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횡령사건으로 본 박용만 회장 ‘이중행보’

2011.06.20 10:33:39 호수 0호

우스갯소리엔 ‘하하호호’ 민감사안에는 ‘침묵일관’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두산 계열 방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005년부터 국방비 31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K-2 흑표전차와 관련해서다. 잇단 엔진 결함으로 질리도록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맷집을 길러온 두산인프라코어지만 이번만큼은 ‘휘청’할 수밖에 없었다. 성능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서다. 국민권익위 조사 결과, 국가 예산 수십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난 것. 게다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2009년에도 79억원을 횡령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만큼 회사가 받은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재계 대표 ‘트위터리안’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입마저 다물게 할 정도였다.



흑표 엔진에 써야할 돈 굴착기 엔진 개발에 사용
재계 대표 트위터리안 박 회장…비리 혐의에 ‘먼산’

차세대 흑표전차 엔진을 개발 중인 두산인프라코어가 납품단가를 부풀려 국가예산 70여억 원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흑표전차 엔진에 써야할 돈을 굴착기 엔진 등 다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사용했다.

다른 엔진을 시험할 때 쓴 기름값도 흑표전차 엔진 시험에 쓴 것으로 꾸몄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외 연수중인 직원 10명의 인건비도 허위 청구됐다. 이렇게 지난 5년 간 부당 청구된 무려 70억원에 달한다. 권익위원회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현재 수사에 착수했으며, 방위사업청도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건비 허위 청구

이번 사건과 관련, 두산인프라코어 측 관계자는 “자체 감사결과 국고 횡령 등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며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계속해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에서 횡령사건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에도 해군 고속정 엔진 납품 비리와 국책연구비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두산계열사 사장이 구속되는 등 8명이 사법 처리됐다.

이들은 7건의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연구개발비용을 부풀려 청구하는 수법으로 정부지원금 196억 원 가운데 79억여 원을 횡령해 기술사용료, 다른 프로젝트 연구개발비 등으로 사용했다.

국책과제 별 횡령액은 ▲다계통 e-CNC 모듈 개발 37억5000만원 ▲초정밀 자유곡면 가공기 및 가공기술 개발 16억5000만원 ▲저공해 대형 디젤엔진 개발 18억1000만원 ▲중소형 LPG 상용차 엔진 개발 2000만원 ▲대형천연가스 엔진 개발1억5000만원 ▲해군 고속정 발전기 개발 납품 2억5000만 원 등이다.

한편, 횡령 소식이 전해지자 두산인프라코어의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 13일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주가는 6.09% 폭락했다. 두산인프라코어 하나로만 끝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두산그룹 계열사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먼저 두산은 전날보다 7.56% 폭락한 것을 비롯해 두산중공업(-5.30%), 두산엔진(-1.61%) 등 다른 계열사 주식들도 동반 급락했다.

당연히 주주들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주주들의 불만은 박용만 회장의 트위터를 통해 터져 나왔다. 박 회장의 트위터에는 “또 횡령이냐.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 “두산그룹 주주들은 전부 죽으라는 거냐” 등 주주들의 성토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오로지 침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트위터 글에 일일이 답을 해주며 재계의 대표 ‘트위터리안’으로 떠오른 그간 행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습이다.

주가 맥 못 춰

이와 관련, 두산인프라코어 한 주주는 “주주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성실히 답변을 하는 것은 기업 총수의 기본”이라며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도 솔직한 답변을 하는 것이야 말로 존경받는 기업인과 트위터리안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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