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여의포럼’ 침투작전 속내

2010.09.28 09:23:41 호수 0호

겉 다르고 속 다른 ‘적과의 동침’?


한나라당 지도부가 당내 화합을 위해 제시한 ‘계파모임 해체’가 무위로 돌아갔다. 의원모임들이 “계파정치가 아니라 연구를 위해 모인 모임”이라며 은근슬쩍 발을 뺀 데다 해체 의사를 내비쳤던 친박계 의원모임 ‘여의포럼’마저 ‘문호를 개방해 순수 연구모임으로 이어가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결국 당내 주요 계파모임은 모두 존속하게 됐다. 그러나 친박계의 모임에 친이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 시선을 모으고 있다.

친박계 ‘여의포럼’…친박 나가고, 친이 들어오고
친박 모임 살 길 찾고, 친이계 ‘화합’ 노래 불러

친박 무소속·친박연대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여의포럼’이 정가 안팎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친박계 인사들이 탈퇴를 선언한 것과 달리 친이계 인사들은 모임에 합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친박계 좌장격이었던 김무성 원내대표와 서병수 최고위원은 ‘당내 계파모임 해체’라는 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여의포럼에서 탈퇴했다.



빠지고 들어가고

김 원내대표는 “친이·친박의 벽을 허물기 위해 당 지도부에서 결정한 권유를 받아들여 여의포럼도 해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여의포럼을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도 “여의포럼은 대체로 해체한다는 컨센서스가 이뤄졌다”며 “저도 해체를 앞당기기 위해 탈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탈퇴 후에도 여의포럼의 해체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해체로 의견을 모았지만 논란 끝에 ‘문호를 개방해 순수 연구모임으로 이어가는 것’으로 진로를 정했기 때문이다. 당의 계파해체 권유에는 동의하지만, 친이계 의원모임인 ‘함께 내일로’ 등에서 해체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먼저 해체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

여의포럼은 친박 무소속 연대의 복당 후 친박연대 출신 등 친박 성향 인사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지만 중도 성향의 김세연·장제원·이한성 의원 등까지 받아들이며 20여 명의 의원들이 참여하는 공부모임이 된 만큼 계파모임과는 거리가 있다는 항변도 이어졌다.

친이계의 ‘함께 내일로’와 ‘국민통합포럼’, 친박계의 ‘선진사회연구포럼’, 강재섭계의 ‘동행’과 초선모임인 ‘선진과 통합’, 중도개혁파 모임인 ‘통합과 실용’ 등도 계파모임 해체에 뚜렷한 입장을 표하지 않으면서 당 지도부의 화합 처방전은 ‘사후약방문’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여의포럼은 해체 논란 후에도 여전히 정가의 시선을 잡고 있다. ‘문호 개방’을 위해 친이계 인사들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여의포럼의 문을 처음으로 두드린 이는 정두언 최고위원이다. 친이 직계인 그는 지난달 30일 천안연찬회 참석을 위해 내려가던 중 여의포럼 간사인 유기준 의원으로부터 “여의포럼이 계파색 없이 가려고 하는데 정 최고위원이 가입해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알았다”는 말로 가입 의사를 전했다.

특임장관을 맡았던 주호영 여의도연구소장도 같은 제안을 받았으며 “생각해 보겠다”는 말로 답변을 유보했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점을 감안, 정치적 해석을 부를 수 있는 행보에 신중을 기한 것.

정 최고위원은 지난 9월14일 강연을 함께 하는 것으로 여의포럼에 처음 참석했다. 그는 이날 유기준 간사를 비롯해 이경재, 이해봉, 박종근 의원 등 여의포럼 회원들과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강의를 들은 뒤 “피상적인 부분에 대해 자료를 갖고 설명을 들어서 좋다”며 “그동안 당이 너무 나눠져 있었는데 같이 공부하면 좋고 진작 그렇게 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A클래스도 중요하지만 B클래스가 정말 중요하다”며 강연 후 여의포럼 회원들과의 저녁 모임을 함께 하며 화합을 도모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여의포럼’을 당내 화합의 장으로 삼고 있다. 28일 여의포럼 만찬 모임에 참석, 여의포럼 소속의원들을 만나 당정소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힌다는 것.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정 최고위원과 ‘정권의 2인자’로 꼽히는 이 장관의 행보를 두고 정가 안팎에서는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모두 친이·친박계의 간극을 좁혀나가는 것으로 당내 화합에 기여한다는 측면이 있지만 ‘숨은 뜻’은 다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최고위원과 관련해서는 당 지도부에 합류한 만큼 당내 화합의 밀알이 되고자 했다는 것과 김 원내대표가 지난 1월 친이 직계 의원들의 공부모임인 ‘아레테’에 가입하고 최근 여의포럼에서 탈퇴하는 것으로 ‘자기정치’를 시작했듯 그도 독자정치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장관에 대해서는 특임장관 취임 후 계속돼 온 화합행보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 장관은 여의도 복귀 후 각계각층과 소통의 폭을 넓히는 광폭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 9월1일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 90도 인사로 시선을 모았으며 지난 10일에는 친박계 김영선·이혜훈·구상찬 의원과 오찬회동을 갖고 “당내 화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 화합을 바탕으로 정권재창출을 하자”고 했다.

이 장관은 친박계와의 잇단 회동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고, 선배 의원으로서 2년 만에 다시 국회로 돌아온 만큼 인사차 모임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가 일각에서는 이 장관이 소통을 위한 광폭행보를 통해 친이계의 구심점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여야는 물론 친이·친박계를 넘나드는 동안 당 안팎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친이·친박 숨은 속내?

이 때문에 여의포럼을 중심으로 한 친이·친박계의 ‘거리 좁히기’는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친이·친박의 ‘교차 회동’이 계속된다면 당의 화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리고 그 ‘화합의 장’으로 친이·친박계 인사들의 발걸음이 겹치는 여의포럼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가입을 권유받은 주 소장이 고심 중인데다 박근혜 전 대표가 여의포럼 세미나 후 식사자리 등에 얼굴을 내비치고는 했다는 점도 여의포럼의 역할론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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