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이젠 타격의 달인이라 불러주세요!

2008.10.10 17:25:40 호수 0호

두산베어스 김현수가 ‘타격의 달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괄목상대한 기량으로 한국 프로야구를 뒤흔들어 놓으면서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실제 그의 성적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타격과 최다안타 부문에서 각각 0.359와 1백64개로 타격부문 선두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출루율도 타이틀 획득이 유력한 0.455다. 약관의 나이에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발돋움한 김현수. 그의 발자취를 좇았다.

김현수의 올해 나이 스물이다. 그런 그가 한국 프로야구의 한 획을 긋고 있다. 타격부분에선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3할5푼을 웃돈다. 안타부문도 마찬가지다. 1백64개을 때려냈다. 올 시즌 MVP 후보에 일찍 감치 등록했다.

김현수는 사실 아픔이 많은 선수다. 2006년, 미지명 설움을 안고 두산베어스 신고선수부터 출발했다. 신일고 시절이던 지난 2005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 대표이자 이영민 타격상(전국대회 최고 타율 선수에게 시상)까지 받았지만 8개 구단은 하나같이 그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불방망이 휘두르면 팬들은 ‘시원·통쾌’
외면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발이 느리다, 수비가 불안하다, 그 정도 타격 실력을 갖춘 1루수는 2군에도 많다 등이 그것이다. ‘등록 외 선수’로서 계약금을 한 푼도 못 받고 연봉은 1군 최저연봉(2천만원)에도 못 미치게 받았다.
김현수는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눈물 젖은 빵’을 다시 씹으며 기회를 엿봤다. 드디어 기회는 찾아왔다. 입단 첫 해인 2006년 2군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며 내공을 쌓은 그는 그해 7월 정식선수로 ‘승격’됐다.

그리고는 1군 경기에 한 차례 나섰다. 홈 개막전 3번 타자로 ‘깜짝’ 기용된 것이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김현수는 지난해 99경기에 출장하며 2할7푼3리 5홈런 32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당시 신인왕 투표에서도 2위에 올랐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팬들에게 ‘시원함’과 ‘통쾌함’을 안겨줬다. 신고선수로 출발한 프로선수 생활 3년. 이제 한국 프로야구에서 김현수를 모르면 ‘간첩’이다.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선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김현수는 힘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경문 감독조차도 “부모님에게서 좋은 몸을 타고 났다”고 할 정도다. 물론 홈런은 많지 않다. 9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웨이트와 유연성을 가미하면 홈런도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김현수는 정확한 타격을 하는 중거리 타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나쁜 공이라도 그 공을 따라가면서도 정확한 콘택트 능력으로 안타를 생산하는 게 장점이다. 타이밍을 잃더라도 그 공을 끝까지 따라가면서 치는 능력이 탁월한 셈이다. 타격에 대한 감각도 뛰어나다. 게다가 타격에 대한 진지함과 집중력까지 갖췄다.

정확한 타격 한 방에 야구장은 함성 도가니
그러면 김현수는 어떤 강점으로 ‘타격왕’ 자리까지 넘볼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그가 ‘연습벌레’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데서 찾을 수 있다.

실제 설움을 안고 시작한 김현수는 입단과 동시에 경기도 이천에 있는 2군 숙소에서 합숙하면서 하루 1천개씩 스윙에 몰두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배트스피드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몸의 중심부터 다리 위치까지 가장 잘 맞는 타격폼을 찾는 데 주력했다.

피나는 노력으로 그는 점점 하나씩 안정돼 가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타격에 설 때 잡념을 버리는 연습도 했다. 심리적으로 흔들지지 않기 위해서다. 폼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몸이 그 자세를 기억’할 정도로 만들었다. 물론 체력보강도 힘썼다.

이 같은 노력으로 ‘타격왕 김현수’가 만들어졌다. 전문가들이 꼽는 그의 특징적 타법은 4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투자의 여러 구종에 대처가 강하다는 것이다. 김현수는 왼손타자다. 하지만 왼손투수의 달아나는 커브와 슬라이더 등 속기 쉬운 변화구에 극단적인 중심 쏠림 현상이 거의 없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오른쪽 어깨가 잘 열리지 않는 타자란 점이 꼽힌다. 발가락 앞쪽에 중심을 놓고 있기 때문에 중심이 앞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타석에서 홈플레이트쪽으로 중심을 두고 있어 몸이 바깥쪽으로 열리는 현상이 적은 셈이다.

발사위치에서 초고속 이동하는 것은 또 다른 특징이다. 그는 히팅포인트가 뒤에 있다. 최초 준비 자세에서 임팩트 순간까지 동작이 빠르다. ‘방망이 발사위치’라고 할 수 있는 손잡이 위치를 끌어올려 불필요한 테이크백 동작이 거의 없다. 여기에 뒤에 두고 있는 히팅포인트는 빠른 공에 대한 대응력도 좋게 만들고 있다.

타석에서 움직임이 적다는 것도 강점이다. 중심이동 중에 하체가 무너지는 일이 별로 없다. 오른발을 들었다가 놓으면서 타이밍을 잡지만 처음 밟았던 곳 부근의 약간 앞쪽에 다시 발을 내려놓는다. 때문에 타격할 때 균형이 무너질 여지도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를 얻고 있다.

김현수는 꿈이 많다. 우선 홈런타자가 된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당당한 체격과 남다른 파워를 가지고 있는 그는 사실 ‘차세대 거포’를 노릴 만하다. 그 역시 “어릴 적부터 이승엽, 김동주 같은 홈런 타자들에 열광했다. 타율에 신경 쓰느라 홈런을 못 치는 게 아니라 치고 싶어 죽겠는데 기술이 부족해서 안 되는 것”이라며 숙원을 살포시 드러냈다.

견제집중 포화 예상…롱런의 관건은 ‘극복’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계획이다. 매년 조금씩 홈런 수를 늘려가면서 거포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첫 술에 배 부르려다 공든 탑 무너지는 우(遇)는 범하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최장출전’도 그의 꿈이다. 때문에 어느새 매 시즌 전 경기 출장이 그의 목표가 됐다. 야구장에 많이 나갈 수 있는 게 유일한 행복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그는 지난해 8월19일 대전 한화전부터 시즌 최종전까지 총 25경기에 연속 출장했다. 올해는 총 1백21경기를 치른 29일 현재까지 출장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현재 김현수에게는 숙제가 남아있다. 자신의 진가를 보여야 하는 게 그것이다.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내년부터 집중 견제가 예상되고 있다. 상대팀의 견제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따라 그의 앞날이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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