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아 서민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특히 잦은 비와 무더운 날씨로 인해 농작물 작황이 좋지 못한 탓에 채소와 과일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물가 폭등으로 서민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자, 전통시장 상인들도 장사가 안 된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관리까지 하겠다고 한 생필품마저 가격이 오르자 서민들은 추석 장바구니를 채우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추석 앞두고 물가 폭등…서민 발만 ‘동동’
전통시장, 대형마트와 비교 20.6% 저렴
추석을 앞두고 채소값·과일값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 품목 가운데 75% 가량인 114개 품목 역시 지난달 가격이 올랐다. 한국은행의 8월 생산자물가지수 조사에 따르면 과일값과 채소값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각각 45.4%, 35.4%씩 오르는 등 급등했다.
특히 채소 중에서도 무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80.8%나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마늘이 159.0%, 호박 153.7%, 상추 143.1% 순으로 올랐다. 과실류 중에서는 수박이 132.6%, 참외가 31.4% 상승했다.
생산자물가 최대치
냉해와 여름무더위, 태풍 등 일기불순으로 인해 작황이 불안했고, 휴가철에 따른 채소와 과실 수요가 크게 늘어나 생산자물가가 크게 솟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농림수산품 지수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가 상승하며 크게 올랐다. 단 곡물과 축산물, 수산식품은 각각 -11.4%, -3.7%, -7.4%로 오히려 하락했다.
농림수산품과 전력·수도·가스 가격이 올라 8월 총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1% 상승했다. 공산품지수는 3.7%, 서비스지수도 1.3% 올랐다.
채소값 폭등으로 서민들의 추석 장보기를 우려,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 9일부터 나흘간 농협을 통해 무와 배추에 대한 특별할인 판매가 실시되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무와 배추는 시중 가격보다 35% 정도 저렴하게 할인 판매 됐고, 배추는 하루 11만 포기, 무는 3만4000개가 공급됐다.
그런가 하면 지난 8일에는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 품목 가운데 75%가량인 114개 품목이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나 서민들의 시름을 더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0%이상 오른 생활물가 품목만 23개에 달했고, 가격이 내려간 품목은 22개로 전체 14.5%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2008년 초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의 물가관리를 강조하면서 서민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실적인 물가지수를 만들기 위해 특별관리 대상으로 분류한 52개 주요 생필품 가운데 39개 품목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52개 주요 생필품 가운데 무 126.6%, 배추 35.9%, 마늘 85%, 양파 20.2%, 고등어 19.6%, LPG 17.1%, 멸치 16.7%, 설탕 10.6%, 사과 9.5%, 고추장 9.1%의 순으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10% 이상 상승한 품목은 8개 품목으로 전체 15%를 웃돌았다. 추석을 코앞에 두고 대통령이 특별관리까지 하겠다고 했던 생필품마저 가격이 상승하자 서민들은 더욱 고민에 빠졌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올 추석경기가 작년보다 나빠졌다고 느끼는 가구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서울, 경기지역 688가구를 대상으로 ‘2010년 추석 소비계획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가구의 과반수인 57.1%가 “올 추석경기가 지난해보다 악화됐다”고 답했다. “개선됐다”는 의견은 4.5%에 불과했다.
추석 체감경기는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더욱 냉랭했다. 추석경기가 악화됐다는 응답률이 월평균 소득 10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에서 75.6%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것. 추석기간 소비지출 규모에 대해서는 61.2%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지만, ‘축소할 것’이라는 가구도 30.5%를 차지했다. 소비지출 축소 원인으로는 ‘소득감소’가 41.1%로 가장 많았고, ‘가계부채 부담 증가’라고 답한 사람도 26.7%를 차지했다.
이어 21.0%는 ‘경기불안 지속’이라고 응답했고, 기타 ‘자산가치 하락(5.7%)’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추석을 앞두고 소비자 부담을 우려한 시장경영진흥원은 차례상 준비는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저렴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0년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이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이 평균 20.6% 저렴하다고 발표한 것.
시장경영진흥원은 지난 7일, 전국 16개 시·도, 25개 지역의 지역별 주요 전통시장과 동일 상권에 포함된 대형마트에서 주요 추석차례용품 25개의 가격을 비교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데 전통시장에서는 평균 16만6458원이 드는 반면 대형마트는 평균 20만9557원이 소요된다. 전통시장에서 차례상을 마련하면 대형마트에 비해 약 4만원 가량(약 20.6%)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전체 조사 품목 중에서는 약 79%에 해당하는 19개 품목에서 전통시장이 가격 우위를 드러냈고, 종목별로는 송편, 두부 등 기타품목의 전통시장 판매 가격이 대형마트 대비 37.3%로 가장 저렴했다. 이어 생육(21.9%), 채소(20.3), 선어류(15.8%) 등의 순으로 전통시장의 가격이 좀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들도 물가 상승 체감
세부 품목을 살펴보면 전통시장에서 가격우위를 보이는 품목은 약과(49.1%), 유과(44.7%), 고사리(40.7%), 깐 도라지(35.6%)로 대형마트와 비교, 거의 절반 가까이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시장경영진흥원 관계자는 “2005년도부터 실시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간 가격비교 조사 결과를 보면 전통시장이 지속적으로 우수한 가격경쟁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짧은 유통단계와 낮은 마진율 등으로 전통시장에서 우수한 상품들을 훨씬 저렴한 가격대로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