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3중고 <내막>

2010.08.03 09:29:23 호수 0호

엎친 데 덮쳐… 회장님 머리 좀 아프시겠네


우리금융지주가 떨고 있다. 자회사 임원 두 명이 보름 간격으로 자살한 데 이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과 관련해 압수수색까지 당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코앞에 다가온 민영화 작업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악재가 줄지어 터지자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오너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들려오고 있다.


연이은 자살사건에 압수수색까지…‘설상가상’
‘낙하산’ 의혹 이 회장…리더십에 문제 있나?

지난달 19일 오전 11시40분쯤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우리자산운용 임원 이모(42)씨가 경기도 용인의 선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 가족들은 전날 이씨가 집에 들어오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시신을 찾아냈다. 유족들은 경찰에 이씨가 평소 “자금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자금 문제로 고민하던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인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자살·압수수색·민영화



우리자산운용 측 관계자는 “선박을 구입한 뒤 용선료를 받고 빌려주는 선박펀드를 운용하던 이씨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펀드 운용에 계속 어려움을 겪어왔다”면서도 “평소 치밀하고 판매사와 수익자들과 관계도 좋았던 이씨가 자살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4일에는 우리금융지주의 또 다른 자회사인 우리투자증권 임원 장모(47)씨가 서울 서강대교 인근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애널리스트 출신인 장씨는 부동산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보게 되자 처지를 비관하는 말을 자주 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일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잠적했다. 이들의 표면적 자살 이유는 개인적인 투자실패.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들이 회사 자금 운용과정에 심각한 잘못을 저질러 큰 손실을 끼쳤거나 회사 내부 문제와 관련돼 이같은 결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우리은행 측 관계자는 “개인적인 재테크 투자실패로 인한 자살일 뿐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두 명을 잇따라 보낸 애통함을 추스릴 새도 없이 지난달 23일, 경찰이 들이 닥쳤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과 관련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에 따르면 우리은행 부동산신탁사업단은 PF대출 신청업체에게 금융대출을 주선하는 과정에서 사업성이나 대출금 회수 가능성 등 대출 적격성이 충족되지 않은 PF사업에 대해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3800억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전 부동산금융팀장인 A씨(45)는 2008년 3월31일부터 5개월간 지급보증 대가로 7차례에 걸쳐 28억6000만원 상당의 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2008년 4월 퇴직 후 대출 컨설팅 회사를 차렸으며 최근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특경가법상 알선수재의 혐의를 받고 있다”며 “이 같은 혐의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미 과거에 은행에서 적발됐던 사안으로 은행이 고발한 직원에 대한 경찰의 보강 수사차원인 것 같다”며 “금융실명제 이후 금융권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살사건과 압수수색 등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로 우리금융지주는 울상을 짓고 있다.

7월말 매각발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하는 민영화 작업에 행여 차질이라도 생기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조가 민영화 방안에 적극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처럼 악재가 연이어 터져 나오자 일각에서는 이팔성 회장의 오너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흘러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우리금융 회장 공모를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에 휩싸인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공모 이전부터 내정설이 나돌 정도로 유력한 후보였다. 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고대 법대, 영남 출신인데다 지난 대선 때 대통령후보 상근특보를 지내는 등 이명박 대통령과 ‘40년 지기’라고 불릴 정도로 깊은 친분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경력만으로는 MB측 인사로 꼽힐 만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이 회장, 낙하산 의혹

하지만 지난 2008년 3월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공모에 응했다가 최종 3배수 후보에 조차 들지 못한 인사가 금융감독기구 수장으로 적합하겠느냐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였다.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감독기구 수장에 임명되는 건 문제”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당시 내정 의혹에 대해 이 회장은 “오해다”라며 적극 부인했지만 잇따라 불거져 나오는 악재들은 그의 해명을 무색하게 만드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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