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최원석 리비아 특사론

2010.08.10 08:58:46 호수 0호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리비아 특사론’이 부상하고 있다. 리비아와의 외교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자 카다피 리비아 원수와 인연이 있는 최 전 회장을 현지에 민간 특사로 파견하자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정부의 공식 채널이 꽉 막힌 상황에서 의외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칩거 중인 최 전 회장에 ‘MB 어명’이 떨어질까. 그렇다면 그가 과연 카다피 원수를 구워삶을 수 있을까.

한·리 외교갈등 고조…정부 돌파구 찾기 고심
카다피와 친분 최 전 회장 ‘구원투수’로 급부상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6일부터 13일까지 특사 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했다. 대한민국에 등 돌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원수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였다. 카다피 원수의 변심을 두고 국정원 요원의 정보수집 활동 등 여러 배경이 제기되고 있으나 진짜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내 입국한 이 의원의 가방은 텅텅 비어 있었다. 그는 카다피 원수와 면담조차 갖지 못한 채 돌아오는 굴욕을 당했다. 양국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국정원 대표단이 나섰다.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달 20일부터 31일까지 리비아를 방문해 현지 정보당국과 협의를 벌였지만 별 진전 없이 돌아왔다. 사과도 소용없었다.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됐다. 장기화 우려마저 나온다. 리비아는 10억 달러의 공짜 공사 등 터무니없는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돌파구 찾기에 고심 중이다. 바로 ‘사람’이다. 선물을 주더라도 누가 들고 가느냐 하는 문제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을 뒤져도 마땅한 인물이 없는 실정.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민간 외교가 힘을 받는 대목이다.

공식채널 막혔다


그렇다면 리비아 특사로 적임자는 누가 있을까.

재계 일각에선 리비아 사태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리비아와의 외교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자 최 전 회장을 현지에 민간 특사로 파견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 최 전 회장과 카다피 원수의 각별한 인연이 그 이유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정치권 인사들이 할 수 없는 부분을 민간인이 나선다면 양국의 오해를 푸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리비아 또는 카다피 원수와 친분이 있는 인물들을 특사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 전 회장과 카다피 원수의 우정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런 직보라인을 활용해야 양국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기 전에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 회장은 1983년 세계 최대의 토목공사인 리비아 대수로 프로젝트를 해외 유수의 건설사들을 따돌리고 수주하는 과정에서 카다피 원수와 돈독한 관계를 쌓았다. 대수로 공사는 사하라 사막의 지하수를 끌어올려 리비아 북부 지중해안 도시들에 공급하는 수로를 건설하는 것으로, 카다피 원수는 대수로 착공식에서 “세계 8번째 불가사의”라고 격찬한 바 있다. 또 1996년 1단계 공사가 끝난 통수식에서 최 전 회장의 손을 번쩍 쳐들며 “감사하다”는 말을 연거푸 반복하기도 했다.

물론 그전에도 두 사람의 개인적 친분이 두터웠기 때문에 수주가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항간엔 ‘호형호제’하는 사이란 얘기도 있다.

최 전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 원수와는 1980년대 중동국가 개척을 할 때 처음 알게 됐는데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답게 뚝심과 배짱이 두둑했다”며 “리비아 공사를 수주할 때 뱃심하나로 카다피를 감동시킨 적이 있다. 그와는 친형제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었다.

만약 ‘MB 어명’이 떨어진다면 최 전 회장으로서도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가 위기 때 봉사할 경우 ‘비리 경영인’족쇄를 떼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활을 노리는 상황에서 재기의 발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4년 분식회계, 배임, 불법 사기대출 등 혐의로 구속된 최 전 회장은 2008년 특별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됐지만, 지금까지 ‘불량 총수’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그는 앞서 2005년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난 이후 줄곧 부활 의지를 불태웠으나 ‘안방’을 재탈환하기 위한 재기의 꿈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 5월 장은영씨와 이혼 후 칩거 중인 최 전 회장은 “백의종군 할 수 있다면 리비아 등 대규모 해외공사를 수주할 수 있다” “여건이 허용된다면 리비아 정부 측 관계자와 다시 만나고 싶다”등 재기 의지를 내비칠 때마다 리비아를 거론해왔다.


10년 전 우정 아직도 유효?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10년도 훨씬 넘은 현재 두 사람의 우정이 여전히 유효하냐는 의심에서다.

1990년대 말 동아그룹의 부도 직전 국내 건설업계에 최 전 회장과 카다피 원수의 ‘결별설’이 떠돈 적이 있다. 카다피 원수의 부탁을 최 전 회장이 거절하면서 둘 사이가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옛 동아건설 한 임원의 회고는 이를 뒷받침한다.

“1단계 대수로 공사가 끝나고 2단계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어느 날 카다피 원수의 호출을 받고 최 전 회장이 달려갔죠. 미국의 제재로 리비아 경제가 어려우니 공사대금을 미뤄달라고 요청했어요. 당시 IMF로 그룹 사정도 최악이라 최 전 회장은 거절했고, 카다피 원수는 이후 최 전 회장을 찾지 않았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리고 곧바로 동아그룹이 공중분해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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