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트위터 이중행보 논란

2010.07.20 09:19:09 호수 0호

자랑질엔 ‘방방’ 사고나면 ‘잠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트위터 행보가 구설에 올랐다. 정 부회장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자신의 관심사는 물론 신세계의 사업계획 등을 트위터로 밝혀 세인들은 물론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문제는 정 부회장이 트위터에서 자신의 근황과 그룹 홍보에는 열심인 반면, 정작 언급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선 함구한다는 것이다.

홍보에는 적극적인 모습…사고만 터지면 침묵
자사 사고엔 관대, 타사 흠에는 거침없는 질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재계에 내로라하는 ‘트위터리안’이다. 팔로워만도 현재 2만8000여 명에 이른다. 정 부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음악, 미술, 스포츠 등 다방면에 걸친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나 음식에 관한 이야기, 키우는 강아지 사진 등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쌓고 있다. 또 정보통신(IT) 신기술에도 관심이 많아 팔로워들과 정보를 수시로 교환하고 있다.

트위터로 수십억 번 셈



트위터를 통한 홍보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4월 트위터를 통해 신세계 전점에 와이파이(Wi-Fi) 무선인터넷을 구축할 것이라는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또 계열사인 스타벅스의 이벤트를 소개하기도 했다. 중국 이마트 25호점 개점도 트위터로 알렸다. 오너나 전문 경영인이 미디어 노출을 꺼리는 폐쇄적인 기업과 달리 오너 경영자가 직접 ‘1인 홍보’를 펴고 있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한 홍보실 관계자는 “가만히 있어도 홍보가 되니 돈으로 환산하면 수십억 이상 번 셈”이라며 “신세계의 기업 이미지가 유연하고 젊은 이미지로 각인되는 등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소득도 얻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트위터 행보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회사자랑에는 열심이지만 사고와 관련해서는 함구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달 ‘이마트 가리비살’에서 대장균 과다 검출 논란이 빚어졌을 때 정 부회장의 트위터는 침묵했다. ‘이마트 튀김가루’에서 생쥐가 발견됐을 때도, ‘이마트 옥수수맛전분’에서 이산화황’이 초과검출됐을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16일 신세계백화점에 화재라는 대형사고가 터진 뒤에야 입을 열었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백화점의 안전대책 교육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때 정 부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안전불감증이다. 개점 전이라 천만다행이지만 이번 기회에 안전교육을 챙겨보겠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회장님’의 얘긴 씨알도 안 먹힌 듯하다. 이번엔 이마트 성수점에 또 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신세계 백화점 화재로부터 불과 열흘 만의 일이었다. 민망한 정 부회장은 다시 ‘침묵모드’에 돌입했다.

이에 재계 관계자는 “소통과 윤리경영을 강조하면서 정작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놀랄 만한 사안에 대해 침묵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자사의 사고에 관대한 정 부회장이지만 타사의 흠에 대해서는 거침이 없다. 제 눈 대들보 못보고 남의 눈 티끌만 보이는 꼴이다.

지난 4월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방식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후배가 애플의 아이폰이 3년이면 쇠퇴할 것이라고 했다”며 “아이폰을 이기는 솔루션에는 관심이 없고 기계 몇 대 파느냐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말했다. 우회적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방식을 지적한 것이다.

또 최근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를 갖고 해외 출장을 나갔다가 겪은 ‘불편’을 트위터에 털어놓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트위터에 “로밍 중인 갤럭시S가 갑자기 먹통입니다. 전파 못 잡기를 6시간…그리고 이제는 유심카드마저도 인식이 안 된다고 하네요. 국제 전파미아가 된 기분입니다”라고 토로했다.

영향력 남다르다

트위터라는 개인 공간에서 어떤 얘길 하든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지위를 고려하면 그가 트위터를 통해 뱉어내는 한마디의 영향력이 일반인과는 다르다는 게 재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때문에 언론은 재계 CEO들의 트위터를 항상 주목하고 있으며 CEO들의 발언은 곧잘 기사화돼 국민에 전달된다. 정 부회장이 좀 더 신중한 트위터 행보를 보여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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