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인수 ‘저 멀리’

2011.06.22 06:00:00 호수 0호

론스타 버티기 모드에 ‘좌불안석’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지난 16일, 결전의 날.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공판이 열렸다. 이날 하나금융지주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법정을 빠져 나왔다. 론스타가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때문이다. 버티기에 돌입하겠다는 속내다. 판단까지 걸리는 시간은 1~2년. 눈앞이 깜깜하다. 인수자금을 계속해서 묶어둘 수도 없거니와 6개월마다 인수협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애써 태연한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하나금융이지만 안달이 날 수밖에 없다. 반면 론스타는 표정에 여유가 가득하다. 협상의 주도권과 배당, 두 마리 토끼를 쥘 수 있게 된 때문이다.



위헌법률심판 제청 시 판단에 1~2년…인수 안개 속
론스타는 여유만만…협상 주도권과 배당을 한방에

지난 16일 서울고법에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론스타는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양벌규정은 법인의 대표자와 대리인, 사용인 기타 종사자가 업무와 관련해 법을 위반하면 행위자뿐만 아니라 법인도 처벌하도록 한 규정이다.

이를 적용할 경우 유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외환은행과 론스타까지 유죄 처벌을 받게 된다. 단순히 회사 소속 직원의 잘못을 이유로 해당 회사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론스타 측의 항변이다.

연장 협상 부담

법원이 변호사의 제청을 받아들여 헌법제판소에 심판제청을 하면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재판은 중단된다. 문제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게 되면 판단이 나오기까지 통상 1~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하나금융에게 이번 공판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하나금융은 그동안 론스타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유죄이든 무죄이든 빠른 시일 내에 나길 기대해 왔다. 무죄 판결이 날 경우 인수는 순조롭게 진행된다. 반대로 유죄가 확정 돼도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지분(51.02%) 강제 매각 명령을 내리면 하나금융은 이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

하지만 재판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면서 외환은행 인수는 안갯속으로 진입했다. 우선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 여부에 대한 판단은 자연스레 늦어질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인수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2차 공판도 변호인 측의 자료 정리 기간 등을 감안해 다음달 21일에 열린다. 유죄로 판결이 나더라도 전 세계에서 투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론스타는 이미지를 위해 재상고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 언제 최종결론이 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 간 외환은행 주식매매 계약 연장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하나금융도 인수자금 4조9000억원을 장기간 묶어두면서 법원 판결을 계속 기다릴 순 없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론스타와 6개월마다 외환은행 인수계약 연장 협상을 벌여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하나금융은 애써 태연한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표정이다. 하나금융 측 관계자는 “이날 공판 결과가 기존 협상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하나금융은 우선 눈앞의 매매계약 연장 마무리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론스타와의 협상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론스타가 ‘버티기’까지 돌입하니 하나금융으로선 안달이 날 수밖에 없다. 반면 론스타의 표정엔 한 없이 평온한 기색이 흐르고 있다.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오면서 최대한 많은 배당을 받아 실속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 얼마든지 ‘시간 끌기’에 나설 수 있단 얘기다.

김 회장 인수 고집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나금융 내부에선 외환은행을 제외한 다른 대안으로 방향을 빨리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하나금융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미 포기했다는 내부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이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승인이 없을 것이란 정부 입장이 확정된 상태에서 론스타가 조기 가격 확정 등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외환은행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라는 사명을 띠고 지난해 말 회장 연임에 안착했다. 거취가 외환은행 인수와 맞물려 있는 셈이다.

현 상황을 고려하면 외환은행 인수가 불발로 끝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경우 타 금융지주사와의 규모의 경쟁에서 밀려 절체절명에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다. 김 회장이 외환은행에 고정된 시야를 주변으로 넓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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