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의 ‘조삼모사’ 수수료 정책 <엿보기>

2010.03.30 09:24:18 호수 0호

앞에선 ‘생색’ 뒤에선 ‘주머니 챙기기’


최근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 폐지 및 인하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고금리 수수료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지적에 업계가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 하지만 카드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일각에선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수수료 폐지를 선언한 일부 카드사들이 실제로는 이자율을 올려 고객을 상대로 ‘조삼모사’식의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카드사들의 이 같은 행보가 ‘생색내기’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업계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 폐지·인하 ‘봇물’
신한·기업·SC제일은행 등 이자 올려 손실보전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금리인하 경쟁에 최근 신한카드가 합류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22일 “4월부터 현금서비스의 취급수수료를 전격 폐지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신한카드 고객은 현금서비스 이용 시 연 4.8%의 취급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신한카드는 하나SK카드, 비씨카드, SC제일은행, 기업은행에 이어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 폐지를 선언한 다섯 번째 카드사로 기록됐다.

취급수수료 사라진다



이처럼 최근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취급수수료 폐지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금융당국과 여론의 압박 때문이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에 대한 과도한 수수료 정책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을 수차례 받아왔다. 실제 현금서비스 이용 시 카드사는 고객들로부터 건별 취급수수료와 함께 개인의 신용과 사용기간에 따라 책정되는 대출이자율을 합해 평균 금리로 책정해 왔다.

업계에 따르면 이 경우 현금서비스의 평균 대출 금리는 26% 수준에 육박한다. 금융당국은 현금서비스 금리가 연 5~6% 수준인 카드사의 조달 금리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현금서비스 수수료가 높게 책정된 원인으로 취급수수료를 지적, 이를 폐지해야 한다며 카드사들을 압박했다.

취급수수료란 현금서비스 이용 시 카드사가 선이자의 개념으로 고객에게 대출 건별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지난 2003년 카드대란 직후 카드사들의 손실을 메워주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며 그동안 카드사는 대출금(현금서비스)의 연 4~5%를 취급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부과해 왔다. 카드사의 고금리 수수료 문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집중 조명됐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장형덕 여신금융협회장을 출석시켜 현금서비스 금리 인하를 강도 높게 요구했다. 국회는 이 자리에서 카드사의 연체율이 평균 1.9~2.5%에 불과할 정도로 부실위험이 크게 낮아진 만큼 손실보전을 위해 허용됐던 취급수수료를 폐지하는 등 적극적인 금리 인하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국회와 금융당국, 여론의 비판에 못 이긴 카드사들이 연초부터 잇달아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 폐지에 나서고 있다. 첫 포문을 연 것은 지난해 말 하나은행에서 분사한 하나SK카드다. 하나SK카드는 지난 1월1일자로 건당 취급수수료 0.4%를 없앴다. 이로 인해 현금서비스 평균 금리가 26.98%에서 23.56%로 하향 조정됐다. 뒤이어 비씨카드도 1월25일부터 건당 취급수수료 0.4%를 폐지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계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일부 카드사들이 취급수수료를 폐지하는 대신 슬그머니 이자율을 올려 자사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탓이다. 지난 1월 말부터 취급수수료 폐지를 선언한 SC제일은행의 경우 건당 0.4%의 취급수수료를 없애는 동시에 이자율은 연 1.2% 포인트 인상했다.
 
올해부터 건당 0.4%의 취급수수료를 없앤 기업은행도 이를 이자율에 녹여내 통합 관리하고 있다. 단 기업은행은 이후 통합이자율을 1.3% 포인트 인하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도 예외는 아니다. 신한카드는 4월부터 건당 이용금액의 0.5%를 받던 취급수수료를 폐지하는 동시에 고객의 신용도에 따른 이자율을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연 9.84∼26.84%를 부과하던 대출이자율이 연 9.84%∼28.84%로 최고 2%포인트 오른 것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취급수수료 폐지로 인한 손실의 부담이 커 이자율을 소폭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취급수수료가 폐지됐다고 해도 금리 인하는 연 1.0~2.0% 포인트 수준으로 실질적인 혜택은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 추진되어 왔던 취급수수료 폐지 정책은 아직까지 일부 카드사들에 의해 한정적으로 시행될 뿐 여전히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눈치만 보는 실정이다. 이들은 여론의 비판에도 취급수수료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수수료율만 소폭 낮추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자는 더 올랐네?

실제 삼성카드는 지난해 말 취급수수료를 건당 0.12% 포인트 낮춰 평균 금리를 25.31%에서 24.11%로 낮췄고, 롯데카드는 2월 초 취급수수료를 건당 0.55%에서 0.44%로 0.11% 내렸다. 농협 역시 최근 취급수수료를 건당 0.4%에서 0.18%로 인하하는 한편 선결제수수료를 없앴으며, KB국민카드도 취급수수료를 건당 0.5%에서 0.3%로 인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금리 인하를 실시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는 평균 0.2~0.3% 포인트의수수료 인하에 그쳐 고객이 체감하는 수준의 혜택이 되지는 못한다”며 카드사의 ‘생색내기’성 이벤트를 꼬집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