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이상한 보너스’ 논란

2014.04.24 09:35:40 호수 0호

적자났는데…눈치 없이 돈잔치

[일요시사=경제1팀] 김성수 기자 = 재계 오너들의 연봉이 화제다. 수억에서 수백억에 이르는 돈에 서민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유독 말이 많은 '회장님'이 있다.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다. 다른 총수들에 비해 많은 돈을 챙긴 건 아니지만 이상한 '보너스 잔치'를 벌여 뒷말이 무성하다.



보광그룹의 이상한 보너스가 도마에 올랐다. 오너가 실적이 좋지 않은 계열사에서 거액의 상여금과 성과금을 챙긴 것. 논란의 주인공과 회사는 홍석규 회장과 STS반도체통신이다.

362억 순손실

금융감독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홍 회장은 지난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STS반도체통신에서 1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다. 대표이사 급여 8억3000만원, 상여금 1억3000만원, 성과금 1억7000만원 등 총 11억3000만원에 이른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너무 많지 않냐는 지적이다. 회사가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STS반도체통신은 지난해 매출 3270억원을 올렸지만, 18억원의 영업손실과 3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홍 회장은 대표이사로서 급여는 그렇다 치더라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회사에서 수억원의 상여금과 성과금을 챙긴 셈이다.

홍 회장은 7년 전부터 STS반도체통신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전엔 임원 연봉을 공개하지 않아 홍 회장의 보수를 확인할 수 없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STS반도체통신은 2012년에도 적자였다. 매출 3885억원에 영업이익 60억원을 올렸지만, 8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STS반도체통신이 사업보고서에 밝힌 윤 회장 보수의 산정 기준 및 방법이다. 급여는 임원 보수 규정(대표이사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역시 상여금과 성과금이다. 상여금은 기본급의 100%를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하면서 '대표이사가 별도로 정한다'고 돼 있다. 홍 회장이 자신의 상여금을 직접 결정한 것이다. 성과금에 대해서도 '성과 평가를 기준으로 대표이사 결정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STS반도체통신이 거둔 실적은 그나마 계열사들과 거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1998년 설립된 STS반도체통신은 집적회로, 플래시메모리카드 등 반도체 제조·판매 업체로 2001년 상장했다. BK LCD(홍콩)가 지분 19.29%(835만5751주)를 소유한 최대주주. 홍 회장은 1.06%(45만9029주)를 보유한 개인 대주주다.

문제는 자생력. STS반도체통신은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이 높은 편이다. 매출의 1/3가량을 '집안'에서 채우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1000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STS반도체통신은 지난해 매출 3270억원 가운데 1002억원(31%)을 필리핀법인(968억원), 코아로직(34억원) 등 특수관계자들과의 거래로 올렸다. 2012년에도 필리핀법인(1258억원), 코아로직(12억원) 등 특수관계자들은 매출 3885억원 중 1271억원(33%)에 이르는 일감을 STS반도체통신에 퍼줬다.

여기에 사실상 특수관계인 '삼성 매출'도 적지 않다. 1998년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STS반도체통신은 독립 이후 삼성전자 협력업체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 몇년간 일감이 줄긴 했어도 양사는 여전히 많은 금액을 거래 중이다. STS반도체통신은 지난해 1435억원을 삼성전자와 거래했다. 2012년에도 1526억원을 삼성전자에서 거뒀다. 거래 대상을 삼성 계열사로 확대하면 금액은 더 커진다.

마이너스 계열서 상여금에 성과금
급여까지 해서 11억3000만원 챙겨
"회장이 자신의 보너스 직접 결정"

보광그룹과 삼성그룹은 사돈기업이다. 홍 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의 동생. 자유당 정권 시절 법무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고 홍진기씨는 1960∼80년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의 인연으로 삼성 소유의 동양방송 사장과 중앙일보 회장 등을 지냈다. 1967년 장녀 홍 관장을 이 회장에게 출가시켜 삼성가와 사돈을 맺었다.

지난해 말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5억원 이상의 상장사 등기 임원 연봉을 사업보고서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급여와 상여금, 성과급, 퇴직금, 기타 소득 등을 합쳐 연봉이 총 5억원이 되지 않으면 공개할 필요가 없다.

홍 회장은 보광그룹 50개 계열사 중 STS반도체통신(대표이사)을 비롯해 휘닉스홀딩스(회장), 휘닉스소재(이사), 코아로직(이사) 등 4개 상장사에서 모두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STS반도체통신을 제외한 이들 세 회사는 임원들의 연봉이 5억원을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 홍 회장이 받은 '월급봉투'를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이사진 평균 보수를 통해 추정할 수 있다.

휘닉스홀딩스, 휘닉스소재, 코아로직의 지난해 등기이사 1인당 평균 보수는 각각 2억1600만원, 1억6900만원, 1억7900만원으로 나타났다. 홍 회장도 이 수준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세 회사도 지난해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휘닉스홀딩스와 코아로직은 적자를 냈다. 1996년 설립된 광고대행 업체 휘닉스홀딩스는 매출 148억원을 올렸지만, 각각 35억원·38억원의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냈다. 1998년 설립된 반도체 제품 제조업체 코아로직은 매출 302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 123억원에 순손실 394억원이 났다. 2000년 설립된 전자부품 제조업체 휘닉스소재는 매출 548억원, 영업이익 20억원, 순이익 2억원을 기록했다.

홍 회장은 이외에 보광(스키장·콘도 운영), 한국문화진흥(상품권 제조·판매), 휘닉스개발투자(부동산 컨설팅) 등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이들 회사는 비상장사라 임원 연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삼성일감' 의지

서울대 외교학과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외교학 석사 과정을 마친 홍 회장은 1979년 외무고시(13회)에 합격해 대통령비서실과 외무부 등에서 근무하다 1995년부터 보광그룹 경영에 참여, 2004년 회장에 올랐다. 그의 형들(홍석현 중앙일보 회장-홍석조 BGF리테일 회장-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도 1999년 삼성으로부터 분할한 보광그룹 계열사를 나눠 경영 중이다.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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