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구 업체 애드벤트 엔터프라이즈 탈세 의혹 내막

2010.09.14 09:40:00 호수 0호

1천5백억대 ‘검은돈’ 탈세자가 ‘모범 납세자’?


최근 중견 완구업체 애드벤트 엔터프라이즈의 탈세, 자금세탁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은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자금을 조성, 스위스 비밀계좌에 넣어 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격적인 사실은 현재 확인된 잔액만 1500억원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한때 모범 납세자로 선정되기도 했던 이 회사가 천억대 탈세자로 전락하기까지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검찰은 최근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시가 천억원대의 빌딩이 6~7차례의 세탁을 거친 해외자금으로 지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과세를 피하기 위해 외국 법인을 내세워 빌딩을 올린 것이다.

세무서장상 수상



문제의 회사는 국내의 중견완구업체인 ‘애드벤트 엔터프라이즈’. 중국에 완구공장을 운영하면서 미국의 유명 완구회사에 독점으로 인형 등을 납품해온 회사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납세자의 날 행사에서 세무서장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이들이 자금을 조성하는 데는 페이퍼 컴퍼니가 이용됐다. 홍콩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중국 공장에 납품 주문을 했고 중간에서 커미션을 떼는 식으로 돈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자금은 스위스 은행 2곳의 비밀계좌에 넣어 관리됐는데, 현재 확인된 잔액만 1500억원이 넘는다. 검찰은 은닉 자산이 스위스 은행 잔고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정확한 자금 규모를 확인하기 위해 이 업체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또 최근 이 업체 경영진을 수차례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해외 은닉 재산 규모가 확인되는 대로 형사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5월 국세청이 스위스와 홍콩, 싱가포르 등 그동안 ‘과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나라들에 은닉된 세금 탈루자들의 비자금을 처음으로 조사하면서 적발됐다. 지난 5월25일 국세청은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 등에 개설된 세금탈루자들의 계좌를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세 피난처 등에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기업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아온 4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개설한 14개 계좌의 입출금 내역과 계좌잔액을 정확히 파악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강남 천억원대 빌딩, 7차례 세탁 거친 해외자금으로 지어
페이퍼 컴퍼니 이용해 만든 1500억원 스위스 은행에 안치


국세청 측 관계자는 “국제공조 등을 통해 분석능력을 향상시켰다”며 “앞으로도 비슷한 유형은 상당 부분 추적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조사기법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지만 국제공조와 혁신적인 조사기법을 통해 탈루세액을 계속 추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탈세 천국’으로 여겨지던 이들 국가들의 금융계좌에까지 조사망이 확대됨에 따라 이젠 이들 조세피난처들도 더 이상 과세의 무풍지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은밀하고 교묘하게 이뤄졌던 국내 고액 자산가들의 세금탈루 관행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범행에 이용된 스위스 은행은 국제적인 ‘검은돈의 은닉처’로 유명하다.

비밀계좌에 예치된 자금의 예금주에 대한 비밀을 철저히 보장해주는 것이 그 이유다. 이는 스위스 연방은행법과 민법, 채권채무관계법 등이 ‘개인 영역의 모든 관련사항’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연방최고법원은 개인영역에 금융사항과 개인재산 등이 포함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특히 연방은행법은 지난 1934년 은행비밀에 대한 침해를 범죄행위로 규정하기까지 했다.

스위스 비밀은행들은 주로 소규모다. 우리나라로 치면 동네 새마을금고나 신용금고 수준이다. 현재 120곳 가량으로 알려진 이들 은행은 2, 3층짜리 작은 건물에 행원 1백명 정도가 간판도 없이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고객이 돈을 갖고 오면 번호 하나만으로 계좌를 개설해주고 철저히 비밀을 보장한다. 전문가들은 스위스 비밀은행에 1200억달러 상당의 검은돈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 비밀주의 포기

그러나 스위스 은행의 예금 비밀보장에 관한 신화도 국내의 금융개혁 요구와 국제적 비난여론 속에서 차츰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2월 스위스 비밀이행이 미국 검찰의 탈세수사 압박에 밀려 계좌정보를 수사 당국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고객 비밀주의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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