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전운 감도는 내막

2011.08.23 10:34:48 호수 0호

또 경영권 이상기류…시한폭탄 ‘째깍째깍’


현대그룹 경영권이 또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 축인 현대엘리베이터가 2대주주인 외국계 기업과 마찰을 빚으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모양새다. 그동안 집안 식구들로부터 공격을 받는 등 사방이 적인 현대그룹. 이번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현대엘리 2대주주 쉰들러와 회계장부 열람 충돌
‘경영 분쟁’ 확전 가능성…범현대가 개입 시 심각

툭 하면 터지는 현대그룹 경영권 이슈가 또 부상했다. 그룹의 축인 현대엘리베이터가 2대주주와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이 이번에도 경영권 다툼에 휘말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 2대주주인 쉰들러그룹(쉰들러 도이치랜드 게엠베하)은 최근 현대그룹에 파생상품 회계 장부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지분과 관련한 파생상품 계약조건에 대한 회계장부 열람권을 행사한 것.



파생상품 도화선

현대그룹은 2006년 현대상선을 두고 현대중공업과의 경영권 분쟁을 거치면서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넥스젠, 케이프 포춘, NH증권, 대신증권 등과 현대상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을 계약했다. 계약 당사자는 현대엘리베이터. 파생상품 계약 조건엔 계약 만기일에 현대상선 주가가 최초 매입가보다 낮으면 손실액 전액을 보상해주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글로벌 금융불안 여파 등으로 현대상선 주가가 급락하면서 파생상품 손실이 커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5월 기준 현대상선 주가가 지난해 말 3만8550원 대비 주당 4150원 하락하는 등 올 1분기 약 608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현대엘리베이터 자기자본의 9.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현대상선 주가는 이후 더 떨어져 지난 16일 현재 2만6850원 수준이다.

현대상선 파생상품 손실이 커지자 쉰들러는 결국 “주주로서 구체적인 파생상품의 조건과 손실내역을 보겠다”며 파생상품 회계장부 공개를 요구한 것이다. 쉰들러가 현대상선 파생상품을 우려하는 이유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의 최대주주(23.28%)이기 때문이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33.4%(쉰들러 도이치랜드 게엠베하 26.8%·쉰들러 홀딩스 6.6%)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룹 측은 쉰들러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쉰들러에서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했는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내부 주주간 문제가 외부로 샌 것을 보면 양측간 갈등이 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현대그룹과 쉰들러간 마찰이 커질 경우 경영권 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엠→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흔들리면 현대그룹으로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라도 현대엘리베이터를 지켜야 하는 처지다.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는 현대로지엠(23.9%)이다. 이어 쉰들러가 많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모친 김문희 용문재단 이사장(8.2%), 현대증권(4%), 재단법인영문(3.3%), 현 회장(1.8%) 순이다.

현대그룹 측은 “현 회장의 우호지분이 모두 50%가량 되기 때문에 경영권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지만, 쉰들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쉰들러는 2006년 KCC로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5%를 매수했다. 이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지분을 적극적으로 꾸준히 사들여 현재 33.4%로 늘렸다. 현대상선 회계장부 열람권을 두고 현대그룹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쉰들러가 추가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확보에 나선다면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쉰들러가 지분을 전량 매각해도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만약 범현대가에 지분이 넘어간다고 가정시 사태가 심각해 질 수 있다. 현대그룹과 범현대가는 경영권 분쟁을 일단락 지었지만 여전히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 회장은 2003년 현대엘리베이터를 놓고 시숙부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과 ‘전쟁’을 치렀다. 2006년엔 현대상선을 놓고 시동생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범현대가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불화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다. 특히 현대상선은 현 회장의 지배력이 불안한 상태다. 범현대가가 현대엘리베이터를 장악할 경우 현대상선 경영권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사방이 적

현 회장은 현대상선 지분이 1.7%밖에 없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25% 수준. 여기에 우호지분을 싹싹 긁어모아야 40%가량 된다. 범현대가의 현대상선 지분은 34%대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현대건설은 7.75%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16.43%, 현대중공업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7.35%, KCC는 2.4%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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