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목줄 잡힌 대기업 리스트

2011.05.04 10:36:07 호수 0호

‘NPS 데스노트’ 펴보니…없는 재벌 없네!

[일요시사=박민우 기자]정부의 ‘재벌 통제’가 가시화되고 있다. 그 ‘행동대장’격으로 국민연금(NPS)이 나선다.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한마디로 목줄을 쥐고 흔들겠다는 것이다. 재계는 크게 반발하면서도 내심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및 지배구조 선진화’토론회.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폭탄 발언’을 했다. 곽 위원장은 “오너 중심의 독단적 기업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공적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견제하겠다” 엄포

그는 “대기업들의 거대 관료주의를 견제하고 시장의 취약한 공적 기능을 북돋을 수 있는 촉진자가 필요하다”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등 경영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곽 위원장의 발언은 정부가 국민연금을 내세워 대기업을 견제하겠다는 일종의 ‘엄포’였다. 겉으론 기업의 사회책임 강조로 보이지만, 사실상 임기 말 ‘재벌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계 즉각 반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각각 성명서를 내고 “정치논리에 따른 관치 목적의 지배구조개선이나 지나친 경영권 간섭은 경영안정화를 훼손해 기업가치 저하로 연결되므로 지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작 국민연금이 목줄을 쥐고 있는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언제 어떤 식으로 압력이 들어올지 몰라 노심초사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기금 적립액이 무려 324조원에 이른다. 이중 17%인 55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한 상태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1804개 상장사 가운데 국민연금(국민연기금 포함)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292개사(16.2%)다. 이들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 130억546만주(보통주) 중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은 7억6938만주로, 지분율은 평균 5.92%로 나타났다. 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170개사. 3% 이상∼5% 미만이 109개사, 단순투자 수준인 3% 미만이 13개사였다.

국민연금은 국내 재계서열 1위인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7.94%), 삼성엔지니어링(8.03%), 삼성전기(6.82%), 삼성화재(5.01%), 삼성SDI(7.11%), 삼성중공업(5.04%), 제일모직(7.66%), 제일기획(6.19%), 호텔신라(6.12%) 등이 국민연금을 주요주주로 모시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3.38%)보다 많은 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쥐락펴락 주의보’ 5% 이상 지분 상장사 170개
삼성, 현대차, LG, SK 등 재계 상위사 ‘손아귀’

국민연금은 삼성그룹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 계열사 지분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5.95%), 기아차(5%), 현대제철(6.06%), 현대모비스(5%), 현대건설(6.95%) 등이다. LG그룹은 LG전자(6.05%), LG화학(5.68%), LG생명과학(9.43%), LG하우시스(7.03%), LG디스플레이(6.5%), LG상사(9.66%), LG패션(8.43%) 등이다. SK그룹은 SK(4.84%), SKC(6.36%), SK케미칼(6.24%), SK이노베이션(7.58%), SK네트웍스(6.83%), SK브로드밴드(7.57%) 등이다.

포스코와 하이닉스, KT의 경우 국민연금 손아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각 5.33%, 9.11%, 7.7% 지분율로 최대주주에 등극해 있다.

또 ▲한진그룹(한진 5.13%·대한항공 8.19%·한진해운 7.04%) ▲롯데그룹(롯데삼강 7.66%·호남석유 6.13%·케이피케미칼 6.29%) ▲CJ그룹(CJ 6.2%·CJ CGV 9.07%·CJ제일제당 8.48%·CJ인터넷 5.04%) ▲한솔그룹(한솔제지 5.02%·한솔케미칼 9.1%·한솔테크닉스 5.8%) ▲LS그룹(LS 9.28%·LS산전 7.47%) ▲GS그룹(GS 5.03%·GS글로벌 3.89%) ▲KCC그룹(KCC 5.87%·KCC건설 5.02%)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 4.26%·현대종합상사·7.6%),등에도 국민연금이 투자했다.

국민연금은 한화(6.14%), 코오롱인더스트리(6.85%), STX엔진(3.77%), 웅진코웨이(5.05%), LIG손해보험(9.44%), 현대그린푸드(9.06%), 엔씨소프트(6.05%), 한라건설(8.58%), 세아제강(6.51%), 한진중공업(8.2%), 한미약품(8.2%), 대우조선해양(4.96%), 일진전기(6.31%), 효성(3.88%), S-Oil(4.99%), OCI(5.1%), NHN(5.03%), 고려아연(6%) 등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발목잡기’ 시작됐다

국민연금은 다수의 금융권 지분도 보유 중이다.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신한금융지주(6.09%), KB금융지주(5.02%), 하나금융지주(8.17) 등 3곳에서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다. 이밖에 BS금융지주(5.08%), 외환은행(3.97%), 전북은행(4.3%) 등의 주요주주에 올라 있다.

국민연금은 이미 이들 대기업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3월11일과 18일 열린 현대차와 현대제철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건에 잇달아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의 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총 2153건의 의결권을 행사했는데, 174건에 대해 ‘NO’를 외쳤다. 국민연금의 반대표 비중은 2005년 2.7%, 2007년 5.0%, 2009년 6.6%, 지난해 8.1% 등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국민연금이 목줄을 쥐고 있는 기업들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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