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업체한테 속은 것뿐”…진짜로?

2010.08.24 09:12:38 호수 0호

보령제약, 가짜 블루베리 팔다 적발된 사연

“대형 제약 회사가 속았다는 것 믿을 수 없다”
석면 파우더사태, 편법 리베이트 등 잇단 물의



가짜 블루베리를 팔아온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적발된 업체들 가운데 대형 제약 업체의 이름이 끼어있어 눈길을 끈다. 문제의 업체는 보령제약. 가짜식품사건은 식품·유통업계만의 전유물이 아니란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형국이다. 이 사실을 접한 세인들은 소비자를 우롱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한편 과거 물의를 빚었던 사건들을 차례로 들춰내며 보령제약에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블루베리 음료의 제조 원가를 낮추기 위해 미국산 블루베리농축액을 3~45%씩 넣고 원재료 함량을 ‘블루베리 100%’로 허위 표시해 판매한 한솔 에프엔지 대표 김모(남·32세)씨 등 6명을 식품위생법 제13조(허위표시등의 금지)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점은 적발된 업체들 가운데 대형 제약 업체의 이름이 끼어 있다는 것. 문제의 업체는 바로 보령제약이다.

보령제약 식품사업부의 위탁생산 업체 한솔에프엔지 대표 김씨는 올 2월~5월까지 발효블루베리농축액 3%에 포도농축액, 과당, 물엿 등을 섞어 만든 ‘발효블루베리100’ 제품의 원재료를 허위 표시했다. 적발 제품은 2만1000박스(70ml × 30포/박스), 시가 1억 500만원 상당에 달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을 보령제약 식품사업부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블루베리는 3%뿐


이들은 눈속임을 위해 진짜 블루베리와 브릭스(Brix:와인, 과일 등의 당 농도를 정하는 단위) 당도가 거의 같도록 조절하는 수법까지 동원했다. 뿐만 아니라 ‘눈 건강에 좋다’ ‘시력 보호’ ‘망막 변성·백내장 방지’ 등 의학적 효능도 있다며 속여 판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청 관계자는 “위반 업체들을 검찰에 송치하고 관련 업소에 대해 허가관청에 행정처분 조치토록 요청했다”며 “원가를 줄이기 위해 고의적으로 원재료 함량을 속여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보령제약 측 관계자는 “위탁업체에서 속인 것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며 “해당 제품은 판매를 중단하고 구입 고객에겐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적극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보령제약을 바라보는 세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보령제약 같은 큰 회사가 위탁업체에 속을 정도로 어수룩하다니 믿을 수 없다”는 반응 일색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보령제약의 자회사 보령메디앙스에서 벌어진 ‘석면 파우더 사태’ 등을 차례로 거론하며 보령제약의 업태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석면 파우더 사태는 지난해 4월 베이비 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을 말한다. 석면이 검출된 제품은 보령 누크베이비파우더, 보령누크 베이비칼라콤팩트파우더, 보령누크 베이비 콤팩트파우더 화이트, 보령누크 크리닉베이비 파우더 분말이다.

석면은 단열성, 내구성 등이 뛰어나 건축자재로 널리 사용됐으나 발암성이 확인된 후 점차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성 등급에 따르면 석면 또는 섬유상 탈크는 ‘인간에게 발암성이 확실한’ 그룹1(1등급)에 해당한다.

석면은 피부를 통한 흡수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문제는 파우더를 바르는 과정에서 아이와 엄마가 석면 성분을 들이마실 경우에 발생한다. 석면이 폐에 침투하면 염증반응을 유발하고 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석면의 유해성은 10년 이상 지난 뒤에야 나타난다. 석면이 ‘조용한 살인자’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보령메디앙스의 파우더는 아기 있는 집은 한두 개씩 갖고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제품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동안 수많은 유아들이 발암물질이 함유된 베이비파우더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던 셈이다.

이와 함께 어린이 치약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당시 보령메디앙스는 어린이 치약을 먹어도 안심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치약은 의약외품으로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허위·과장광고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 또 어린이들은 치약을 자주 삼키게 될 경우 이·뼈·신장·신경계·생식계 등에 이상이 생기는 ‘불소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뿐만 아니라 편법 리베이트 의혹도 있었다. 정부의 리베이트 감시가 강화되자 리서치회사와 제휴해 ‘설문조사에 대한 대가’라는 명목으로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


기업 이미지 실추

이에 보령제약 관계자는 “우리 약을 처방해 달라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설문에 응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뜻으로 건당 몇 만원씩의 비용을 지불한 것”이라며 “제약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보령제약은 업계에서 ‘난다 긴다 하는’ 대형 회사지만 한편으론 매번 문제가 생길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이처럼 잊혀질 만하면 터져 나오는 사건·사고로 기업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다시 끌어올리는 데는 부단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이미지 회복을 위한 노력까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이 이상 물의를 빚어내는 건 참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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