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가시밭길 걷는 사연

2011.05.06 09:45:46 호수 0호

‘악재 종합선물세트’에 외환 인수 ‘산 넘어 산’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 ‘산 넘어 산’.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두고 나오는 말들이다. 지난 3월초만 해도 거머쥐는 듯 했던 외환은행이다. 꼬여도 이렇게 꼬일 수 있을까. 자회사의 징계, 외국인 투자자의 철수 러시, 론스타의 차명 인수설, 외환카드의 주가조작, 인수승인 연기 등 끝도 없다. 모두 요 몇 달 사이 벌어진 일들이다. 안타까운 혀 차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오죽하면 외환 인수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외부의 시선이 이 정돈데 정작 본인은 어떨까. 당연히 새파랗다 못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여건이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우선 지난해 11?11 옵션 쇼크 당시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의 옵션거래를 중개했던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이 최근 ‘주의적 경고’를 받게 됐다. 금융당국은 당초 중징계인 ‘문책 경고’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대표의 책임 범위 문제 등을 고려해 경징계로 수위를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대투증권은 ‘기관 경고’를 받았다.



하나대투 ‘기관경고’

물론 하나대투에 대한 징계 자체는 외환은행 인수 심사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 문제는 당시 하나대투가 입은 약 760억원의 재무적 손실이다. 자회사의 대규모 손실은 금융지주 경영실태 평가에 반영된다. 인수 자격 평가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들의 철수 러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하나금융의 최대주주였던 골드만삭스는 하나금융 보유 주식 1830만주(7.55%) 가운데 750만주(3.1%)를 매각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최대주주였던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보유 지분 2038만주를 전량 매각, 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3대 주주인 얼라이언스 번스틴도 지난해 말부터 지난 2월까지 약 425만주를, 미국계 투자자문사인 캐피탈 리서치 앤드 매니지먼트컴퍼니(CRMC)도 지난해 말 약 180만주를 매각했다. 이는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외환은행 편입 승인이 또다시 연기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4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것.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하나금융은 지난 3월 초까지만 해도 외환은행을 거머쥐는 듯 했다.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 건 지난 3월 11일부터였다. 대법원이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

외국인 지분 매각…김지완 하나대투 사장 징계
어수선한 상황 내부통제 권고…사고 터져 ‘헉’


이에 하나금융은 “이미 양벌규정이 위헌결정을 받은 만큼 유 전 대표가 유죄라 해도 론스타까지 유죄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 전 대표가 론스타를 대표하는 위치에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되면 론스타 역시 유죄가 인정되면서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고민에 빠졌다. 자연스레 외환은행 인수 승인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론스타가 산업자본일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과정에서 론스타 펀드 4호에 포함되는 동일인 중 34개사가 누락됐다는 게 근거다.

차명인수 의혹도 고개를 들었다. 외환은행의 실질적인 대주주가 네덜란드계 투자은행인 ABN암로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외환은행 주주인 DBS은행이 싱가포르 법원에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금융당국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일련의 사건들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오리무중 상황이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제는 인수승인이 5월에도 나오지 않을 경우 자칫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계약이 파기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계약 조건에 따르면 오는 24일까지 편입승인이 나오지 않으면 양측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하나금융 미간의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론스타와의 계약이 파기될 경우 거센 후폭풍이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산 시 손해배상

먼저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실시한 1조3353억원의 유상증자가 큰 부담이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주당 4만2800원에 하나금융 주식을 매입했다. 만약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되면 하나금융 주가는 외환은행 인수 프리미엄이 반영되기 전 수준(작년 11월 15일 기준 3만2천100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가 불 보듯 뻔하다.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경우 하나금융은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하나금융 측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이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할 다른 방법도 없다”며 “인수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를 상상하기 조차 어렵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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