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생가로 본 권력의 그림자

2010.07.06 09:02:35 호수 0호

박정희·노무현 생가 ‘후계 권력’ 효과로 활짝

최고 권력에 올랐던 이들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 중에는 대통령들의 ‘난 자리’도 있다. 어떤 곳에서 태어나 어떤 삶을 살게 됐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권력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후계 등을 통해 현재에 권력의 흔적을 남긴 이들의 생가는 복원은 물론, 운영 면에 있어서도 다른 전직 대통령들의 생가보다 활기가 넘치고 있다. 또한 유력 정치인들의 방문이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까지 낳기도 한다.

전직 대통령들의 생가는 보존 가치를 가지고 있는 만큼 국가도 이에 대한 정비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그 인기는 곳곳마다 다르다.



이 중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는 아직까지 관심이 식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생가는 경북 구미시 상모동에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나서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았던 집으로 안채 및 사랑채와 1979년에 설치한 분향소가 있다. 1993년 경상북도 기념물 제86호로 지정됐다.

대통령 생가도 인기 나름

최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건립추진위원회’가 시민 성금을 모아 박 전 대통령 동상건립에 나섰다. 지난해 6월부터 성금을 모금, 지난 5월31일까지 6억3000여 만원의 성금을 모은 것. 추진위는 내부 검토와 유족 협의를 마치는 대로 동상 건립을 시작해 늦어도 올해 안으로 이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박 전 대통령의 생가가 주목받는 이유 중에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연관성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자녀인 박 전 대표가 대를 이어 정치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차기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력’이 살아있다는 것. 박 전 대표는 매년 생가에서 열리는 10월26일 추도식과 11월14일 탄신제 등에 유족 대표로 참석, 생가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정치권도 생가의 ‘정치적 의미’를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박연합이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출정식을 가진바 있으며 지난 5월10일에는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생가를 전격 방문해 화제가 됐다. 이 전 위원장은 경북 영천-경산 접경도로 확·포장을 위한 현장조정회의와 구미 금오공대 학생간담회 등 공식 일정을 마치고 상경하는 길에 예고 없이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


그는 “많은 세월이 흐른 만큼 역사를 보는 눈과 마음도 열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지만 7월 재보선을 앞두고 있던 터라 박 전 대표를 향해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불렀다.

가장 최근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가 반가운 손님들을 맞았다. 지난달 18일 김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장목면 대계마을 내에서 열린 기록전시관 준공식과 관련, 이곳을 찾은 이들이 근처에 있는 김 전 대통령의 생가까지 방문한 것이다. 이날 준공식에는 김 전 대통령 내외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국회의장, 정몽준 전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9월 복원된 노 전 대통령의 생가는 봉하마을 대통령 사저 앞에 자리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으로 내려오면서 일찌감치 생가 복원 작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으며 멀지 않은 곳에 조성된 노 전 대통령의 묘역과 함께 방문객들의 방문을 받고 있다.

이곳은 노 전 대통령 사후 노 전 대통령의 묘역과 생가 등 봉하마을 주변 경관의 조성과 관리를 통한 대통령 추모 기념사업을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 아름다운 봉하’가 관리하고 있다.

‘아름다운 봉하’측은 “노 전 대통령 귀향 이후 지난해 말까지 약 350만명의 방문객이 봉하마을을 다녀갔다”며 “요즘도 평일 3000~4000명, 주말 1만명 가까운 참배객이 묘역과 생가 등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였던 친노 진영이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생애·활동·사상·정책·업적을 알리고 전하기 위한 기록물 보존 및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업적·기록·가치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통령 기념관을 시민의 손으로 만들려 한다”고 밝혔다.

아산시 둔포면에 위치한 윤보선 전 대통령의 생가는 최근 보수정비를 마쳤다. 윤 전 대통령의 생가는 지난 1984년 12월 국가지정 문화재 중요민속자료로 제196호로 지정돼 보존 중으로 지난 2008년 3월부터 국비와 지방비 등 총 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안채와 사랑채를 보수한 것. 사랑채는 윤 전 대통령의 생애와 사상을 살펴볼 수 있는 기념전시관으로 조성되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들의 생가에서 매년 행사가 열리거나 근처에 기록전시관 등이 세워지는 것과는 달리 몇몇 대통령 생가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거나 곤란한 처지에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생가는 관리를 누가 맡느냐는 것을 두고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대구 신용동에 위치한 노 전 대통령의 생가는 교하 노씨 산동공파 종중이 소유하고 있는데 노씨 산동공파 종중이 2007년부터 동구청에 기부채납할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 문제로 표류 중

하지만 동구청은 생가 기부채납 후 개·보수와 진입도로 설치 등 사후 관리에 들어갈 예산이 적지 않은 탓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동구청측은 “통상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생가 주변 인프라를 마련한 뒤 퇴임 후 지자체에 기부채납해 온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현재 구청 예산으로 어려운 주민을 돌보는 것도 힘든데 생가 보존 사업까지 챙길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남 합천군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가도 인근에 지방도가 새로 생긴 것 외에는 재임 당시와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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