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손보, 무차별 소송에 계약자들 분통 <내막>

2011.06.14 08:00:00 호수 0호

소문난 쌈닭 “차라리 간판을 내려라”

“차라리 간판을 내려라.”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이 그린손보를 향해 한 말이다. 금소연이 이 처럼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으며 목소리를 높인 까닭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그 내막을 집중 취재했다.

알릴 의무 위반 근거로 채무부존재소송 일삼아
이영두 회장 “흑자전환 못하면 퇴진”…적자 때문?



A씨는 지난 2008년 3월 그린손보에 가입했다. 그리고 지난 2009년 12월 발목골절, 2010년 7월 고혈압 등으로 보장을 받았다. 그러던 2010년 12월 A씨는 다발성관절염으로 청구를 했다. 당시 보험사의 태도는 황당했다. “이번은 보상해 줄 테니 자발적으로 해지하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 타사계약을 미고지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를 어길 시 소송하겠다는 협박성 멘트도 덧붙였다.

‘보험사기꾼’ 취급

A씨는 이에 불응했고 결국 그린손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그린손보 가입 당시 A씨는 5개의 보험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 지인들의 권유로 가입해 둔 것으로 보험료도 모두 소액이라 본인 수입으로 충분히 납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억울한 처사에 A씨는 분통이 터졌다.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 2009년 10월 그린손보에 가입한 B씨는 허리를 다쳐 디스크 진단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자 그린손보는 타사계약 1건을 미고지 했다는 이유로 느닷없이 소송을 걸어왔다. B씨는 당황했다. 한 달 전의 건강상태까지 빠짐없이 고지했음에도 타사 보험 내역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걸어와서다. 무엇보다 울분이 터졌던 건 자신을 보험사기꾼 취급하는 그린손보의 태도였다.

이는 비단 이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금감원이 최근 발표한 ‘2011년 1분기 분쟁조정 신청 관련 소 제기 현황’을 보면 그린손보의 분쟁조정 신청 총 152건 가운데 신청 전 소제기가 17건, 신청 후 소제기가 4건으로 모두 21건의 소송이 걸려있다. 모두 그린손보 측에서 제기한 것으로 그 비율이 무려 13.8%에 달한다. 이 때문에 그린손보는 업계에서 소문난 ‘쌈닭’으로 통한다.

이 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크게 놀라는 눈치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보험에 가입할 때 청약서에 ‘타사보험계약’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는 수입 및 가정경제환경 등에 맞는 적정보험 가입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따라서 단순히 타사계약사항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개정안에도 계약자의 중복보험 알릴의무 삭제가 예정돼 있다. 보험사가 전산 확인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항인데도 불구,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긴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그린손보는 보험사고가 잦고 타사계약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금지급을 거부하는 것도 모자라 계약자를 보험사기꾼으로 몰아 ‘채무부존재소송’을 남발하고 있다.

소송을 당한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하면 소비자는 금감원이나 소비자원에는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없고, 이미 접수돼 처리 중인 사건도 중단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거대 보험사를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한단 얘기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소송을 당하면 법원에 대한 두려움으로 심리적 압박을 받고 보험사들은 이를 통해 소비자와의 협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압박용 카드’로 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단 소송이 시작되면 십중팔구는 나가떨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악의적인 행태로 인한 계약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2010년 4월 개정된 상법은 다른 보험가입내역에 대한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린손보는 약관 변경 전 계약에 대해서만 소송을 하고 있으니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금소연은 “그린손해보험은 일반 보험사와 달리 마치 보험사이기를 포기한 보험사 같다”며 “차라리 간판을 내려라”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그린손보가 소송을 남발하는 이유가 실적개선을 위한 몸무림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그린손보는 지난해 15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자산운용에서 5.4%의 수익률로 604억원의 투자이익을 거뒀지만 보험수지 적자 669억원을 보전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주가 역시 맥을 못 추고 있다. 2011년 3월말 기준 4405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 하락했다. 이는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24%와 보험업종 지수상승률 6%보다 저조한 수치다.

계속되는 부진에 이영두 그린손해보험 회장은 경영권 포기 의사를 내비치기까지 할 정도였다. 이 회장은 최근 “올해도 그린손보를 흑자 전환시키지 못한다면 보험계약자, 주주 및 회사 임직원을 위해 더 나은 분에게 회사 경영권을 넘기는 것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차라리 재벌이 인수해라”

이 회장은 또 “재벌그룹의 인수제안까지 거절하며 독자 경영을 해오고 있지만 자산운용에서 초과수익을 무기로 보험영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 금융위기 이후 신통력을 잃는 바람에 임직원에게는 급여반납이라는 독배를 마시게 했고 주주님들에게는 수익은커녕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배수진을 치고 ‘죽을 각오’로 경영에 임하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하지만 계약자들은 이미 등을 돌린 모양새다. 그린손보에 가입한 C씨는 “흑자전환을 위해 소송을 더 남발하지는 않을 지 걱정”이라며 “차라리 재벌그룹에서 인수하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느냐”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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