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공약 1호 파기의 의미

2019.01.14 10:39:54 호수 1201호

2007년에 실시된 17대 대선 당시의 일이다. 당시 경제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허경영은 보통의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파격적인 공약들을 내놓았다. 그 중에서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보자.



처녀와 총각이 결혼하면 결혼수당으로 남녀 각 5000만원씩 지급,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70만원 지급, 출산수당으로 출산 때마다 3000만원씩 지급, UN 본부를 판문점으로 이전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2007년 당시 상황에 비춰볼 때 그가 내놓은 공약은 황당하게 비춰졌다. 그런데 현 시점서 오로지 생색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문재인정권의 실상을 감안하면 ‘UN 본부 판문점 이전’ 부분만 제외하고 전혀 설득력이 없는 공약도 아니다.

각설하고 최근 유홍준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이 “대통령 집무실을 현 단계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할 경우 청와대 영빈관,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 주요 기능 대체부지를 광화문 인근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1호를 사실상 백지화하겠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7년 1월 “대통령 집무 청사를 광화문으로 옮기고, 청와대와 북악산을 국민들에게 돌려 드리겠다”며 “청와대는 수도 서울을 상징하는 시민 휴식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당선 직후 그를 위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등을 자문위원으로 하는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를 출범시켜 분야별로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금년 새해 벽두에 본인이 아닌 유 위원을 통해 도마뱀 꼬리 자르듯 했다.


동 사안을 바라보면 그야말로 허경영이 무색할 정도다. 왜냐? 문 대통령의 공약 1호인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은 허경영의 UN 본부 판문점 이전 공약보다 더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청와대의 실정을 전혀 모르는 상태서 그저 객기를 부려본 듯, 아니 불통으로 지칭되는 박근혜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한 단순한 립서비스로 비춰졌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광화문 인근 지역을 국민들로부터 빼앗겠다는 발상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더 한심한 일은 그에 대한 핑계다. 유 위원은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광화문 근처서 대체부지를 찾을 수 없어 그렇다고 말이다. 대체부지라고 한다면 현 청와대의 면적인 근 7만7000여평을 의미하는데 광화문 근처에 그런 면적이 말이나 될까.

재차 언급하지만 문 대통령이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공약은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그런 공약을 1호로 내걸었다. 이 대목서 문 대통령은 공약 1호가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알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를 살피기 위해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인용해본다.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고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우리 헌법은 이를 필두로 130조의 항목과 부칙 6조로 이루어져 있다. 세밀하게 살피면 뒤따르는 조항들은 1조를 세분화한, 1조의 항목을 구체화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어 헌법 1조가 헌법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공약 역시 마찬가지로 이어지는 공약들은 결국 1호 공약의 보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약 1호를 파기한 그 이유는 박근혜정권의 불통을 닮아가겠다는 의미가 아닌지 우려스럽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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