 혐의도 조사했다. 임 회장은 자신을 둘러싼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체포 상태인 임 회장을 석방하면 관련자들과 말을 맞추는 등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22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검찰은 임 회장의 삼촌인 임갑표 C&그룹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전ㆍ현직 임원 5~6명과 계열사 임원들도 소환, 기업 M&A 자금의 조달 경위와 정관계 로비 등에 대해 집중 추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C&그룹은 1990년 무명 지역 해운업체인 칠산해운으로 출발, 공격적인 경영으로 십수년 만에 4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60위권의 중견그룹으로 도약했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세양선박(현 C&상선), 우방건설(C&우방), 진도(C&중공업) 등 굵직한 기업을 차례로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주력 조선산업의 침체와 무리한 M&A에 따른 후유증으로 그룹 전체가 급속히 무너졌다. 현재 영업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C&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엔 공포가 잔뜩 어려 있다. 검찰이 한화, 태광에 이어 C&그룹에까지 칼을 빼들면서 재계에 대한 전방위적 사정이 예고되고 있다는 설이 나돈 데 따른 것이다.

정·재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몇몇 대기업이 불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자금으로 정치권에 로비를 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이미 상당부분 내사를 진행했으며 구체적인 단서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을 포함한 일부 기업들의 세무조사도 심상치 않다. 사전 통고나 예고 없이 불시에 들이닥친 점이 그렇고, 무려 50여 명이 넘는 대기업 전문 베테랑 조사관들이 ‘먼지 한 톨’까지 털어낼 기세로 달라붙은 점도 그렇다. 특히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이 움직인 점에서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통상적인 정기법인세 조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와 국세청 양측 모두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이처럼 분위기가 흉흉하다보니 재계는 납작 엎드려 벌벌 떨고 있다. 2004년 대선자금 수사에 버금가는 대기업 수사가 진행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와 함께 “털어서 먼지 안날 기업이 어디 있겠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현재 재계에선 모기업이 다음 타깃이라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소문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비리 있는 곳에 수사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재계 관계자는 “비리가 있는 곳에 수사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검찰의 몰아치기 수사로 기업의 활동자체마저 위축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수사 착수 대상 및 시기를 놓고 내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업은 국내 재계 순위 10위권 안팎으로, 수사 착수 시기는 이달 말 전후가 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몇몇 기업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수사 대상을 압축해가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2~3기업 내사

1년4개월 만에 이뤄지는 이번 대검 중수부 수사는 서울서부지검이 진행 중인 한화그룹·태광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보다 파장이 클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수부는 지난해 5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벌이던 중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수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지난 8월 김준규 총장 취임 1년을 맞아 수사 체제로 전환한 뒤 기업 비리 첩보를 파악하는 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 국정감사에서 “1년 동안 예비군 체제로 운영되던 중수부가 최근 수사 체제에 들어갔고 수사는 시점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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