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기계

2023.05.22 08:27:45 호수 1428호

앤드루 블룸 / 에이도스 / 1만6000원

맑음, 구름, 바람, 폭우, 가뭄, 태풍, 눈보라…. 날씨는 각자 사는 곳에서 만나는 하나의 개인적 경험이다. 같은 시간대라도 지역에 따라, 그곳의 대기 상태에 따라 경험하는 날씨가 다르다. 모든 과학이 그렇듯 날씨와 관련된 대기과학 역시 이런 개별적 경험을 하나의 보편적 실험, 객관적 결과와 예측으로 바꾸는 데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책은 미국 전역서 전신을 통해 올라온 날씨 상황을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의 로비에 현황판을 만들던 때부터 출발해 정교한 대기 모형과 엄청난 연산능력을 자랑하는 슈퍼컴퓨터, 지구 곳곳에 포진해 있는 관측소를 통해 일주일 후의 날씨도 내다볼 수 있는 현대까지 약 150여년의 역사를 두루 훑는다.

그날그날의 날씨 양상보다는 일종의 방정식을 통해 대기의 흐름이나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려 했던 대기과학자 비에르크네스, 커다란 콘서트홀에 수백명의 계산원을 모아 놓고 전 지구의 날씨를 계산 예측하려 했던 루이스 리처드슨, 전략적 이유서 북아메리카에 무인 기상관측소를 비밀리에 세웠던 나치,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급격한 발전을 이룬 로켓 기술을 통한 위성 제작 등 대기과학서 핵심적인 장면으로 손꼽을만한 사건들을 흥미롭게 되짚는다. 

이 150여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날씨는 특정 장소서 겪는 개인적 경험이 아니라 매일 쉽게 재현 가능한 과학 실험이 되고, 날씨 관측은 하나의 전 지구적 시스템으로 변모하며, 슈퍼컴퓨터와 위성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갖추게 됐다.

이처럼 일기예보의 역사를 되짚는 지은이는 날씨 예측이 대기 과학자와 위성 제작자, 데이터 과학자, 관측자 등 수많은 사람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며, 수많은 나라가 참여하고 있는 전 지구적 협력의 산물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여름 서울에는 115년 만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고, 유럽에서는 5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찾아왔다. 지구 반대편서 벌어진 이 두 사건을 우리는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늘과 대기에는 경계가 없다. 가뭄, 한파, 폭우가 국지적이고 개별적인 경험, 혹은 각 지역의 놀라운 기상상태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광범위한 하나의 사건으로, 지구상의 드넓은 영역에 걸친 날씨 패턴인 것이다.

매일 아침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하루를 계획해 행동을 맞춘다. 일기예보는 실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날씨는 어떻게 예측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일기예보의 정확성을 두고 비아냥과 조롱을 쏟아붓지만, 과학적으로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창조물 중 하나’ ‘현대 세계의 가장 놀라운 성과, 하지만 가장 저평가된 것 중 하나’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충분하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바로 이 가장 위대한 창조물 중 하나인 날씨 기계, 즉 대기 과학자, 위성, 외교관, 관측자 등이 협력해 만드는 시스템 혹은 전 지구적 네트워크인 날씨 기계의 기원과 역사를 추적하고 소개한다. 일기예보에 대한 우리의 오해, 그리고 날씨 예측과 관련해 우리가 알고 싶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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