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 나주봉 대표

2012.06.02 14:41:52 호수 0호

돌아오지 않는 아이, 돌아앉아 버린 부모’ 더 없어야…

[일요시사 = 김설아 기자] 가족 나들이가 많아지는 시기면 ‘아차’ 하는 사이에 아이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해마다 2만 5천여 건이나 집계되는 실종발생 건수가 가장 집중된 시기도 바로 봄철. 이맘때쯤이면 유독 바빠지는 한 사람이 있다. ‘개구리소년’을 찾는 것을 시작으로 21년간 미아·실종자 찾기에 전념해온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의 나주봉 대표가 주인공. 지난 25일 ‘실종 아동의 날’을 맞아 청량리역 공터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나 대표를 만났다.  
 

▲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 대표


청량리 털보 각설이’라고 불렸던 나주봉 대표는 1991년 인천 월미도에서 각설이 공연을 하며 만난 개구리소년 부모들과의 인연을 계기로 전미찾모(전국미아실종자찾기모임)를 만들고 지난 21년간 국가를 대신해 600명의 실종자를 찾았고 귀가시켰다.

지금 어디에 있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각설이 공연을 하고 이른바 ‘뽕짝’ 테이프를 팔아 짭짤한 수입을 올리던 나 대표. 1991년 인천 월미도서 200~300명의 관중들 앞에서 공연을 하던 그는 반대편에서 실종아동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는 이른바 ‘개구리소년’의 아버지들을 보게 됐다.

나 대표 역시 아이를 잃었던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80년대에 가족을 잃었다가 4년 만에 찾았던 경험이 있다. 남의 일로 여길 순 없었다.

“한쪽은 흥에 겨워 즐겁고 다른 한쪽은 아이를 잃은 맘에 애가 타들어가니 괜히 미안함 맘이 들었죠. 어차피 떠도는 신세니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싶어서 그 분들에게 전단지 500부를 받아 다른 곳을 다니면서 나눠주기로 약속했죠.”


그것이 이 일의 시작이 됐다. 500부를 다 배포하고 난 뒤에도 자신의 사비로 2만부 정도를 더 제작해 전국을 돌며 나눠줬다.

그 뒤 생업도 포기한 채 개구리소년들의 아버지를 다시 만나 그들과 함께 2년 반 동안 전국의 시장, 역, 터미널 등을 다니며 전단지를 뿌렸다. 그러자 2년여 동안 다른 실종자 가족들이 자기 가족도 좀 찾아달라며 부탁을 해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인연을 맺은 가족들이 이젠 280여명이 됐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가족들의 모습은 처참했어요. 아이를 찾다 너무 힘든 나머지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고, 이혼하는 등 가정이 해체되는 것을 보고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죠.”

2000년에 이르러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을 만들어 대표라는 직함을 걸고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대통령, 국회의원 등 지도층 인사들을 만나 실종자 찾기에 필요한 법 제정을 촉구했고 그 결과 2005년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06년 ‘범죄 피해자 보호법’이 만들어졌고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늘었다.

수년간 나 대표가 실종자 찾기에 전념해왔지만 정부 지원금은 동대문구청에서 연간 400만원이 나오는 것이 전부다. 경찰청 산하 기관으로 인가를 받았지만 지원금은 한푼도 없다. 후원금도 거의 들어오지 않는 형편이다.

청량리 털보각설이에서 미아 찾기 나선 21년…무슨 사연?
“실종자찾기종합센터·희생자 추모공원 만드는 게 목표”

나 대표는 지금의 이러한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미아·실종자 찾기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현 시점에서 바라봤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지금의 182(실종아동찾기센터)를 확대해서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센터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오래전부터 정부에 요구해왔지만 ‘실종자 찾기 종합센터’를 만드는 게 시급한 것 같아요. 그 안에 아동 전담팀, 성인(실종·가출) 전담팀, 장애인 및 치매환자 전담팀, 해외입양·이산가족 전담팀 등 4개 팀을 두면 가장 적합하죠. 여기에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사기법을 도입해 운영되면 답보 상태인 실종사건을 거의 다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잃어버린 우리가족들, 아이들을 찾을 수 있고 앞으로 발생되는 사건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나 대표의 요구는 축소되어 지난 2008년 3월 각 경찰서에 ‘실종수사 전담팀’이 설치됐다. 그러나 나 대표는 전담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종수사 전담팀의 경우 현재 일어나는 실종사건은 능동적으로 대처하지만 장기실종사건을 해결하는 데는 미흡한 부분이 많죠. 일반 수사형사들로 구성되다보니 실종자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되어 찾는데 어려움이 있어요. 실종수사 전담팀원들만이라도 5~10년 장기근무를 해야 하는 것이 꼭 필요하죠. 실종사건만 접하다보면 노하우도 축적되고 전문성도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나 대표는 또 장애인 및 치매환자 실종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수용시설이 각 시도에 설치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실종아동전문기관의 예방 교육이 강화되고 경찰 뿐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도 실종에 대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구리소년들과 안양 초등생 살해사건의 혜진·예슬이를 비롯하여 희생된 아동들을 추모할 수 있는 추모공원을 만드는 게 향후 목표에요. 추모공원 안에 교육관을 만들어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과거 사건을 접하고 그것을 통해 실종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이죠. 과거를 기억하지 않고는 현재의 우리가 없다는 것도 알리고 싶어요. 개구리소년들의 희생으로 인해 실종법이 만들어 지고 전 국민이 혜택을 받고 있는데 추모는커녕 그들을 잊어버리는 사실이 가장 안타까워요.”

37세에 실종자 찾기에 나선 뒤, 어느새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나 대표의 젊음과 청춘은 모두 이곳에 쏟아 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손을 놓으면서 노점상을 하는 아내의 수입으로 가계를 꾸려가다 보니 힘든 일도 많았다. 그러나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삶이 황폐해지고 영혼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미쳐야 바뀐다

“실종 부모들과 교감을 나누면서 제 새로운 인생을 배웠어요. 아마 이 일을 안했더라면 남들처럼 돈 열심히 벌고 지금 나이에 맞는 생활을 했겠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가족들을 하나 둘 계속해서 만나면서 그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웠고, 피눈물을 토해내는 아픔을 들을 수 있었어요. 이제는 이 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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