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잇단 직원 물의에 골머리

2010.08.17 09:00:00 호수 0호

“대체 직원교육 어떻게 시킨 거야?”

초우량 고객 금융거래 정보 누설…도덕성 도마
소속 지점장이 700억원대 대출 사기의 중심에



SC제일은행이 새파랗게 질렸다. 새파랗다 못해 새하얗다. PB센터 직원이 수백억원을 예치한 ‘큰손’의 거래 정보를 누설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무려 700억원에 달하는 대출 사기에 SC제일은행 지점장이 가담한 혐의가 드러난 바 있어 충격이 더하다. 이처럼 악재가 잇따르자 SC제일은행을 바라보는 세인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이에 SC제일은행은 행여 불똥이라도 튈세라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눈치를 살피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최근 VIP 고객의 금융거래 정보를 조회해 지인에게 넘긴 혐의(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SC제일은행 PB센터 한모(34) 과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은행 직원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PB(Private Banking)센터는 억대 예치금을 둔 우량고객을 개별적으로 상대하는 영업장을 말한다.

경찰에 따르면 한 과장은 전 직장동료 조모(35)씨를 통해 부동산업체 대표인 황모(40)씨의 청탁을 받아 지난 5월13일과 17일 자신의 근무지인 서울 강남의 PB센터에서 거액 예치 고객인 우모(51)씨 계좌의 거래내역을 11차례에 걸쳐 조회한 뒤 이를 조씨에게 전화로 알려줬다.



11차례에 걸쳐 누설

조사 결과 황씨는 우씨가 중도금 300억원을 계좌에 예치하면 아파트 100가구를 시세의 60% 가격에 매입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우씨가 의심을 품고 예치금을 다른 계좌로 옮기자 조씨를 통해 이런 부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과장은 현재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내역 조회는 했지만 이를 누설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회 시간대에 조씨와 여러 번 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가중되고 있다.

불구속 입건된 은행직원 2명도 황씨의 간접적 청탁을 받고 우씨의 거래정보를 그에게 누설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적발된 은행원들은 상부의 결재 없이 고객의 거래 정보를 쉽게 조회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고객 정보를 누설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 측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며 끝내 답변을 피했다.

거액예금 예치자 등 중요 고객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운영되는 PB센터에서 고객정보가 누설됐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하지만 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SC제일은행 직원이 물의를 빚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것이다. 지난 6월 있었던 700억원대 대출사기 사건의 중심에도 SC제일은행 직원이 서있었다.

수원지검 특수부는 최근 허위 지급보증서 등을 이용해 수백억원을 부정 대출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23명을 입건했다. 이 가운데 총책 김모씨 등 8명은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회사 명의를 빌려준 서모씨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7명을 지명수배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7∼8월 대출금 변제 능력이 없는 회사 명의를 빌려 대출신청을 하면서 허위 지급보증서를 제출해 300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지난해 1∼10월 허위 지급보증서와 감정평가서를 이용해 395억원을 부정 대출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명의 차주 모집과 대출 신청, 위조 지급보증서 공급 등 역할을 분담해 범행했으며, 담보 부동산의 감정평가금액을 3∼8배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 등은 부정 대출한 돈으로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개인용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구속기소 된 은행 관계자들은 대출을 도와주는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번 사건에 SC제일은행 이모 지점장을 비롯해 전·현직 은행장과 지점장, 벤처 사장 등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2개의 은행에서 무려 7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빼갔다. 피해를 입은 은행은 B저축은행과 S은행이다. 대출 사기는 상당히 조직적으로 진행됐다. 대출 신청을 위해 매출 실적이 없는 회사의 이름을 차용했고, 부동산 감정평가 브로커를 통해 담보 부동산의 가치를 부풀렸다. 이 지점장 명의의 위조된 지급보증서도 동원했다. 심지어 각각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여 임무를 맡길 정도로 치밀했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B저축은행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모두 395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검찰은 박 전 은행장이 담보물 실사 없이 대출을 지시하는 등 이번 대출사기를 지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은행장은 현재 해외 도피 중이다. 검찰은 범죄인 인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S은행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2차례에 걸쳐 300억원을 대출받았다.

주요 인물인 김 사장이 해외로 도피하면서 지지부진하던 수사는 지난달 김 사장이 검찰에 검거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검찰은 추가 공범을 추적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각 은행의 윗선 개입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대출사기 규모가 700억원대란 점에서 이번 사건에 거물급 인사가 연루돼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개인 비리일 뿐”


이 사건은 은행 간 소송전으로 번졌다.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따지기 위해서다. 300억원의 대출 사기를 당한 S은행은 위조된 지급보증서에 사인한 이 지점장 소속의 SC제일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을 승인하는데 이 지점장의 위조된 지급보증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S은행은 “허위 지급보증서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이 지점장 소속의 은행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고소를 당한 S은행은 “지점장 개인 비리로 은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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